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채비를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신주쿠의 경우 전철역의 요지라고 불릴 만큼 주위에 정차하는 노선이 많다. 그리고 하루 이용객도 도쿄 역중 1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JR선이든 도쿄매트로이든 토에이든 여기에서는 무조건 정차하는 노선이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이 말은 같은 회사의 환승조건을 잘 활용하면 신주쿠가 조금 멀더라도 교통비가 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신주쿠에는 너무나 많은 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구글 맵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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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JR신주쿠 역이 있고 그 주위에 도쿄매트로 지하철역, 토에이 지하철역이 있다. 만약 JR선을 타고 내린다면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겠지만 다른 지하철을 이용해서 신주쿠에 도착한다면 일단 JR환승장소로 향한 뒤에 지도를 보며 방향을 찾길 바란다. 토에이 오오에도선의 경우 도청 앞(토쵸마에, 都庁前)라는 역 앞에서 내리면 금방이므로 오오에도선을 이용할 경우 신주쿠에서 굳이 내릴 필요가 없다. 그 외에도 세이부 사철이나 도쿄매트로의 후쿠토신선의 경우에는 신주쿠 역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근처의 역에 정차하므로 이 경우에는 조금 걸어야 한다.

구글 맵의 좋은 점은 바로 지하공간까지 다 나와있다는 것. 자세히 보면 왼쪽 구석에 도쿄도청(東京都庁)이라고 적힌 회색 바탕의 흰색 건물이 서있는 것을 찾으면 그 위에 약간 분홍색으로 노란색 길이 덮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앞에서도 설명했던 지하통로이다. 다시 말하면 신주쿠 역에서 내리면 밖으로 나올 필요 없이 역 위로 향해서 지하통로를 이용하면 바로 도청 앞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토에이 신주쿠 역의 경우 밑의 지하통로를 이용해도 상관이 없다. 다만 윗 통로를 이용할 경우 지하통로에 도청 앞까지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But, 도청으로 가는 방향 Only. 오는 방향은 아에 없다.

문제는 난 그걸 신주쿠에 갈 때는 몰랐다는 것.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의 여행은 목적지만 정해두고 가는 방법은 전철까지만 알아뒀다는 것. 도보방법이나 길에 대해서는 완전 백지인 상태로 출발하게 되었다.

호텔 앞에 있는 히가시니혼바시 역에서는 토에이 신주쿠센을 탈 수 있다. 이 역이 환승역이라서 그런지 급행열차도 정차하기 때문에 신주쿠에 가는 경우에는 급행열차를 타도 상관이 없다.

(토에이 신주쿠 센 사사즈카행(신경 쓰지 말고 신주쿠방면을 타면 된다). 바쿠로요코하마에서 신주쿠까지 210엔 15분 소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길다. 타고 교통카드를 찍고 나오면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너무 많다. 그리고 하나도 역 구조를 모르겠다. 밖으로 나가는 길과 지하통로 몇 개. 그리고 보이는 많은 지하철 환승안내표지판. 도저히 헷갈려서 모르겠다. 일단 밖에 나와서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밖으로 나갔다. 나중에도 신주쿠 역은 몇 번 지나갔지만 올 때와 갈 때의 길이 항상 달랐고, 아무리 봐도 구조를 쉽게 외우지 못했다.

일단 밖으로 나왔다. 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앞에 보이는 도청 같은 건물들. 앞에서 보이는 소프맙 간판이 의미하듯, 이곳에는, 특히 신주쿠 역 근처에는 쇼핑몰이 무지하게 많다. 물론 긴자보다는 적겠지만 히가시(동쪽)이나 미나미(남쪽)출구를 이용하면 이곳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 나온다. 니시(서쪽, 지도상으로는 왼쪽 맨 위 출구)쪽에는 빅 카메라나 요도바시 같은 전자제품 판매장소가 많고, 오다큐, 케이오 같은 백화점도 있다. 그리고 조금 나아가서 도청 주변에는 수 많은 고층건물들이 있고, 도청전망대 빼고도 여러 건물에서 무료 전망대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미나미 쪽에는 무지하게 큰 신주쿠교엔(공원)이 있고, 가기 전엔 수 많은 패션샵들이 있다. 히가시 쪽에는 유명한 카부키쵸가 있다. 여기를 단시간에 돌아보기는 힘들다. 다만 솔직히 남자 두 명이 쇼핑거리를 지나가도 재미가 없을 뿐이다. 단, 여자들끼리 신주쿠에 오면 아마 하루 정도로는 정말로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신주쿠에 갈 때는 부디 가이드북에서 갈만한 장소를 많이 찾아두는 것이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다.

난 사진에 보이는 고층건물의 불빛이 도청이라 믿고 계속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에 불과했다. 도청주변에는 유난히 높은 건물들이 많다. 그래서 간혹 가다 건물을 잘못 알아보고 가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밤에는 도청 건물을 알고 있다고 해도 처음이면 아무 건물이나 도청 같아 보이는 법이다. 하필이면 앞서 가는 사람들 중에 한국인들이 있었고, 앞의 건물이 도청이라는 확신이 생겨버린 나는 살짝 거리를 두고 걸어가기로 했다.

참고로 위키피디아에서 퍼온 사진. 앞의 건물이 바로 도청건물이다. 두 개의 쌍둥이 타워. 간혹 가다가 옆의 세 개짜리 건물이 도청이라고 소개해둔 책도 있던데 틀린 말은 아니다. 둘 다 도청건물이긴 해도 전망대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도청이라면 이 건물을 찾아가야 한다. 우연인지 몰라도 저 세 개짜리 도청건물에서 한 블록 밑에도 세 개짜리 건물에 높이 순서가 도청과 반대고, 삼각뿔이 씌워진 건물이 있다. 그건 신주쿠 파크타워 건물로 위 사진에는 나오지 않는다. 사진 구석에 도청 건물들 사이에 있는 건물도 상당히 높은데 그건 오페라 시티 타워라고 하는 건물이다.

니시(서쪽)신주쿠라는 곳. 신주쿠 역에서 맨 밑 출구로 나오면 볼 수 있다. 오후 7시 반 정도인데도 차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일단 우리는 큰 길을 따라서 내려가기로 했는데, 이상하게 가면 갈수록 사람이 적어지고 불빛도 어두워지는 것이다. 고가도로를 하나 지나고 나니 앞에서 보았던 도청 건물로 추정되는 것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여기가 어디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후에 구글 맵으로 다시 살펴보니 어떻게 이런 먼 거리를 걸어오면서 의심하지 않았는지 내 자신이 신기해졌을 뿐이었다. 마침 눈 앞에는 좀 높은 건물이 있었고, 뭔가 정보를 알아보려고 일단 가보기로 했다.

사람이 너무 적은 것 빼고는 꽤나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외관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참고로 이 건물도 도청 못지 않게 높은 건물이다. 엘리베이터에서 '54층 – 전망대'라는 문구를 보았기 때문. 하지만 위에는 레스토랑 같은 시설이 있어 왠지 가면 어쩔 수 없이 식사를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외관이나 경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여기가 도청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던 가이드북을 펼쳐 오페라시티를 찾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지도 맨 구석에서 이 건물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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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글맵으로 돌아가면 추천경로인 파란색 화살표와 내가 걸어갔던 빨간색 화살표가 나와있다. 젠장. 정말 가까운 거리를 너무 돌아서 가 버렸다. 길 찾느라 30분 증발. 뭐 그래도 일반인들이 잘 가지 않는 경로로 가서 볼 게 훨씬 많아졌다는 게 자기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신주쿠 츄오코엔에서 찍은 도청의 모습. 진짜 도청의 모습이 너무 기쁜 나머지 여기는 무시하고 지나가 버렸다. 이곳에서는, 특히 위 쪽에서는 신주쿠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곳이므로 구지 갈 필요는 없지만 사진을 중심으로 가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할 만한 장소다.

도청 앞에서 잠깐 쉬어가기. 참고로 밤에는 여기 입구가 자물쇠로 다 잠겨있고, 관광객용 입구만 따로 맨 밑에 한 군데 열려있다. 처음에 전부다 입구가 잠겨있어서 어디로 들어가야할지 몰랐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이 밑에 작은 입구가 있었고, 전망대용 입구라는 반가운 한글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