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다보면 식사에 대해서 2가지 타입이 있다.
철저하게 메뉴와 가게를 미리 알아가 줄 서가며 기다리는 타입
vs
지나가다 괜찮아 보이는 가게가 보이면 큰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타입.
이번 여행에서는 후자를 택했고, 결국 이케부쿠로 어느 골목길 안의 어느 라멘가게로 들어갔다. 주변에 라멘가게가 몇 개 있었던 것으로 보아 나름 장사는 잘되는 것 같아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전직원이 경쾌하게 인사를 한다. 손님이 나갈때는 물론, 음식이 앞에 나올때도 모두 같이 합창을 한다. 가게 분위기는 좋게 말하면 라면이 어울릴 분위기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원래 전구가 전부 백열전구인데, 카메라가 이상해서 하얗게 나왔다)
가게 문 옆에는 식권을 뽑는 자판기가 있고 테이블 몇 개가 놓여져 있었다. 가게 벽면에는 글씨를 써두거나 메뉴, 맛 등에 대해서 빈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붙어있어 조금 난잡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직원이 좌석안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원래는 우리나라의 패밀리레스토랑처럼 사람 수를 묻고 지정된 좌석으로 안내하는 것이 기본이나 인사 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자리가 빈 곳에 앉으니 직원이 식권을 뽑아오라는 것이다. 그렇다. 입구 앞에 자판기가 놓여있던 이유는 들어오자마자 메뉴를 정해 식권을 미리 뽑아두고 자리에 앉으면서 식권을 건내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전에는 자판기가 있어도 메뉴판을 따로 내주는 가게는 보았는데 이렇게 자판기로 모든 것을 해결해버리는 가게는 처음봤다. 심지어 주문 받는 사람이 따로 있음에도 말이다. 나중에 다른 손님들이 하는 행동을 보니 인사를 받고 바로 자판기에 줄을 서서 자기 식권을 뽑아 건내주더라.
그래서 식권을 뽑으러 자판기로 갔다. 근데, 라멘 메뉴판을 읽을 수가 없다. 작년에 갔던 큐슈 장가라도 그렇고 왜 라멘집은 나 같은 초보자가 읽기엔 너무 어려운 날림체를 메뉴판에 사용한 것인지. 혹시나 해서 외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냐고 물어보니 있다면서 외국어 메뉴를 받았다. 놀랍게도 한글도 있다(여기 유명한 곳인가?) 다행히 친구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가게에 들어가면 외국어 메뉴판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렇게 메뉴판을 보고 다시 입구로 가서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고 점원에게 가져다 주니, 나미(並)인지 오오(大)인지 물어본다. 더 많아서 나쁠 것 없잖아? 그래서 오오모리라고 했더니 추가금액도 없이 큰 것 주문이 들어갔다. 음? 음식을 남기지 마라는 것인가? 어쨌든 큰 거 2개, 작은 거 2개를 시켰다.
결과물. 저 큰 김을 어떻게 처리하라는건지 잘 모르겠지만(그냥 넣어버렸다) 일반적인 라멘이었다. 돼지고기, 반숙달걀, 파 등등. 면은 딱 탱탱할 정도로 잘 삶아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국물이 상당히 신기했다. 분명히 육수이면서도 후추가 많이 들어간 건지 전혀 느끼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나중에 친구가 말하길 자긴 육수국물을 무지하게 싫어하는데 이건 정말로 맛있더라고 했다. 다만 가면 갈수록 국물이 질려가는 현상이 나타나 나 말고는 국물을 그대로 남기고 왔다. 내 입맛에는 이 정도면 정말 맛있었다.
참고로 라멘그릇 뒤에 놓인 것은 생마늘. 집게와 분쇄기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빻아 넣어 먹으라는 것 같은데, 괜히 라멘 맛 버릴까봐 시도해보지는 못했다.
아무 가게나 찍어서 들어가긴 했는데 예상 이상의 성과를 얻어냈다.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가? 이번 여행 중 라멘 꼭 한번은 먹겠다는 다짐이 훌륭하게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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