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은 뒤 난바역에서 캐리어를 찾아 호텔에 체크인을 하러 갑니다. 호텔은 치산 인 오사카 혼마치에 예약했습니다. 자세한 예약내용은 여기에서 [http://flymoge.tistory.com/876]



경로를 보면 상당히 이상합니다.


난바역에서 신사이바시역까지 간 다음 내립니다. 문제는 내려서 도보가 약 10분! 850m를 걸어가야하는 상당히 긴 거리입니다. 걸어가는 거야 아무 문제가 없지만 캐리어를 끌고 가야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여기 신사이바시 부근이 상당히 부자동내 같더군요. 엡손 오사카지부 같은 유명한 대기업 사무실이 모여 있고 아는 사람만 보인다는 이런 것들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보지 못한 람보르기니 쇼룸




역시 한국에 들어오지도 않은 멕라렌 쇼룸. MP4-12C 실물을 처음 봤습니다. 일본에서요.




나중에 찾은 거지만 건너편엔 페라리와 벤틀리까지ㄷㄷㄷㄷ

뭐야, 이거? 여기 무서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 타이어소리보다 더 큰 80dB의 소음을 발생시키는 제 캐리어를 끌고 다닌다는 것은 은근히, 아니 상당히 쪽팔리더군요. 그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기에(편의점에서 사람들이 나오면서 한 번씩 쳐다보긴 했지만...) 끌고 다녔지만, 왠지 여기는 관광객이 다니는 곳이 아닌 것 같더군요...


그렇게 약 20분 정도(체감)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http://cls.cdn-hotels.com/hotels/3000000/2920000/2917900/2917856/2917856_3_b.jpg


사진 찍어둔 게 없어서 링크로 대체합니다.


체크인을 하고, 여권 복사하고, 주의사항 듣고. 그런데 직원이 정말 강조하던 게 "온수 샤워 시 문 열어두면 화재경보 울리니까 꼭 좀 닫아주세요"더군요. 그리고그것이실제로일어났습니다



일본답게 비좁은 실내.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TV, 콘센트, 유선인터넷, 냉장고, 히터, 헤어드라이기, 전기포트. 이 정도만 있으면 됐죠, 비즈니스호텔에 뭘 더 바라겠습니까?

가장 걱정했던 세미더블배드(Semi-double bed)는 일반인 한 명과 말라깽이 한 명이 자기에 충분했습니다. 



신기한 건 천장에 등이 없더군요. 화장대의 형광등과 침대 옆 등이 전부. 천장에는 딸랑 화재경보기랑 비상대피등만 있습니다. 환한 실내를 원했지만 살짝 아쉬운 부분입니다.



화장실. 역시 비좁은 건 마찬가지이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여성분들이야 필요하신 도구들은 다 챙겨다니실 거고, 남자들은 그냥 아무 샴푸나 아무 비누 써도 별 말 안합니다. 샴푸, 린스, 비누, 치약, 칫솔, 면도기, 비데. 뭐 이정도면 됐죠.


그렇게 짐을 풀고 노트북을 세팅해서 와이파이 핫스팟을 뿌릴 때 쯤, 갑자기 밖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겁니다. 계속 울리는 건 아니고 찌릉, 찌르르릉, 찌르릉 같이 간헐적으로 울리는 화재경보. 우리야 뭐 뭔가 알아서하겠지 하면서 계속 TV시청.


그런데, 방송으로 "지금 ~층에서 화재경보가 울렸습니다. 현재 상황 파악중에 있으니 투숙객들은 대피준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뭐? 대피경보라고?

방송이 끝나자마자 호텔 직원이 문을 다급하게 두드립니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직원이 우리 모습을 보고 영어로 대화하려고 어쩔 줄 모르더군요. 제가 "일본어로 해주세요(日本語でおkです)"라고 하니 그제야 혹시 샤워한 거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당연히 아니라고 했죠. 직원이 매우 당황했는지 3분 뒤에 또 문을 두드리면서 샤워했냐고 물으러 오더군요. 역시 "화재경보가 울리면 가만히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뿐이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10분 뒤 "잠시 전에 울린 화재경보는 오보였습니다. 투숙객들은 편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으로 종결. 뭔가 웃기면서도 웃지 못 할 에피소드였네요.



그건 그렇고,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했습니다. 계획상으로는 주택박물관, 나니와노유 이용 후 공중정원으로 갈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애매해서(주택박물관은 오후 5시까지 오픈합니다) 셋째 날 계획했던 덕질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은 즉 오사카의 아키하바라로 불리는 덴덴타운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