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맞는 아침은 언제나 새로운 법이다, 아니 그럴 것이다. 애초에 집을 떠나서 1박을 취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늘 가지는 아침의 일상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타국에서의 아침은 매우 크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 탓인지 평소에는 9시가 되도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6시에 기상을 해버린 것은 위에 언급한 것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호텔 방 안에 커튼을 닫아놔서 상당히 어두웠고, 2월달이어서 그런지 이불을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웠다. 우리나라의 보일러와 온돌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겨울에 집에선 무심코 틀어놓은 보일러가 타국에선 보물이 된다. 카펫이 깔린 호텔 방 안에는 냉난방기구라고는 에어컨밖에 없는 상태. 따뜻한 것이라곤 세면대에 나오는 온수 밖에. 이불도 시트를 끼워놓은 상태고, 딱히 두껍지도 않아 상당히 추웠다.

커튼을 열고 밖을 봤다. 와우 밝다. 정확히 6시 22분 광경. 확실히 우리나라와 시간대가 같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동쪽에 있는 일본이 해가 훨씬 빨리 뜬다. 2월달 오전 6시는 우리나라에겐 아직 밤이지만 얘들은 벌써 아침이 찾아 온 시간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건물들은 네덜란드 건물과 비슷해 보인다. 특히 이런 대도시일수록. 땅값이라면 항상 언급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도쿄 아니겠는가. 건물들이 대지면적을 줄이는 대신 위로 쭉 올린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물론 긴자에서 본 백화점들의 면적들과 같이 그런 넓은 곳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자그마한 건물들은 우리나라처럼 넓지 않고 위로 솟아있는 형태를 취한다. 사실 이런 현상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되어버렸다.

일찍 일어난 김에 빨리 씻고 아침을 일찍 먹으로 가기로 했다. 앞 게시물에서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텔방 안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 호텔이 그냥 비즈니스 호텔이니까 딱히 아침 정도는 배 좀 채울 수 있을 정도로만 나와줬으면 하는 것 외에는 크게 바란 건 없었다. 그래서 7시쯤 2층 로비 옆에 위치한 식당으로 갔다.

컥, 많다!

참고로 지금 깬 사람들은 주로 유럽 쪽 외국인이거나,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한국인은 6-7시 사이 아침에 딱 한 번 보았다. 이상하다. 우리가 완전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 여행을 구매하여 다니고 있는데, 그러면 최소한 이 호텔에는 그래도 한국인이 2명 이상은 있다는 소리가 되는데(실제로 그 당시 2월달 중순-말 에는 상품이 모두 매진되어 있었다) 왜일까? 그저 조용히 밥을 먹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메뉴.

가장 괜찮았던 오니기리(주먹밥)들. 종류가 여러가지 있는데, 원하는 대로 가져와서 먹으면 된다. 각개 비닐포장이 되어있어 호텔 규정을 무릅쓰고 오니기리를 가방에 넣어가 여행 중에 먹기 좋도록 되어있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삼각김밥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내용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 그래서 삼각김밥처럼 생겼어도 주먹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밥이 워낙 많아 먹다 보면 목이 막힐 가능성이 크다. 그때 필요한 것이 국. 국은 가장 기본적인 미소(된장)국이 있다. 아침으로는 삼각김밥 2개랑 미소국만 있어도 충분할 듯 하다.

그 옆에 있는 빵. 사실 별로 맛있지는 않다. 그냥 흔히 파는 빵의 느낌. 그냥 먹으면 밋밋해서 잘 안 넘어간다. 그때는 옆에 있는 잼을 들고 와서 먹으면 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빵을 먹을 바에야 주먹밥이 죽도록 싫지 않다면 오니기리 쪽을 먹는 편을 강추한다. 그만큼 빵이 안 땡긴다.

참고로 사진에 토스트오븐과 전자레인지가 있는데, 물론 자유롭게 사용가능하다. 빵은 적당히 따뜻해서 쓸 일이 없겠지만 오니기리는 원래 데워서 먹는 게 아니긴 해도 내놓은 것들이 좀 차갑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에 데워 드시는 분들은 몇 분 보았다.

맞은 편에는 시리얼이 있다. 다만 우유가 없고, 요구르트에 넣어 먹는 시리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별로 맛 없을 것 같아서 패스

그 외에 죽, 과일 등이 놓여져 있었고, 차와 커피를 뽑아 먹을 수 있는 기계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를 한번 마셔보기로 했다. 나는 아메리카노 같은 그냥 커피를 자주 마시곤 하는데 역시 원액만 뽑아 아무것도 넣지 않은 채로 들고 와서 마셨다. 원두가 좀 탄 맛이 나던데 나름대로는 마실만했다.

이날 먹은 아침. 바로 앞에 놓인 것이 내가 먹은 것인데, 참고로 이거 다 먹느라 죽을뻔했다. 정말 보기보다 많다. 앞에서 오니기리 2개와 미소국만으로 충분했다고 하는데, 사진상으로 볼 때는 그것 가지고 아침이 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니기리 2개 안에 얼마나 많은 양의 밥이 들어가 있는지는 직접 먹어보길 바란다. 정말 많다. 실제로 아침7시에 이것만 먹고 나왔는데도 딱히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