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뀐 탓인지 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친구들이 어차피 아침에는 가게가 문을 열지 않으니 천천히 출발하자고 했다. 9시 출발을 예정하고 짐을 챙기며 오늘의 여행지에 대해서 논의해 보기로 했다.

올빼미 여행의 최대 단점은 여행의 절반인 둘째 날의 경우 소지품을 모두 들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 명을 희생해서 공항 락카에 짐을 다 맞겨 버리는 방법, 또는

*호텔에 짐을 맞기고 갈 때 찾으러 가는 방법, 그리고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역에 짐을 맞기는 방법

등의 짐을 들고 이동하지 않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이 단 하나도 없었다. 결국 우리들은 짐을 모두 들고서 이동해야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거의 20kg에 달하는 짐(산 게 너무 많아서)을 끌고 다니며 역 코인락카가 보이는 대로 짐을 집어넣기로 했다.
 

올빼미 여행과 같이 따로 소포를 부치지 않는 단기여행자들의 경우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수화물로 보내는 가방이 거의 유일하다. 즉 모든 짐을 캐리어에 넣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CD와 같이 케이스가 잘 깨지는 물품을 잔뜩 사들고 가는 경우 비행기 수화물로 보내면 정말 원본보장을 하 못할 정도로 위험하다. 물품을 "내 손에" 두어야 안심이 된다.

이걸 다 챙겨가야 한다는 말이지…

 

결국 온갖 머리를 쥐어 뜯어가며 친구와 나는 가방 속에 물건들을 쑤셔넣기 시작했다. 나는 작년의 경험을 되살려 올 때 뽁뽁이 한 롤을 싸 왔다. 친구과 나눠가지면서 피규어나 블루레이 박스 같은 초고가 물품을 싸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푹신한 옷으로 겉면의 충격을 보호하는 내공을 발휘했다. 특히 수화물로 물건을 보내는 경우라면 더욱 신경 쓰자. 저번에 수화물로 보냈을 때는 가방 윗부분에 구멍을 만들어올 정도로 대충대충 관리하는 듯 하니까.

 

그렇게 짐을 싸고 여행할 장소를 정했다. 후보로 아사쿠사, 하라주쿠, 시부야, 에비스, 긴자, 나카노, 아키하바라 재방문 등이 후보에 올랐고 필수관광지로 마지막에 오다이바를 넣었다. 아키하바라에 또 갔다간 정말 교통비조차 잃어버릴까봐 일단 패스. 나카노는 사철 타고 너무 멀리 나가야해서 패스. 하라주쿠는 작년에 갔고 시부야는 의외로 별로라는 친구의 의견. 도쿄 유경험자 2명과 무경험자 2명의 .토의를 통해서 아사쿠사에서 에비스 또는 긴자 마지막으로 오다이바 순서로 관광하기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그날 오다이바에 도착하고 알게 되었지만 하루에 돈다고 마음먹으면 위의 장소 모두를 다 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모자랄 것 같이 보이지만 체력만 있다면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 다 돌 수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

 

그 다음 결정할 것이 동선문제. 도쿄에 오기 전에 동선을 다 짜두었던 작년 여행에 비해 이번에는 위에서 보다시피 그날 갈 곳을 즉석으로 정해서 이동하는 방식이라 동선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우에노에서 아사쿠사까지는 1정거장이니 간단하지만 에비스와 긴자, 오다이바를 잇는다는 것은 거의 도쿄의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이라 이동경로가 이상하게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폰에 저장된 구글맵을 이용하고 역에 비치된 노선도를 참고하니 간단하게 해결이 되었다. 단, 교통카드를 쓴다는 조건 하에. 후에 린카이센을 이용할 때 웃긴 상황이 발생해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 교통카드를 만드는 것이 훨씬 좋다. 500엔이라는 비용을 지불해도 말이다.

 

그렇게 2일째의 아침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