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에는 하루에 아무리 적게 전화가 와도 수백통씩 전화가 걸려온다. 우리동은 전화회선이 5개가 있는데 평균적으로 2개 이상은 활성화되어있고 바쁘면 5개 회선이 다 차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해서 전화응대를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줘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간혹 정말 대책없는 인간들이 있다. 전화상이라고 욕하고 막말하고 대화가 안되는 경우. 정말 끊을수도 없고 대응하기도 싫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한 사람이 배고프다고 쌀 좀 달라고 전화가 왔다. 첫마디가 다짜고자 쌀을 내놓으라니, 돈을 달라니 하는 인간들 참 많다. 솔직히 정말 짜증난다. 참자참자. 내가 성인군자가 되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

나 : 쌀 신청은 하셨습니까?
남 : 했죠. 근데 왜 쌀이 안나오는 겁니까? 배고파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이거 뭐..
나 : (말을 끊고)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남 : xxx이요. 그 대장보면 한포 신청했는거 바로 알잖아요?
나 : 죄송하지만 성함을 다시 한번 불러주시겠어요? 저희 쪽에는 내역이 없네요.
남 : (이름을 한글자씩 설명해준다)
나 : 선생님, 찾아봤는데 저희 동에는 안계시네요. 주소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남 : 103동 xxxx호요.
나 : 아파트 명을 불러주시겠어요?
남 : 본동아파트요

잠깐만. 본동아파트 거기가 어디임? 분명히 우리 관할에는 없다. 검색엔진의 힘을 빌렸다.
 

그런거 없다.

나 : 선생님, 저희동에 본동아파트는 없습니다. 어느 동에 전화 거셨는지요?
남 : xx동 아닙니까?
나 : 맞습니다만 선생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동에 본동아파트는 없습니다.
남 : 아이씨, 아 왜 그 송원초 앞에 있는 아파트 있잖아요

송원초등학교? 역시 첨 듣는 이름. 검색 엔진의 힘을 또 빌려봤다.

참고로 여기는 대구입니다.
 
나 : 선생님, 여기 xx동입니다. 저희동에 본동아파트와 송원초등학교 둘 다 없습니다.
남 : 아이 시xx끼야, 동사무소 직원이 자기동에 뭐가 있는지도 몰라? xx동이라면서 그딴거도 모르냐?
툭.

아니, 누구는 전국의 아파트 위치를 다 꾀고있는 신인줄 아십니까? 부동산 업자도 자기 관할 아니면 모릅니다. 끝까지 우리동이라고 우기면서 자기 잘 났다고. 이런놈이 수급자라니.... 참 한숨 밖에 안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