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이트(라고 해봤자 대부분 아시는 곳이긴 하지만)에서 최근 상당히 화제가 된 제품을 구했다. 에티모틱의 er4s의 그래프와 거의 동일하다는 소문이 퍼진 알텍랜싱의 im716이 바로 그 주인공.

사실 이 이어폰이 출시된 지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네이버 검색에서 보면 케이벤치에서 작성한 광고용 기사가 있는데 2007년 12월 작성된 기사에 나온 정가는 145,000원. 그 당시에는 그저 그런 가격이었다. 애초에 알텍랜싱이 유명한 이어폰 제조사는 아니었기때문에 묻힌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제품의 진가는 해외구매에서 드러났는데 정식출시 전에도 해외 사이트에서 40$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아무런 소식도 없이 그저 조용히 묻혀가는 이어폰이었다. er4와 동일한 드라이버를 사용했지만 소리가 영 별로였다는 것이 당시 평가. 하만카돈의 유사제품도 역시 묻혔다.
하지만 최근 한 사이트에서 er4 소리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계측을 했다. 그래서 나온 그래프가 위의 사이트에 표기된 그래프. FR그래프만 보면 er4s와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다.
그러자 인터넷에 올라온 im716 재고가 갑자기 동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사실상 구할 수 없는 상태. 그런 상태에서 im716을 구한 나는 위너일지도 모른다.

 
일단 패키지가 좀 신기하게 생겼는데 재질이 스티로폼이다ㅡㅡ 스티로폼으로 만든 케이스에 앞쪽에는 이어폰, 뒷쪽에는 케이스와 사용설명서 등이 들어있다.
저놈의 케이스는 도저히 쓸 수가 없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데 크기가 내 갤럭시 s만하고 두께는 3센티 정도 될 것이다. 즉 케링 케이스가 아니라는 말. 고로 꺼내자마자 다시 창고에 처박았다.

 
이어폰은 지극히 MC5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인데, 마감은 영 별로다. 접합부분에 때가 낄 정도로 부드럽지 못하다.
팁은 딱 3단팁과 폼팁 2개가 전부. 타회사 팁이 호환되기 때문에 다른 팁이 있다면(아니면 3단팁이 들어가지 안으면) 그 편을 더 추천하는 바이다.
아래쪽의 큰 덩어리(?)는 볼륨조절기 + HD-Bass 모드 전환기인데, 일단 너무 크다. 이어폰 크기의 몇배인가ㄷㄷㄷ.
신기한 것이 모드 전환기인데 단순저항이 아니다. 집에 있는 자작저항을 물려봤는데 HD-Bass모드가 바뀌는 듯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외국사이트에서는 단순저항값은 5옴인데 5옴을 물려서는 그런 소리가 안나온다는 것으로 봐서 내부에 간단한 회로(RC로 추정)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저 모드전환기가 고장나면 HD소리를 듣기 힘들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소리는 어떤가?
먼저 이 소리가 MC5보다 못하다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내가 들었을 때 MC5랑 er4랑은 완전히 다른 소리였다. 일단 mc5는 고역이 너무 먹먹했다. er4의 장점은 칼같은 해상도인데 그것도 잘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분명히 같은 3날개(트리플)팁을 착용하고 같은 깊이로 삽입했는데도 소리가 너무 차이가 많이 났다. mc5는 먹먹하고 er4p는 좀 쏘는 듯한 느낌. 해상도는 당연히 er4의 승리였지만 er4도 고음대역폭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상태에서 716을 딱 들었을 때 떠오른 소리가 딱 er4s였다. er4시리즈가 내 손에 없기 때문에 정확히 같은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속에 남아있던 er4소리와 굉장히 흡사했다. 동일까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조만간 청음샵을 다시 찾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음역대로 분석하면
극저역은 좀 아쉽고 
저역은 생각보다 잘 나오고 
중저음역은 너무 나서지 않고
중역은 밀리지 않고 
중고역은 쏘지 않고 
고역은 깔끔하고
극고역은 뻗는 것이 아쉽다.
소리의 특성으로 분석하면
해상도는 (당연히)좋고
분리도도 좋고
공간감은 많이 좁고
타격감은 일정 수준은 되고
차음성은 최고다

그 외의 특징은
노즐이 살짝 굵은 관계로 삽입이 좀 더 힘들었다랄까, 팁이 얇아서 3단팁의 맨 끝 날개가 자꾸 접힌다. 3단팁을 완벽히 착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er4는 필수템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나도 그런 편이 아니라 슈어 실리콘 소팁을 최대한 밀어넣으면 3단팁과 유사한 소리가 났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이번에 구입한 x20의 폼팁을 장착하면 소리가 훨씬 다이나믹하게 변한다. 저역이 증가하고 중음이 들어가고 고역의 혼잡함이 정리되어 깔끔해지는, 일종의 돈샤리 소리가 된다. 전체적인 성향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플랫하면서도 재미있는 소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한 특성은 3단팁, 다이나믹한 특성은 폼팁으로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소리를 싸게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 이어폰이 er4랑 닮든 닮지 않았든 소리가 좋으면 그만인 법이다. 내가 보기엔 이 제품은 자기 값 그 이상의 성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과감히 추천할 수 있다. 단 물량이 있을 때의 얘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