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다음 목적지는 아키하바라이다. 아사쿠사는 직접적으로 야마노테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이동해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http://www.jorudan.co.jp/ 사이트에서는 아키하바라까지의 이동방법으로 환승밖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약간의 편법이 필요하다.

먼저 새로 만들어진 츠쿠바 익스프레스를 소개한다. 츠쿠바 익스프레스란 2005년에 개통한 얼마 안된 새로운 노선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이드북에서도 언급이 거의 안되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이 노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도시 근교 철도로 츠쿠바에서 아키하바라까지 연결되는 노선인데, 아마 도쿄 도심을 도는 노선이 아니라서 츠쿠바에 갈 일이 있는 사람 외에는 별로 탈 일이 없을 거라 본다. 그러나 한가지 좋은 점은 아사쿠사와 아키하바라까지 바로 연결된다는 점. 앞 글에서 잠시 언급했던 역이 츠쿠바 익스프레스의 역이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가격. 200엔. 조금 비싸다. 하지만 시설도, 열차도 모두 새것이라 한번 타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 게다가 아키하바라 UDX 바로 앞에서 내리므로 접근성도 상당히 좋다. 들은 바로는 아키하바라 주변 도시계획이 츠쿠바 익스프레스와의 연관성을 고려해 짜였다고 한다.

두 번째 방법은 도쿄메트로를 이용하는 방법. 아사쿠사를 지나가는 지하철은 긴자센. 단 내리는 역은 아키하바라가 아닌 広町(스에히로쵸)라는 역에서 내린다. JR 아키하바라 역에서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같은 아키하바라라서 크게 신경 쓰이는 점은 아니다. 가격은 160엔. 조금 싸기는 하지만 거치는 역 수가 츠쿠바 익스프레스에 비하면 무지하게 많다. 선택은 그야말로 지 맘대로다.

앞에서 자전거 주차장에서 츠쿠바 익스프레스 아사쿠사 역으로 들어가봤다. 그 이유는 친구가 화장실이 급했기 때문. 그래서 지하철 역이라면 화장실 정도는 있겠지 싶어서 급한 김에 들어가봤다. 찾아가면서 발견한 것이 요금표랑 노선도.

요금표라는 것은 가고 싶은 역까지의 금액이 적힌 표를 말하는데, 교통카드를 구입하지 않으면 미리 구간별 요금을 알아가서 메모해놓은 것을 보지 않는 이상 요금표를 보지 않고는 표를 구매할 수 없다. 심지어 처음 오는 일본인들도 열심히 처다 보고 있는데, 뭘. 교통카드를 미리 구매해놓았고, 가는 구간마다 요금을 모두 알아놓은 나로서는 매일 밤마다 남은 요금을 계산해서 사용했다. 따라서 요금표를 유심히 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러던 중 화장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위치가 하필이면 개찰구 넘어서 있다. 이런 젠장. 화장실 정도는 그냥 공짜로 쓰게 해달라고. 심지어 얼마나 심각하면 일본여행 팁에 화장실이 급하면 편의점에 문의를 해 이용하라고 하겠냐. 표를 끊지 않고서는 역의 화장실도 쓸 수 없는 쪼잔한 동네다.

결론적으로는 나는 도쿄메트로를 선택했다. 이유는 딱히 없다. 다만 위에서 천천히 내려가면서 아키하바라를 감상하기로 했다.

아키하바라에 가기 전에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솔직히 아키하바라 안에서 밥을 먹으려니 딱히 규동집밖에 안 보인다(그렇다고 아사쿠사도 딱히 먹을 게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雷門通り(카미나리몬도리. 말 그대로 카미나리몬 앞에 있는 큰길)에 있던 모스버거(Mos Burger)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게 앞에서 상당히 망설였다. 일단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햄버거 주제에 가장 기본적인 모스버거랑 콜라만 시켜도 거의 500엔이다(정확히는 490엔). 우리나라 햄버거 값도 상당히 많이 올랐지만 당시 환율로는 거의 우리나라의 빅맥 풀 세트를 사고도 돈이 남는 가격. 뭐 좋다, 결국 앞에 붙어있는 무지 맛있어 보이고 비싼 햄버거들을 먹으러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나의 음식점 원칙은 가격에 상관없이 그 가게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를 먹어보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먹은 메뉴, 앞으로 나올 메뉴 전부다 기본, 그리고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선택해서 먹었다. 그게 그 가게를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 그래서 내가 시킨 메뉴는 모스버거랑 콜라. 그 외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가격은 위에 나와있는 데로 490엔. 그러면 뭐가 나오는가 하면..

세상에, 딴 건 그렇다고 쳐도 녹색 야채가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안에 양파가 (좀 많이)있긴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모스버거 이름은 상당히 유명한데, 얘들은 햄버거를 주문 들어오면 그때부터 만든다. 패스트푸드이면서 패스트푸드가 아니다. 그래서 메뉴가 나올 때까지 상당히 기다려야 한다. 가이드북에서는 나름 건강식이라고 적어놨는데, 솔직히 그건 아니고. 그냥 햄버거다. 다만 좀 천천히 나와서 그렇지. 녹색 야채를 먹어봐야 햄버거 재료 관리를 얼마나 신경 써서 하는지 알 수 있는데, 토마토 소스에 양파를 섞어 놓으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양파 맛만 봐서는 괜찮았다. 여기서 햄버거 제대로 먹으려면 우리 돈 만원쯤은 줘야 할 것 같다.

그럼 아키하바라로 가자. 실제로는 난 아사쿠사 역 바로 밑의 도쿄메트로 역인 田原町(타와라마치)에서 승차했지만 요금은 동일하다. 가는 길에 뭔가 있는가 싶어서 가면서 둘러보기로 했는데 은행밖에 없었다. 쳇 그러고 보니 지나가면서 은행을 상당히 많이 본 것 같다. 종류도 다양했던 것 같고.

(도쿄메트로 긴자센 시부야 행. 타와라마치(아사쿠사)에서 스에히로쵸까지 160엔 8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