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들은 말씀대로 약국 앞에서 206번 버스를 타고 키요미즈데라 쪽으로 잘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버스정류장을 잘못 알고 버스에서 내리는 바람에 이상한 곳에 떨어졌죠.



교토국립박물관. 깔끔합니다. 

원래 산주산겐도를 갈 때 여기에서 내리는 걸로 메모되어있었는데 잘못 읽은 것이죠. 다시 버스 타기는 귀찮고 해서 키요미즈까지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산주산겐도는 1,000 개가 넘는 불상이 있는 곳인데 입장료가 비싸서 패스. 사진도 못 찍는다길레 미련 없이 버렸습니다.




키요미즈까지 걸어가는 길 주변에 사찰이 상당히 많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옆집 건너 옆집 모두 절 또는 신사라는 느낌은 상당히 미묘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 때의 불교배척 때문에 이런 거리가 없다는 게 아쉽네요.




오오타니라는 글자가 많이 보이고 여기는 "오오타니 혼뵤"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게 된 건 밑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키요미즈를 갈 때는 고속버스가 올라가는 상점가 길을 따라서 키요미즈 관람 후 산넨자카-니넨자카 쪽으로 내려오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는 일부러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여행계획을 짜던 중 지도를 보니 키요미즈까지 연결된 한 길이 있더군요. 왠지 이쪽으로 올라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쪽 루트를 택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 나오는 건 평범한 골목길.


이번 여행 중 소소하게 노린 것 중 하나가 길 가는 고양이를 열심히 찍어보자 였는데 이 녀석이 첫 주자. 인기척을 눈치 채고는 쏜살같이 도망가더군요ㅠㅠ




처음엔 그냥 묘가 많은 곳인 줄 알았죠.






음? 

뭔가 여기 분위기 이상한데.... 


싶을 때 쯤 우리의 앞에 나타난 것은













눈앞에 나타난 것은 엄청난 수의 묘.


뭐랄까, 드는 생각은 그저 경외심이었습니다. 갑자기 나라는 존재가 죽음 앞에서는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으로 밀려들더군요. 유명한 관광지 옆에 이런 묘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전혀 시끄럽지 않고 귀에 들리는 건 내 발소리와 숨소리뿐일 정도로 조용한 곳이라서 가만히 서서 많은 걸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중에 같이 간 녀석에게 물어보니 키요미즈보다는 오히려 여기가 더 조용하고 감명 깊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으니까요. 안타깝게도 작은 사진으로는 전혀 전해지지 않을 것 같네요.




앞에서 말한 이곳은 오오타니 보치, 즉 묘지입니다. 1200년대부터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곳으로 일본 풍습 상 전부 납골당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볼 수 있는 성묘(墓参り) 장면에서 보는 바로 그 묘지입니다.




멀리 보이는 교토타워. 교토타워가 전혀 높지 않지만 전망이 좋다는 이유는 다 따로 있습니다. 교토에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게 묘한 기분으로 온 키요미즈 입구입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키요미즈가 시작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