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오도리(中央通り)로 나간다. 주위를 둘러보면 가장 많이, 그리고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소프맙일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아키하바라 파란색 간판은 거의 다 소프맙이라고 봐도 된다. 영어로는 sofmap이지만 일본어로는 ソマップ가 아닌 ソマップ이다.

토요일 12시쯤이라서 사람이 꽤 있었다. 걸어 다니면서 의외로 여성분들을 많이 보았다.

이곳은 사실 게임 판매상점은 아니다. 이동루트 상 가장 먼저 들린 PC 종합관에서는 오직 PC 부품만을 다룬다. 휴대폰을 판매하고, 컴퓨터 튜닝용 쿨러 같은 것을 팔고 있었다. 이런 면을 본다면 소프맙이 애니 상품이랑 무슨 관련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의 이미지가 컴퓨터 부품집이라는 생각이 박히면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애니 CD관이라던지 어뮤즈먼트관이라던지 들어가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소프맙은 중고소프트웨어를 많이 취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음악CD관에서는 이게 중고라고는 믿기지 않을 상태의 CD들이 믿을 수 없이 싼 가격(원래 판매가에 비해)에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음악CD관을 처음에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다른 중고 상점에서 잔뜩 구매한 후 음악CD관에 가니 똑 같은 CD를 몇 십엔 조금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아 좀 아쉬웠다. 여기 중고가격이 이렇게 싼지 모르고 소프맙 같은 이름 있는 곳보다 조금 조용한 상점의 가격이 더 싸겠지 생각했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물론 원가보다 훨씬 싸게 CD에 지문 자국 하나 없이 깨끗한 CD를 사왔으니 본전은 뽑은 것이라고 자기 합리화 시켜버렸다. 같은 돈으로 CD 한 장 더 살 수 있었는데 말이지…

소프맙의 어뮤즈먼트관은 거의 다른 애니 판매장이랑 비슷한 분위기다. 딱히 언급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그 다음에 들린 아니메이트(애니메이트). 생각했던 것 보다 건물이 무지 작아서 찾기가 힘들었다. 옆에 돈키호테 건물이 너무 크고 주목을 끌어서 토라노아나랑 아니메이트 같이 폭이 좁고 높게 올라간 두 유명한 상점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실제로 입구에 섰을 때도 여기가 아니메이트 맞나? 싶을 정도로 작았다. 사람을 가로로 7명정도 세우면 건물이 꽉 찰 것 같은 폭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층수가 많아서 상품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있을 만한 것은 다 있다. 아마 3군데 정도 다니고 나면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이 그곳 같다. 물론 고수들이야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혼을 내갰지만 처음 방문하는 주제에 그런 세세한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매장 안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무료 잡지.

듀라라라가 표지를 장식했다. 듀라라라가 아니메이트랑 어떤 연계를 하고 있는지 애니 상에서도 실제 아니메이트 이케부쿠로 점이 등장한다던지, 팔리는 상품명을 필터링 없이 내보낸다던지, 듀라라라 보면서 아니메이트를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내용은 이런 것들. 주로 상품 발매일 등이 적혀있다.

매장에 가면 인기 있는 작품들의 애니화 영상들이 흘러나왔다. 음반 CD 층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소라노오토, 그리고 나노하 테마송을 불러준 미즈키 나나의 콘서트 영상. 미즈키 나나 씨의 경우. 아예 매장 한쪽에 전용 칸을 만들어 앨범을 쭉 전시해 두고 있었다. 앞 글에서도 언급한 치하라 미노리의 경우 역대 출시한 앨범이 몇 개 있었다. 다만 모두 싱글이라서 발길을 돌렸다. 이미 정규를 한 장 사버렸는데 뭘.

라노베 층에서 가장 많이 본 것은 인덱스(금서목록)과 초전자포. 얼마나 반복재생을 시켜놨으면 나올 때 광고동영상에서 나온 음악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는 라노베를 한 권 구입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닐포장이 다 되어있다. 라노베는 기본적으로 세로 쓰기이다(ㅡㅡ) 이건 일본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방식의 읽기 습관이라면 힘든 게 당연하다. 아직 신문이 세로쓰기인 일본과는 세로쓰기에 대한 인식차이가 크다. 만약 원서를 사서 즐기고 싶다면 라노베보다는 코믹스(만화) 쪽을 추천한다. 요즘은 라노베라도 코믹스화 되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라노베를 읽을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러 가니 직원이 책을 구입하면 엽서 한 장을 뽑으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랜덤이라는 것. 직원이 설명할 때 "自分で"라는 말을 상당히 강조했는데, 아무거나 나와도 묻지 말고 따지지 말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역시나 앞에는 銀色ふわり라고 적힌 듣도보도 못한 작품의 일러스트가 있고, 뒷면에는 그나마 아는 토라도라 일러스트의 카드를 받았다. 뭐 어쩌겠나.

한가지 좋은 점은 책갈피를 모든 책에 끼워준다는 것이다. 물론 코팅된 녀석이 아니라서 내구성으로 따지면 쓰기 아까울 정도지만 책갈피에는 작품명과 코드, 바코드 등이 찍혀있었다.

사온 라노베. 왼쪽은 이제 애니화 결정까지 나고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유명한 작품.

책갈피. 원래 무슨 용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갈피로 쓰기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