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서울 올라갈 일이 있어서 이어폰샵을 들렸습니다. 사실 x20 교환건 [http://flymoge.tistory.com/459] 때문에 담당자를 닦달하러 갔지만 현실은 골든이어즈에 측정갔다고 제품조차 없다더군요ㅠㅠ. 그래서 그낭 여러가지 청음만 하고 왔습니다.

먼저 x20의 경쟁상대로 지목되었던 Aurvana (얼바나) 3를 먼저 청음했습니다. 예상대로 소리가 무지무지 마음에 안 들더군요. 저음은 두텁고 고음은 어디갔는지 찾을 수도 없고. 저음이 이 정도로 때려주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고 편안하다는 생각도 잘 안들었습니다.
디자인을 보니 생각보다 유닛이 크고 두껍더군요. 귀가 작은 편인 저는 유닛을 착용하니 귀가 딱 들어차는 느낌이었습니다만, 그렇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자체도 그렇고 노즐도 짧아서 그런지 깊이 삽입할 수 없고 저가커널처럼 가볍게 걸쳐야 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본 목적인 im716의 비교기. 과연 er4s와 동일한 소리를 내 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테스트 방법은 같은 디바이스에 Y잭으로 er4s, im716을 연결해 같은 팁을 사용하여 L, R 중 하나만 선택하여 모노럴 청음을 수행했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이 위상차. im716이 네트워크를 통과해서 그런지 딱 저음의 반파장 정도 소리가 느립니다. 음원가지고 장난쳐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텐데 이건 한쪽 소리를 invert 건 소리입니다. 저음이 상실되고 머리가 아픕니다. 그렇다고 컴퓨터도 아닌 미니기기로 한 쪽 소리만 반파장 미룬다는 건 힘들죠.. 그냥 단순히 주파수 비교만 수행해 봤습니다.
결론은 같은 소리이면서 다른 소리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니 유닛은 동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상력이나 주파수 응답이나 특성이나. 하지만 하우징의 차이인지 노즐, 필터의 차이인지 소리가 아주 미묘하게 다릅니다. im716이 중저음이 아주 조금 더 나오고 고음이 더 정제된 느낌이 납니다. 그에 비해 er4s는 고음이 조금 거칠면서도 시원하게 나옵니다만, 막상 같이 들으면 큰 차이는 안납니다. 기분 탓일까요?

그래서 옆쪽에 있던 HF5랑 비교해 봤습니다. 귀가 째지는 줄 알았습니다. er4s에 비해 능률이 훨씬 좋아 볼륨이 많이 큽니다. 확실히 716과 hf5는 다른 유닛입니다. 능률 차이가 이렇게 클 리가 없거든요.
hf5도 좋은 소리를 내 줍니다. 하지만 그렇게 깊고 세밀한 소리는 아닙니다. 고음 해상력도 딸리구요. 716과 비교할 때 제 자작저항을 장착하고 좌우벨런스를 조정해서 동일볼륨으로 매칭한 후 청음해 본 결과입니다. hf5와 얼추 비슷하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역시 동일해 보이지는 않군요.

MC5의 소리와는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얼추 봤을 때는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mc5쪽이 크고 두껍습니다. 오히려 뚱뚱한 hf5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그 외 기기들 청음결과입니다.
MDR-7550 : EX600은 소유, EX1000은 다수의 청음 후 들어 본 7550입니다. 앞의 두 모델들보다는 플랫하긴 한데 그래도 음의 성향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 말 그대로 소니 스타일입니다. 여전히 어두컴컴한 소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발산하며 튀어나오는 음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가격이.... 과연 ex600을 처분하고 갈 정도의 가격일까요? 디자인도 제 취향으론 더 별로구요..

Westone 1~4 : 친구가 Westone 2를 소유하고 있어서 들어본 이후로 정식 청음이네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유닛 크기는 숫자가 올라갈 수록 커집니다만 그 소리가 그 소리 같습니다. 팁이 달라서 그런지 Westone 3는 고음이 더 잘나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실리콘팁 장착). 숫자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해상력이 좋아지고 고음의 맺음도 좋아졌지만 저걸 저 돈주고 사야하는지는 글쎄요. 편하고 안정적이긴 하지만 너무 특색이 없어서 말이죠. 그래도 1보다는 2가 낫고 2보단 3이 낫고 3보다는 4가 낫습니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전 2를 고르겠습니다.

UM3x : 그냥 Westone 시리즈를 선택하렵니다.

aurvana air : 오픈형은 이제 끌리지 않지만 이건 디자인에 반해서 지름신을 용캐 물리치고 있는 모델입니다. 귓구멍은 작은 편이 아닌데 유닛 착용이 정확히 되지 않던 점이 불만이고 가지고있는 cm7에 비해서 그렇게 좋은 소리인지를 잘 못 느꼈던 모델입니다. 싸게 풀린다면(반값 이상) 모를까, 당장은 살 일이 없겠네요.

데논 D5000 : 이거 정말 이 가격주고 사야하는 겁니까? 3k대가 푹 꺼저서 마치 저가형 DJ 헤드폰을 생각나게 하는 무서운 제품입니다. 기본은 되는데 저런 음 성향은 마음에 안드네요. 마치 제가 hd800보다 hd600을 선호하는 것 처럼 말이죠. 패드가 닳아서 그런지 편하긴 한데 너무 헐렁하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SRH840 : 사실은 940을 듣고싶었는데 저번에는 있다가 이번에는 가니 없더군요. 그냥 무난무난합니다. 저중고 다 잘 나오고 그렇게 답답하지도 않습니다. 플라스틱의 삐걱거리는 마찰음, 플라스틱 주제에 무거운 본체, 전화선 코드만 제외하면 말이죠. 모니터링 성향 좋아하시면 개인적으로는 7509보다는 이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조금 더 음악감상을 지향하니까요.

SR80 : Rock Is Grado라는 말이 있습니다. 계속 이 제품을 잊고있다가 보이길레 냉큼 청음해 봤습니다. 마땅한 락 곡이 없어서 일렉트로니카를 달렸는데, 흠.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일까요? 그냥 살짝 자극적이기만 했고 그저 평범한 오픈형 헤드폰이었습니다. 오히려 중고음이 너무 잘나와서 그런지 초고역대가 커널처럼 실종된 느낌이 있었습니다.

DT880 : 이건 갤럭시 S 직결로 물려서 정확하게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좋습니다. dt440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전부 잡아주는군요. 하지만 여전히 5~7k대가 쏜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살짝 까칠하죠. 그리고 가격표를 보고, 그냥 dt440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해줍니다.

T5P : 이거 상당히 비싼 놈인데 소리가 매우매우 이상합니다. 유닛 위치가 이상해서 그런지 테슬라 드라이버 특성이 그런지(아마 후자일 걸로 보입니다) 공진이 상당한 양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강제로 3D음장을 먹인 듯한 소리. 공간감에 도움이 되긴 될까요? 주파수 응답도 뭔가 복잡하게 되어있고 딱 좋다고 말하기는 힘든 소리입니다. er4 소리가 마음에 드신다면 아마 적응하기 힘들 소리일 것 같습니다. 만듦새는 정말 좋지만요.

시간이 넉넉했으면 더 많이 들어봤을텐데(베이어 헤드폰류) 조금 바빠서 이 정도 듣고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