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440을 구입한 지 어느덧 2년이 다가옵니다. "물은 건너보아야 알고 사람은 지내보아야 안다"라는 속담처럼 몇 년 이상씩 쓰면서 그 재미를 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헤드폰만큼은 바로바로 평가하지 않고 1년 이상씩 써보고 평가를 하게 되었네요.


http://blog.naver.com/7038tls/117186682

외형은 위 블로그에서 참조해주세요. 너무 허탈해서 찍을만한 것도 없네요.


그리고 단점으로 지적되는 많은 것들, 다 깔만한 것들입니다.


구성품 : 헤드폰 본체, 플러그 빼고는 없음

디자인 : 누가 봐도 구림

무게 : 320g로 일반 헤드폰 2배

오픈형 : 소리 밖으로 다 새어나감

하우징 : DJ폰도 아니면서 멋대로 돌아감

선 길이 : 3m라 주렁주렁 끌림[각주:1]

착용감 :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면 흘러내림

소리크기 : SPL이 낮아서 볼륨확보 힘듬


소리 빼고는 모든 점을 다 깔 수 있는, 그럼에도 이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소리입니다. 헤드폰은 자고로 소리가 좋아야한다라는 제 신조에 딱 들어맞는 제품이었습니다.



소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장사가 좀 되는 구멍가게인데 내부도 허름하고 무뚝뚝한 아저씨가 있어서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물건 질도 괜찮고 친해지고 보니 은근슬쩍 덤 올려주시는 아저씨.


색으로 표현하자면



color.jpg (450x450px)



이 녀석의 소리는 참 무덤덤하다고 할까요. 오테의 헤드폰들이 대부분 발랄한 착색이 있고 젠하이저 hd600계열이 중후한 맛이 있는것에 비하면 이 녀석은 정말 무색무취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항상 포커페이스를 깔고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나는 내 할일만 할 뿐이야" 라고 주장하면서 정말 자기가 받은 것만큼 내보내주는 소리죠.


그렇다고 양념이 전혀 없는 무미한 소리인가, 또 그건 아닙니다. 전역이 넓게 플랫하면서도 베이어다이나믹 특유의 강조된 중고역이 귀를 시원하게 자극시켜 줍니다. 말이 좋아서 시원한 자극이지, 때에 따라서는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음으로 들리기도 하죠. 또한 극저음은 빠지고 중저음이 부풀어오른 소리라 깊이가 부족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포지션이 상당히 이상하게 잡혔는데, 소리는 메인스트림급에 필적하는 무서운 중저가이지만 정작 모니터링과 하이파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음색이 틀어진다고 할까요.




DT440 소리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를 나름 정직하게 들려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브릭월 레코딩이 적용된 아이돌 음반의 경우 음악이 정말 재미없게 들립니다. 저음도 빵빵하지 않고 고음은 산만하며 보컬만 귀를 찌르죠. 디스토션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에이, 이 헤드폰 구리네"라고 버린다면 그건 이 음악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음악 자체가 녹음이 잘못된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녹음이 잘 된 음악들은 확연히 다른 소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늘 똑같이 들리던 비트가 작곡가마다 구분이 되기 시작하고, 보컬의 위상이 정확하게 잡히기 시작하며 공간감이라는 개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저음이 적다고 느껴지면 그건 원래 저음이 적은 음악이었고, 보컬이 조금 멀리있고 치찰음이 느껴진다고 생각되면 정말 멀고 치찰음이 있는 소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그 때문인지. 이 헤드폰은 일반인들의 시선에서 많이 벗어나있습니다. 그들이 듣기 좋은 소리를 주는것이 아닌, 그들이 좋든 싫든 이 소리를 들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하지만 저는 이런 소리 좋아합니다.




주파수 응답(FR)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듯 플랫을 지향하는 살짝 V자형인 소리입니다. 특별하게 가려지거나 막히는 영역 없이 폭 넓게 표현됩니다. 그 중에서 4k대가 전반적으로 튀어나와있다고 느껴지는데 깡통소리라고 생각되기보다는 해상력의 향상을 위한 의도적인 튜닝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중저음이 강조되는 듯 하지만 고음의 양이 조금 더 많은 편이며, 전반적으로 화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한 고음이 살짝 쏜다고 평가되는 동사의 DT880에 비해 살짝 약해져서 오히려 저가형이 더 듣기가 좋은 상황이 되기도 하였죠.


FR을 벗어나서 해상력과 분리도는 자기 회사의 고급형과 벨런스조절을 적절히 했다고 생각됩니다. 상급제품인 DT880만 가도 상대적으로 디테일한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BA를 사용한 이어폰들에 비해서 해상력이 떨어지기도 하죠. 그래서 고급형을 듣다 내려오는 경우 어딘가 덜 섬세하고 조금 뿌연듣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 헤드폰은 일반인이 판단하기에 충분한 능력, 특히 동가격대의 헤드폰을을 뛰어넘을 수 있을정도로 갖춰져있다고 생각합니다.


악기는 관, 타, 현악기부터 전자비트까지 무난하게 소화해냅니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정직하게 들려주는 편이죠. 그 중에서 유난히 맛깔나게 들리는 악기는 바이올린 계열의 현악기입니다. 중고음역대가 강조되어서 그런지 바이올린 현의 끝맺음이 재미있었습니다. 사람목소리의 경우 앞에 나온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뒤에 빠진것도 아니고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남성 여성보컬 모두 무난히 소화해내구요.



다시한번 정리를 하겠습니다. 소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장사가 좀 되는 구멍가게인데 내부도 허름하고 무뚝뚝한 아저씨가 있어서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물건 질도 괜찮고 친해지고 보니 은근슬쩍 덤 올려주시는 아저씨.



조금 더 줄이자면


소리가 무난무난열매를 과식해 나머지가 FAIL


소리 하나만 놓고보자면 30만원을 줘도 아깝지 않지만 나머지 것들이 너무 좋지않네요. 제가 말 꺼내면 그저 까기 바쁘니 이번 글에서는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DT440은 근 2년 간 음악감상에 대해서 저에게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준 녀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집 안에서만 들을껀데 누가 보면 어때요? 나만 좋으면 장땡이지.





ps. 차후 검토에 의해서 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이 길이의 줄로 줄넘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해봤다. 정말 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