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에 걸친 관광&쇼핑으로 인해 양 손에 들고 있는 짐 양이 상당했을 뿐더러 체력적으로 무리를 느낀 친구들이 조금 쉬자고 했다. 그래서 아키하바라를 떠나려고 역으로 향하는 중 게임센터가 눈에 띄었다. 게임광, 정확히 말하면 철권광인 친구가 밥통을 지나갈 리 만무할 터. 일단 들어가보자고 우리들을 꼬드겨 결국 못 이기는 척하고 들어갔다.
이상한 게 일본의 게임장은 다층구조가 많다. 면적을 작게 차지해야해서 그런지 자그마한 매장에 층을 높게 올리는 것이 더 득인 모양이다. 여튼 입구 주변이나 저층에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인 크레인(뽑기)라던지, 크레인이라던지, 크레인이라던지.... 아니면 스티커사진 촬영기 등 우리나라 게임장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게임들이 많다.
좀 더 고층으로 올라가면 그제서야 우리들이 보던 게임이 나온다. 이런 비디오게임의 원조 일본인 만큼 평소 오락실에서 보기 힘든 별별 종류의 게임기가 다 보인다. 랄까 난생 처음 보는 비디오게임들도 보인다. 친구는 유비트 한판 하고 철권으로 달려나갔고, 다른 친구 한명도 철권하러 가버리고 뒤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뭐랄까. 워낙에 유명한 아키하바라라서 그런지 어떤 외국인 한 명이 담배를 열심히 피워대며 철권을 쓸고있었다. 친구랑 막상막하로 대적하는 모습이 여느 게이머와 다를 바 없었다.
츠쿠바역의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츠쿠바를 타고 호텔 주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호텔로 돌아오는 길을 잘 모르겠다. 다른 출구로 나와버린 것인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 짐을 잔뜩 들고있는지라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많다보니 서로가 여기로 가야한다며 우기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폰을 켜서 GPS를 잡으려고 했는게 그것도 잘 안됬다. 처음에 나는 올바른 길을 제시했는데 묵살되고 친구의 의견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무리 걸어가도 호텔이 나오지 않았다. 점점 골목 깊숙이 들어가는 분위기. 결국 GPS를 잡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시작할 때는 이미 호텔로부터 상당히 멀어저 있었다.
최단거리를 계산해 걸어가고 있는데 주변 풍경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와 공원이 보이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도 보인다. 철거되어가는 건물들과 조금 어둑칙칙한 건물들. 딱 서민주택가라는 느낌이다. 혼잡한 대도시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들. 불과 거대전자상가인 아키하바라와 단 1역 떨어진 곳이 이렇게 다르다. 여러 면의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게 도쿄의 재미이기도 하고.
호텔 앞으로 다와 갈 때쯤 시장을 발견했다. 최근에 리모델링한 전통시장을 보는 느낌. 저렴한 가격의 가게들이 참 인상 깊었다. 그러나 역시 두드러진 것은 문이 다 닫혀있다는 것. 토요일 오후에 이렇게 닫아놓은 모습은 우리나라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장면. 이날 장사 안 하면 언제 돈 버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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