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 녀석들을 한번 들어보기 위해서 서울을 갈까말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지금 가장 뽐뿌가 오는 녀석이었으니까요. 우연히 시내에서 심심하길레 핫트랙스를 가보았더니 무려 XBA 시리즈가 청음용으로 나와있는 것입니다.  어떠한 정보를 얻고 간 것이 아니라 깜짝 놀랬죠. 청음할 작정이었더라면 음향기기를 좀 들고가는거였는데 아쉬운 대로 핸드폰[각주:1]에 있는 음악으로 청음하기로 했습니다. 



간단히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망해가는 소니가 그래도 투철한 실험정신을 통해 만들어낸 최초의 BA[각주:2]이어폰들입니다. 시리즈가 여러가지 나왔는데 XBA-1~4는 음악감상 본연의 용도에 충실한 녀석이었고, 들어본 분들의 평들도 대부분 괜찮았기 때문에 꼭 한번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일본대비 저렴한 편으로 나왔기때문에 뽐뿌가 상승했고, 결정적으로 선거 뒷풀이 술자리에서 가장 비싼 이어폰을 잃어버린 참이라서[각주:3] 더욱 끌렸습니다.


각설하고, 가보니 2랑 3만 내놓고 있더군요. 그래서 직원을 보채니 1이 나왔고 조금 더 보채니 4도 나왔습니다. 덕분에 ktx값 8만원이 굳었죠ㅎㅎ


소리는 모 커뮤니티에 제가 올린 글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먼저 XBA-1입니다.



은색 드라이버가 상당히 예뻐보이는 듯 하나 투톤컬러가 조금 어색하고 싸구려처럼 보입니다. 무게도 가벼워서 더욱 장난감처럼 느껴집니다. XBA 시리즈는 케이블이 플랫 케이블, 일명 칼국수선으로 제작되어 있는데 선 재질이 특이해서 탄성이 적고 부드러워서 착용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 녀석은 듣자마자 처음 3초만에 대역폭이 좁다는 것이 바로 느껴지더군요 예전에 d-jays를 대역폭 부족으로 내보냈는데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그 대신 튜닝은 엄청 잘 해두었더군요. 어느 영역 과하지 않고 균형이 잡힌 소리를 보여줍니다. 첫 3초는 아주 실망이었지만 듣고 있으면 드라이버 하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꽤나 노력을 한 모습이 보입니다.

저역도 절제되어있고, 중역은 잘 나오며 고역은 극고역 대역을 댕겅 잘라먹었지만 크게 쏘지않고 괜찮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상위 모델과 비교하면 이 녀석은 그냥 다른 배에서 나온 모델이 아닐까 의심되는군요ㅎㅎ


가격은 6.9만원 성능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다음으로는 XBA-2를 들어봤습니다. 별로 기대를 안했고 실제로 실망이었습니다. 드라이버 2개를 넣었는데 성능이 2배 좋아지지 않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제 기대와는 전혀 다른 소리를 보여주더군요.

xba1+트위터 조합으로 적당히 대역폭을 늘리는 셋팅으로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모델에 비해서 소리가 답답한 편이고 대역폭도 1에 비해서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차라리 2를 살바에는 1을 사는 것이 돈도 아끼고 좋을 듯 하네요 아니면 다른 모델을 알아보시는걸 추천드리죠. 듀얼 제품을 이 가격 주고 사긴 좀 아까워 보입니다.




3는 가장 기대하던 모델이었습니다. 드라이버를 3개 넣었는데 이게 소리가 꽤나 끝내준다고 하더군요... 이 녀석을 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덕분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이어폰 잃어버리고 나서 질러볼까 하던 녀석도 바로 이놈이었습니다.


처음 듣자마자 포스가 상당했습니다. 디스토션이 걸리는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강력한 저음 생각보다 잘 나오는 중역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는 고음까지. 트파랑 x20을 주력으로 쓰고있는 저는 두개의 성향을 적당히 섞은 듯한 소리가 나더군요


하지만 문제는 많습니다.


일단 저음이 미친듯이 많이 나옵니다. 트파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양이 많네요... 그리고 단단합니다. 다른 영역까지 잡아먹을 저음은 아니지만 존재감적인 측면에서 저음이 상당히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음. 정말 강렬합니다. 이거 듣다가 다른 이어폰 들으면 고음이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대역폭 넓게 막힘없이 표현하는 건 좋은데 계속 듣고있으면 피곤합니다. 청음샵에서 30분 가까이 들고나니 귀에다 탄산을 처부은 듯한 느낌이 나더군요^^




마지막으로 XBA-4....


이 녀석만 위의 모델처럼 거치대에 달려나오는 것이 아니고 따로 보관해두고 있더군요(비싸서 그런가?) 그리고 크기가 엄청 큽니다. 뒤에서 보면 귓구멍에 십자드라이버를 하나 박은듯한 디자인도 그렇지만 크기도 커서 표현을 조금 과장해서 엄지 한마디 정도 된다고 할까요?  귓바퀴가 작은 분들은 착용에 무리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할말을 잃은 디자인을 보고 귀에 꽂았는데 생각외였습니다. 단순히 딱 들어서는 xba-3이랑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대역폭도 비슷하고 성향도 유사합니다. 하지만 진득하게 들어보면 3과는 다른 차이점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xba3이 원석이라면 xba4는 가공석입니다.


xba3는 소리를 필터링 없이 거침없이 쫙쫙 내질러서 피곤했던 반면에 xba4는 소리를 좀 더 다듬어서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편한 소리가 납니다. 3의 저음이 철저히 트랜듀서형의 단단하고 잔향이 적은 저음이라면 4는 표현영역이 조금 더 내려가고 진동판의 그것처럼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고음도 4는 3에 비해서 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 덜합니다. 

그저 소니가 외형만 다르게 해두고 같은 유닛에 튜닝만 좀 더 세밀히 해서 3유저들을 4로 끌어들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가격차도 3이랑 4도 얼마 안났으니까요..


살짝 의외인 점은 3보다는 4가 그래프상으로 더욱 강렬하고 화려한 소리로 나오는데 실제 청감에서는 4가 3보다 더 호감이 간다는 점이죠. 고음 부분은 4가 3보다 더 쏘는 것으로 나왔는데 20kHz까지 전자음으로 가득한 동일한 음원을 3이랑 4로 들었을 때 귀에 상대적으로 더 편하게 들려오는 모델은 3이 아니라 4였습니다.

이게 납득이 잘 안가서 같이 간 친구와 면밀히 청음해보았는데 나온 결론은 두명 다 이런 결론이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저도 몰라요ㅎㅎ


결론은.. 이어폰 뽐뿌가 옵니다!


얼마전에 싼 값에 영입한 트리플파이가 무색해질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어폰이라 소리가 귓속을 떠날 줄 모르네요ㅎㅎㅎ 그런데 너무 비싸요... 수입도 공익월급이 전부인 저에게 너무 가혹한 가격입니다..

  1. 아쉽다고 하기엔 주력기기가 핸드폰이 되어버린 본인. [본문으로]
  2. Balanced Armature. 간단히 설명해 필름이나 종이재질이 아닌 철판으로 소리를 낸다고 보면 된다 [본문으로]
  3. 뒤에 다시 찾긴 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