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폰 패드의 상태가 소리에 미치는 영향 = 아주 크다

나에게는 이 고물 PRO700이 있다. 2007년 12월에 구매했으니 거진 4년간 써온 셈이 되는것. 그래도 곱게 쓰는 편인지라 아직까지 부서지거나 선이 끊어질 기미 하나 보이지 않는 아주 쌩쌩한 녀석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헤드폰의 이어패드^[각주:1]의 가죽이 너덜너덜해져서 떨어질 때로 떨어진 것.

출처 : http://www.geocities.jp/ryumatsuba/column63_1_thumb.JPG

바로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 이어패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고 저 비닐조각들이 자꾸 바닥에 떨어지거나 얼굴에 달라붙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냥 한번에 다 떨어지면 좋겠지만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 게 더 짜증난다.

저런 현상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얼굴에서 나오는 피지다. 물론 마찰에 의해서 손상되는 경우도 있지만 피지가 가죽이나 비닐과 만나 굳어지고 갈라져 뜯어져 나오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식수입처인 극동음향에 문의한 결과 pro700의 이어패드 한쪽은 6,000. 한 쌍과 배송비를 합해 14,100원을 지불하면 새로운 이어패드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뭐 15만원짜리인데 3년 쓰고 그 정도 유지비야....

그런데 패드를 교체하고 최근 한 블로그(?)에서 아주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이어패드의 열화에 따른 음의 변화^[각주:2]

링크 : http://www.geocities.jp/ryumatsuba/column63.html

위 블로그(라기보다 홈페이지 http://www.geocities.jp/ryumatsuba/)는 헤드폰&이어폰 리뷰어로 상당히 유명한 곳이다.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개인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자료와 측정치가 올라와있다. 주파수 응답은 물론 CSD, Step Response, 그리고 Harmonics 까지 측정해두고 동가격대, 동성향대의 헤드폰들과 비교한 글들이 나와있다.

이 홈페이지에서 가장 흥미로운 글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100엔짜리 이어폰에 대한 리뷰다. 그저 싸니까 별로 라는 대충대충한 평가가 아닌 음의 성향과 문제점들을 파악해서 다른 저가형과 비교하는, 그야말로 아주 상세한 글을 볼 수가 있다(하지만 일본어 크리). 이 블로그의 글에 내가 신뢰성을 둘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패드 이야기로 돌아와서, 테스트한 헤드폰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를 보면 아주 흥미롭다.

 역시 출처는 위 사이트와 같다.
빨간색의 그래프가 새 이어패드의 주파수 응답 그래프(이하 FR), 파란색의 그래프가 6 년 지난 이어패드의 FR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저음. 거의 10dB에 달한 저음이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날카로운 음역대인 2~3kHz 대가 조금 올라가 쏘는 느낌이 강해졌다는 내용도 있다. 작자도 말했지만 CSD그래프가 있었더라면 더욱 정확히 언급할 수 있었지만 패드가 너무 낡아서 측정불가능했다고ㄷㄷㄷㄷ

결론은 내 pro700의 이어패드가 낡아감에 따라서 저음이 새나갔다는 것이다. 3년 지난 제품이 왜 저음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나왔다. pro700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강한 저음이 사라진 것. 그 당시 리뷰할 때 이어패드가 슬슬 갈라지기 시작한 때였기 때문에 수긍이 가는 점이다.

내가 가진 음향기기가 항상 좋은 컨디션에 있기는 참 힘든 일이다. 헤드폰은 이런 피지제거만 충실하게 해주면 되니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귓속에 삽입하는 커널형의 경우 팁청소, 필터청소, 선제관리, 습기관리 등 신경쓸 것이 많다^[각주:3]. 새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 이후의 관리법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1. 헤드폰과 신체가 닿는 패드를 말한다 [본문으로]
2. 원제 : イヤーパッドの劣化による音の変化 [본문으로]
3. 물론 환경에 민감한 BA Type에 해당하는 경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