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진상인은 있습니다. 사람과 대하는 서비스 업종이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진상. 오늘은 그 중 몇 가지만 하소연하고자 합니다.

1. 9시 전 민원

전국 어디를 가도 동사무소의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서머타임인지 뭔지 변하는 거 없이 무조건 9시에서 18시까지입니다. 하지만 저는 보통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미리 셔터를 여는 편입니다(네, 제가 문 엽니다). 특히 겨울이나 여름에는 밖의 날씨가 지독하기 때문에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문을 열어둡니다.

문제는 그걸 오해(?)랄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솔직히 일을 전부 컴퓨터로 보는데 컴퓨터 부팅 + 프로그램 구동하는 도중에 자꾸 왜 서류 빨리 안 떼주냐고, 시스템이 9시 정각부터 돌아가냐고, 나 바쁘다고(그건 니사정이고), 밖에다 불법주차하고 왔다고(그럼 하지 말던가) 빡빡 우기는 사람들이 아주 자주 있습니다.

9시 전까지 우리가 민원을 처리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민원인 편의 차원에서 조금 일찍, 그리고 조금 늦게 기다려 주기도 하는 것이죠. 
그런데 그걸 당연히 떼줘야하는 걸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른 곳에는 그렇게 떼주던가요? 그럼 그쪽으로 가세요. 저런 사람들 볼 때마다 아침 셔터문 올리기 싫어집니다.


2. 규정 따윈 무시. 내 말이 법이다.

 신분증이 있어야 서류 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기존에도 비슷한 글(
http://flymoge.tistory.com/485)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 신분증을 안 들고 서류떼러 오는 사람들이 아직 많습니다. 남의 신분증, 가족의 신분증만 들고 떼달라고 빡빡 우기시는 분들. 이젠 좀 그만 합시다.

팩스민원은 우리쪽에서 즉시발급이 불가능한 서류를 다른 관청에 요구해서 받는 민원입니다. 즉 우리의 소관이 아니죠. 이 팩스민원의 경우 최장 3시간의 처리시간이 걸립니다. 물론 보통 30분 이내에 처리가 되기 때문에 부과적인 설명을 붙히긴 하는데 3시간을 각오하라는 말을 꼭 붙힙니다. 하지만 시간 안 되도 왜 안 주냐고 징징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럴거면 직접 가셔서 떼든지요?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라서 해주고 싶어도 못 해줍니다.


3. 나에게는 타임머신의 능력이 있다고!

이건 주로 복지쪽 일이 많습니다. 복지정책 특성상 신청기간이 한정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꼭 뒷북 치는 사람들이 있죠. 2월 15일까지 받았던 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 일명 학습지 바우쳐. 신청자가 많았고 탈락자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꼭 늦게 와서는 신청기간 몰랐다고, 왜 미리 안 알려주냐고 짜증을 냅니다. 우리가 어떻게 알고 미리 알려줍니까? 학부모들에게 모두 문자 날릴까요? 우리는 정부기관이지, 은행이 아닙니다. 은행도 입출금알림서비스는 돈을 받는데 우리는 그것도 안되죠.

119 안심팔찌. 작년 10월달에 신청받았는데 이제와서 오늘만 2명이 달라고 떼씁니다. 정작 물어보면 안심팔찌가 뭔지도 모릅니다. 남들 다 받았다고 나도 달랍니다. 짜증납니다. 노인들이라서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듣고 자기 주장만 하기 바쁩니다. 대부분

'아,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아니고~~'
'아니오, 어르신. 저희는.....'
아, 그래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아니고~~' 
.....
...
.
∞ LOOP
 

제가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는 안 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4.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오. 내가 있는 곳이 곧 내 집이다.

심심하면 일어나는 일인데 동사무소를 자기 안방인 마냥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은행을 상상하시면 쉽습니다. 일반 입출금창구에서의 위치같이 직원과 민원인이 서로 마주보고 업무를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꼭 제 옆에 딱 붙으셔서 업무화면을 공유해야 성이 풀리시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제발 앞으로 가라고 하셔도 제 옆을 꿋꿋히 처다보십니다. 부담스럽습니다. 좀 그만해주세요.

그리고 화장실을 찾겠다고 문이란 문은 다 열어보시는 분들. 제발 이건 좀 그만하세요. 모르면 길을 물어야죠, 자기 집도 아니고 뭘 그렇게 벌컥 벌컥 열어대시는지. 상담실에서 상담하고 있는 사람을 유리벽 밖에서 빤히 처다본다던지, 숙직실과 창고 문을 팍 열고 '여기가 어디지?'하시는 사람들. 이건 그냥 기본예절이 없는 겁니다. 아는 길이나 물어서 가지말고 모르는 길도 좀 물어보세요. 우리는 안 가르켜 줄 사람이 아닙니다.

그 외에도 
등의 다양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나중에 조금 더 정리해서 후속판도 올려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