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내리니 시간이 거의 자정을 항해 달리고 있었다.

내리자마자 본 광고인데,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옆에 지나가는 여자분들마다 "저거 아라시(嵐)지?" "와 아라시가 광고하네" 라고 한 마디씩 툭툭 던저주고 가셨다. 덕분에 한 컷 찍고 나왔다.

입국사무소에 여권을 제시하면 상륙허가가 난다. 90일간은 공항에서 받은 도장으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약간 기분이 좋지 않은 게 양 검지 지문채취와 사진촬영. 사진빨이 무지 안받는다는 건 둘째치고 이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 시간을 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다음 비행기에서 작성한 출입국카드를 내러가면 소지품검사를 한다. 당시 직원이 매우 귀찮았는지 인원만 확인하고 보내줬다.

그렇게 절차를 끝내면 공항으로 나올 수 있다. 대부분의 올빼미 여행의 경우(특히 김해에서 출발하는 경우) 금요일 밤-토요일 아침 숙박을 지원해주고 호텔까지 여행사 제공 버스로 태워준다(아니면 공항에서 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 물론 택시는 있다.) 여행사 직원을 만나 버스를 찾으니 4개의 여행사에서 온 4개의 호텔로 가는 사람들을 모두 태우고 있었다. 버스 기사분이 얼마나 친절하신지 "승차권 받아가겠습니다" "짐을 맡아두도록 하겠습니다. 이쪽으로 타세요" 등(단 모두 일본어..) 처음 접하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친 친절에 몸 둘 바를 모른다. 겉 마음과 본심이 다른 일본인이라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짐을 맡기고 버스에 탔다.

그러고 보니 난생처음 일본에서 움직이는 차량을 타는 것이었다. 정말 외곽부로 가지 않는 이상 도쿄여행에서는 버스 탈 일도 잘 없다. 질릴 정도로 전철&지하철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버스를 탈 기회가 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버스보다는 폭이 좁았지만 엔진소리가 정말로 조용했다. 같이 탄 일행들이 모두 놀랄 정도. 엔진이 고회전을 하지 않는 이상 승용차 정도의 엔진소리였다.

호텔을 3개나 돌아 거의 1시간만에 호텔인 호텔 빌라 폰테누 우에노 (Hotel Villa Fontaine Ueno, 아 길다)에 도착했다. 호텔에 들어가니 젊은 청년이 "나름" 알아먹을 수 있는 영어로 설명을 해줬다. 나만 있으면 일본어로 충분하지만 일행 중 반이 일본어를 몰라 그냥 영어로 응답했다.

호텔 로비. 아침에는 여기가 식당이 된다.

좁은 통로, 좁은 공간, 작은 침대, 작은 TV, 좁은 욕실,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는 곳. 그것이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이다. 에어텔 상품은 대부분 이런 비즈니스 호텔이 자게 되는데 이정도 시설이면 개인적 기준으로 "중". 평범하다. 작년에 묵었던 호텔 보다는 못하다. 후에 지하철역 광고에서 보니 2008년에 리뉴얼했다고 하고 시설과 가구들도 깨끗했으니 크게 불만은 없다. 딱 한가지 흠이 있었다면 냉장고 소음. 소리가 꽤 시끄러웠는데 끌 수가 없었다. 덕분에 잠을 좀 설쳤다.

TV위에 충격적인 것이 놓여져 있었는데 호텔 측에서 준비해 둔 성인물 광고지다. 한 장이 아니라 상당히 많았던 것에 충격. 호텔 TV 카드를 구입하면 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여튼 혹시 가족끼리 가는 여행이라면 이런 문화적 시각차에 대한 대비를 하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씻고 침대에 들어가니 하던 GOSICK 1화. 봤는데 내 취향은 아닌 듯 해서 그냥 끄고 잤다. 이때 시각이 거의 새벽 2시. 예고처럼 마도카 마기카를 보려고 했으나 TV가 아날로그라서 방영시간을 알 수 없었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나기로 해서 그냥 포기하고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