최근 인터넷에 진라면 맛이 바뀌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대개 훨씬 매워졌다는 평가가 대부분인데, 원래 진라면에 관심이 없던 저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침 제 눈에 늘 부셔먹기만 했던 진라면 매운맛이 보였고, 생산일자를 보니 리뉴얼 전의 제품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전 슈퍼로 달려가 새로운 진라면을 하나 구매했고, 같이 끓여보면서 비교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느 것이 리뉴얼된 것일까요? 겉포장에서는 어떠한 차이도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어떠한 차이도 없습니다. 아래쪽의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스프 재료조차 미묘하게 순서가 바뀐 정도고 한 눈에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유일하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유통기간인데, 왼쪽 옛날 라면은 5월까지, 새로 구입한 라면은 8월 말까지 유통기한이 잡혀있습니다. 시중에 새 진라면이 풀린 시기가 3월 전후반으로 보이는데 보통 유통기한이 6개월 정도 되는 라면이므로 이를 감안하시고 구매하시면 될 듯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오뚜기에 물어봐야 하겠지요.


참고로 내용물은 보기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면도 그대로이고 스프 포장지 또한 동일하며 생산공장도 똑같습니다.



구제품 / 신제품


여기서부터 큰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번 새로운 진라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고기"가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맛의 변화를 포함해서 농심의 신라면을 겨냥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부분 중 하나가 이 신라면에 들어가는 "고기" 후레이크입니다. 고기 양도 생각보다 많으며 개인적으로 진라면의 고기 후레이크가 신라면꺼보다 더 맛있긴 하더군요.





구제품 / 신제품


스프는 단일제품만 끓일 때는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두 스프를 같이 놓고보면 확실히 신제품 스프가 더욱 붉습니다. 

결정적으로 스프 자체의 맛이 아주 많이 바뀌었습니다. 스프를 찍어 먹어보면 예전 진라면은 짭다 / 달다 / 맵다 순으로 맛이 느껴졌다면 신제품은 맵다 / 맵다 / 짭다 순으로 한 눈에 "아 이건 매운 라면이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냄새만 맡아도 차이가 날 정도니 이건 같은 진라면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질 정도군요.




구제품 / 신제품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원재료 부근만 따로 빼내보았습니다. 클릭하면 커지니(PC버전) 비교하실 분들은 비교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맛. 

들어가기 전에 인정할 건 인정하겠습니다. 제가 혼자서 사진찍으라 라면끓이라 라면먹으랴 바쁜 나머지 구제품의 물조절을 많게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물 양이 조금 준다고 해서 이런 차이는 나지 않을거라는 건 확신합니다.

또한 생산일자가 다르니 면의 질감이 차이가 있습니다. 그 정도는 제 수준에서 어쩔 수 없으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구제품 / 신제품


한 눈에 봐도 오른쪽이 매워보입니다. 단순히 물 양의 차이가 아니라 국물이 더 붉어졌습니다. 혹시나해서 두개 화벨이 다른 거 아니냐 따지는 분들이 있을까봐 같이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구제품 / 신제품


사진촬영 관계로 잠깐 방치해 둔 라면인데, 신제품은 라면과 국물 사이에 붉은 색 기름이 끼여있고 구제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신라면에서나 보던 현상인데 진라면이 이렇다니 상당히 의외입니다.


구제품은 매운 라면이라고 칭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진라면=아이들 취향 라면"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저는 진라면의 매운맛은 매운맛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맵다기보다는 맵고 짜운 정도가 적절히 안배된 라면에 가까웠죠. 신라면은 3보 양보해서 맵다고 치면 진라면 매운맛은 10보 양보해도 맵다고 하기 애매했죠.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버리셔도 될 듯 합니다. 정말, 정말로 맵습니다. 첫 젓가락을 들자마자 입 안을 엄습하는 이 매운맛이 진라면의 매운맛이었다는 사실을 저는 잊지 못할 겁니다. 공교롭게도 두 번째 젓가락을 들다 라면국물이 목에 걸리고 말았는데 전 진라면이 아니라 신라면 매운맛을 먹는 줄 알았습니다. 몇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맵습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매운맛 라면들을 제치고 심지어 신라면보다 조금 더 맵다는 느낌까지 들었으니 말입니다[각주:1].


그래도 진라면 이름 답게 면발이나 전체적인 국물 느낌, 건더기의 질감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면발은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보이고 국물도 매워진 것을 제외하면 기존과 큰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의외로 건더기 또한 고기가 들어간 것 치고는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고기가 신라면의 그것보다는 맛있었지만 그것 뿐이고 건더기가 크게 바뀌었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다 먹고나니 이거 정말 진라면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다른 라면이면서도 진라면 고유의 맛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오뚜기가 "진라면 맛있긴한데 밍밍해서 신라면을 먹겠어"의 신라면 고객층을 뺏어오겠다는 강한 의지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신라면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번에 새로 나온 진라면 한번 먹어보시기 바랍니다. 전 신라면보다 더 맘에 들었네요. 



하지만 전 둘 다 별로 안 좋아하니 둘 다 안 먹을겁니다.....


  1. (그래서 신라면과의 3자 비교를 해보고 싶었지만 라면 3개 동시섭취는 아무리 저라도 무리입니다.. 이해 바랍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