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을 먼저 읽어주시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flymoge.tistory.com/772


본격적으로 청음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이어폰은 같은 유닛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품, EXS-X10, 아이리버 AE2와 함께 비교하며 청음했습니다. 재미있게도 3개의 소리가 전부 미묘하게 다르더군요...




정면 3시 방향이 X10, 7시에 B-100, 10시에 AE2


전체적인 B-100의 소리는 AE2와 비슷합니다. X10은 저음이 세고 고음이 평탄한 것에 비해 AE2와 B-100은 저음이 빠지고 중고음대가 강조된 소리. 하지만 AE2보다도 저음양이 더 적고 타격감이 더 뛰어난 직설적인 소리더군요.



이 쯤에서 측정치를 한번 보도록 합시다. 



언뜻 보면 제가 기존에 쓰고있던 EXS-X20 그래프랑 많이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두 제품의 7~8kHz 대가 유난히 솟아있는데 저렇게 튜닝을 하면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장시간 청취시 다소 피곤해질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EQ로 깎아낼 수 있는 점이라 큰 문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FR이 같다고 모두 같은 소리가 아니라는 것, 그것이 저가와 고가를 나누는 차이입니다.




B-100의 저음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잔향을 최대한 줄이고 직설적이죠. 퍼지지 않고 단단합니다. 다만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극저음역대가 풍부하지 못합니다. 베이스가 강력한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관악기가 많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저음의 부재가 꽤나 크게 다가옵니다. 타격감만은 세상 모든 고막을 뚫어버릴 듯한 기세로 단단하게 팍팍 쳐주지만 웅장함에서는 많이 부족하네요. x10은 저음의 부재가 그렇게 심하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문제는 이 저음이 임피던스의 영향을 아주 크게 받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음악감상을 할 경우에는 이 부분을 참고하셔야 합니다.



비슷한 제품인 아이리버 AE7의 임피던스 그래프입니다. SR 드라이버의 임피던스 특성상 고음역대로 갈수록 임피던스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일반적인 MP3는 임피던스가 1~3대이기 때문에 B-100 본연의 소리를 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휴대폰과 같이 임피던스가 15옴 정도 되는 경우에는 저음의 양이 확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제품인 x10과 ae2도 저항을 이용한 소리튜닝으로 답답한 저음을 깎아낼 수 있었는데 B-100의 경우 이미 정리된 저음을 깎아내는 형태라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결론1, 저음을 좋아하신다면 이 제품을 피하라.



중음과 보컬은 무난한 수준입니다. 3k대에 딥이 있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일 부분은 아닙니다. 에티키즈와 같이 보컬이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트파처럼 뭍히지도 않은 적당한 위치에서 소리를 내 줍니다. 양으로만 계산하면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네요.




문제는 질감입니다. 중음과 고음영역은 상당히 거칩니다. 필터를 통과한 소리이지만 어딘가 여과가 되지않은듯한 느낌.  여성보컬의 샤우팅을 듣고 있으면 어딘가 쏜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자극적이기만 하면 취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은근히 귀에 거슬린단 말이죠.... 이 드라이버를 사용한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라 유닛의 특성이라고 보여집니다. 이 부분은 필터로 조금 더 줄여줬으면 하는 느낌이 있네요.



고음은 사용된 사이렌 드라이버의 특색 답게 가청한계주파수라 불리는 20kHz까지 쭉쭉 뻗어줍니다. 비닐진동판을 사용한 다이나믹 커널형은 고음재현에 상당히 취약한것에 비해서 막히는 것 없이 시원하게 질러줍니다. 다른 고가 제품들도 대역폭에서는 이 제품을 따라올만한 녀석들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질감입니다. 정말 거칩니다. 녹음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드럼의 스네어나 하이엣, 전자음으로 구성된 고음은 듣고있으면 쇳소리와 함께 상당히 이질적으로 들립니다. 대표적인 곡으로 Kitsune^2의 Rainbow Tylenol [각주:1]같은 곡을 듣고있으면 왜 귀에서 자꾸 쇠구슬이 굴러가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Kitsune^2 - Rainbow Tylenol


이런 음악을 이 이어폰으로 듣고 있으면 귀가 째지는 것 같습니다.



결론2. 깔끔하지만 거친 소리




이 제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소리를 거침없이 내준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커널은 흔히 말하는 '묻히는' 소리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B-100, 그리고 사이렌 드라이버를 사용한 제품들은 잘 들리는 소리, 잘 안들리는 소리 모두 다 잘 들리게 만들어줍니다. 언뜻 들으면 좋은 문구로 들립니다. 실제로 대중가요, 특히 브릭월 레코딩[각주:2]을 적용한 음반에서는 이게 큰 장점이 되지요. 


하지만 이걸 다른말로 바꾸면 이렇게 됩니다. 

"깊이가 없다", "평면적이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들면 오케스트라나 소규모 밴드의 녹음들입니다. 관중의 발소리나 악보를 넘기는 소리가 레코딩에 녹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헤드폰이나 다른 이어폰에서는 살짝 들렸던 소리가 이 이어폰으로 들으면 그렇게 거슬릴 수가 없습니다.



supercell - 罪人




三澤康広 - 朝の風景(M03A)[각주:3]


간혹 마이크로 녹음 시 저렇게 16k대에 노이즈가 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클래식음악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인데, 일반적으로는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놈은 위 소리가 정말 듣기싫을 정도로 거슬립니다.


또한 이 현상과 더불어 음악이 평면적으로 들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잘 안들리는 소리를 크게 만드니 어느 것이 가까이 있는 악기이며 어느 것이 멀리 있는 악기인지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공간감도 좁아지고 입체감이 떨어지죠. 

또한 해상력도 엄청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헤드폰이 아닌 이상 좁은 공간에 많은 소리를 내기 힘들긴 하나, 많은 소리가 한꺼번에 들리다보니 이어폰이 벅찬 느낌은 지울 수가 없네요.

어쩔 수 없는 저가형의 한계입니다.


결론3. 대중가요는 어울림. 인스트루먼트나 클래식은 안 어울림.



차음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이어폰을 꽂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소리구멍 외에는 모두 밀봉되어있기 때문에 덕트가 달린 저가 제품보다는 확실히 소리차단이 잘 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팁이 얇은지 실링이 덜 되었는지 3단팁의 에티키즈나 폼팁을 쓰는 고가형보다는 주변 소음이 잘 들리는 편입니다. 비교대상인 다른 두 제품과 비교하면 비슷한 성능입니다. 사실 이 정도가 사고 안 나기 딱 좋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결론4. 적절한 차음성



결론을 모아봅시다.


결론1, 저음을 좋아하신다면 이 제품을 피하라.

결론2. 깔끔하지만 거친 소리

결론3. 대중가요는 어울림. 인스트루먼트나 클래식은 안 어울림.

결론4. 적절한 차음성


총결론 : 적절하게 괜찮은 제품.



저가형이라서 V자 재미있는 소리가 날 줄 알았지만 정반대로 저음을 줄이고 중고음을 늘려 음을 선명하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유닛의 한계가 이미 고가형을 많이 들어본 저로서는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네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x되는 것처럼 이 제품도 실제 고객들이 원하는 것과는 out of TARGET인건 아닌지 아쉬운 부분입니다.


소리만 따지면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돈을 더 주고 EXS-X10이나 에티키즈로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하지만 그럭저럭 무난한 성능에 디자인도 좋아야하고, 플랫을 들어보고 싶은데

'난 막귀니까 신경안씀' 이라는 분들에겐 이 제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1. (합필갤 영상소스 말고 정식음원으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본문으로]
  2. (Brickwall Limiter를 사용하여 평균 Loudness Level을 끌어올린 음반. 위키피디아 Loudness War 항목 참조) [본문으로]
  3. (まなびストレート! オリジナルサウンドトラック アンサンブルI 2번 트랙)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