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여행을 하다 보면 마지막 날 여행이 가장 껄끄러울 것이다. 특히 비행기가 오후 늦게 돌아가는 비행기라면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소지품을 모두 들고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호텔이 공항과 접근이 좋은 지역에 있다면 경우에 따라 호텔에 짐을 맏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짐을 모두 들고 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일행 중 한 명을 희생시켜 짐을 모두 공항에 보관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ㅠㅠ).

이러한 여행객들을 위해 준비된 시설이 바로 코인락카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물건을 넣고 열쇠로 잠그는 형식이다.

동영상에서 잘라온 사진이라 흔들렸지만 옆에 보이는 것이 코인락카다. 이 보관함은 대부분의 역, 그러니까 JR, 지하철, 사철 등 거의 모든 역의 출구의 개찰구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즉 열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지나고 짐을 넣은 뒤 주변관광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살인적인 가격. 가장 작은 것이 300엔, 그 다음 크기가 400엔, 가장 큰 것(역마다 없는 경우도 있다)이 500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것이 비싸면 1500원 정도지만 여기에서는 물건 보관 한번 하려면 5000원은 기본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해당 부근의 관광을 마치고 다른 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짐을 꺼내야 하는데 당연히 돈은 반환되지 않는다. 다시 다른 역으로 이동해 동일한 요금을 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놈의 락카비용만 1일 1000엔은 기본으로 잡고 있어야 할 정도다. 혼자 여행하는 경우라면 피눈물을 흘리며 끌고 다니는 캐리어 하나 또는 두 개를 비싼 가격으로 보관해야 하며, 인원이 많은 경우에는 최대한 부피를 줄여서 가장 큰 락카에 넣은 뒤 돈을 분배하면 그나마 1인 부담이 줄어든다.

그럼 가장 중요한 크기는 어느정도일까? 들고있는 물건을 직접 집어넣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일단 참고용으로 기재한다. 경험상 300엔 락카에는 꽉 찬 등산용 가방 2개가 최대, 400엔 락카에는 높이 60cm 정도의 캐리어 2개가 최대, 500엔 락카에는 캐리어 2개와 배낭 1개가 넉넉히 들어갈 정도가 된다. 나는 친구와 캐리어 1개씩 2개를 같은 사물함에 넣고 각각 200엔씩 지불했다.

기본적으로는 100엔짜리 동전을 사용한다. 그래서 작은 액정 표시판에 남은 금액이 표시되고 동전을 넣어 0이라는 숫자가 보이면 키를 왼쪽으로 돌려 잠그고 열쇠는 꺼낼 때까지 보관해두면 된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자식으로 잠그는 락카도 있다. 내가 보았던 기종에는 한국어를 지원하는 것도 있어 편리하게 사용가능했다(단 음성은 계속 일본어였다). 원하는 칸에다 짐을 넣어두고 스크린으로 그 칸을 선택해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면 영수증으로 암호를 발행한다. 이 영수증의 암호가 꺼낼 때 열쇠 역할을 하므로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실제 락카 이용 영수증이다. 鍵番号(열쇠번호)라고 적힌 항목이 암호이다. 이 번호를 입력해야 짐을 꺼낼 수 있으니 주의

하지만 우월한 교통카드는 여기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교통카드를 이용한 결재를 선택하면 교통카드에서 해당하는 금액이 빠져나가게 되고 찾을 때도 카드를 갖다대는 것으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이 얼마나 편리한가. 괜히 열쇠 형식으로 잠궜다 열쇠를 잃어버리는 위험보다는 교통카드를 이용한 방법이 훨씬 안전할 수도 있다.

간혹 이 락카가 비싸서 그냥 캐리어를 끌고다니는 분들을 종종 보는데, 그냥 돈 좀 쓰시고 짐 보관해서 다니시길 바랍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 시끄러운 바퀴소리를 들려주려는 의도가 아니려면 더욱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