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 주변부를 걸어 다니기로 했다. 별 의미 없는 도보. 정말 아무 의미가 없는 게 아무 가게도 문을 안 열어놨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전 9시란 말입니다. 이제 슬슬 문 열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다.

여기 분위기가 딱 요즘 한창 리모델링 중인, 아니 리모델링 된 시장 느낌. 사람이 워낙 없어서 원래 분위기가 잘 짐작이 안 되는데, 작은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시장의 느낌이 들었다.

한참 걸어가다 보니 갑자기 나이 드신 할아버지 분들 수십 분이 우르르르 몰려가는 것을 보았다. 걸어가면 갈수록 사람이 많아지더니 나중에는 거리를 메울 정도로 몰려가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난 것인가 싶어서 따라가보았다. 유난히 젊은 분들보다는 어르신들이 몰려가는 것도 신기해서 그랬고.

그 거리를 나와서 나오니 수 많은 사람들이 어느 한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층이 상당히 높은 건물. 흡사 작은 백화점의 느낌이 들었다. 뭐지? 입구로 가보았다. 입구에는 미성년자는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이 적혀있는 것으로 봐서는 심상치 않은 건물인데? 이 건물의 정체는 코너를 돌아보니 알 수 있었다.

바로 경마장.

TV로 말들이 달리는 모습과 알 수 없는 숫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니 이건 확실하게 경마장이었다. 아사쿠사라고 해서 절의 깨끗한 이미지만 생각하고 있던 나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이런 곳에 경마장이 있다니 (; ̄д ̄)↓↓

아사쿠사 신 극장이라고 하는 상당히 오래되어 보이는 영화관. 영화관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이미 옛날 냄새를 술술 풍기는 영화들로 추정되는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사진 오른쪽에 붙어있는 포스터는 미성년자에게 보여져서는 안될 수준의 포스터가 대놓고 걸려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아사쿠사=센소지 라는 이미지가 깨어지는 순간. 아사쿠사는 관광지라기 보다는 어르신들의 놀이터라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박혔다.

하지만 아사쿠사에는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건물들이 있었으니, 바로 파칭코 건물.

(위 사진은 아사쿠사 ROX로 흔히 말하는 쇼핑몰이다. 길의 흐름에 있었기에 넣어두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조금 화려한 깃발이 휘날리는 곳은 대부분 PACHINKO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앞의 자전거. 파칭코 가게 앞에 수십 대의 자전거가 존재한다는 게 약간 이해가 안 된다. 물론 파칭코가 도박이긴 해도 카지노 같은 느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차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할 정도로 부지런히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사진을 유심히 보았다면 또 다른 특징을 알 수 있다. 바로 자전거마다 바구니가 다 달려있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주부들이 타는 자전거가 아니면 바구니가 없거나 있어도 다 떼어놓고 짐은 자전거 뒤에다 싣는 게 보통이 아닌가(요즘에는 이마저도 다 차로 해결해버리고 정 안될 때는 걸어 다니는 게 대부분인데). 딱 일본 자전거의 이미지인 앞에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들이 파칭코 가게 앞에 서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쇼핑을 하다 잠깐 옆에 들려서 게임을 하는 주부들이 연상된다.

사실 아사쿠사는 옛날의 중심가였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보면 니혼바시 쪽도 중심가였다고는 하지만 이쪽에는 서민적인 중심가였다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경마장이나 애로 극장이나 파칭코 가게가 있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아까 ROX라는 곳을 잠깐 언급했었는데, ROX쪽에서 큰길 쪽으로 나오면 츠쿠바 익스프레스 아사쿠사 역이 있다. 그곳의 출구가 보이길래 들어가봤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단이 아니고 완만한 경사로이다. 일단 친구가 화장실을 찾아 다니고 있어서 들어가 보기로 했는데 이상하게 경사로가 길었다. 밑져야 본전, 어차피 지하철역 로고는 확실하게 보고 왔으니 들어가보기로 했다.

들어가 보니, 지하철 역의 자전거 주차장이었다. 역시 자전거 많은 동네다. 폭이 좀 좁아서 그렇지 길이는 상당히 길었다. 차가 못 들어가도 10대 이상은 들어갈 정도. 이곳에서 나오면 ROX 출구와 츠쿠바 익스프레스를 이용할 수 있다.

츠쿠바 익스프레스 부터는 다음 글에 자세히 언급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