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라는 상점은 그렇게 잘 보이는 상점은 아니다. 아키하바라 중심가에서도 살짝 떨어져 있고, 건물 자체도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는 전설의 중고 게임소프트 샵이라고 한다. 물론 실제론 잘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해서 건물 자체는 상당히 깔끔하다. 검색해보니 작년쯤에 리모델링을 한 것으로 나와있다. 뭐 사실 어딜 가던지 상점의 물건정렬은 사고 싶게 만들 정도로 잘 되어 있다.

처음에 나는 여기에 애니메이션 DVD를 사러 갔다. 게임 소프트로 유명한 곳이기는 하지만 나에게는 콘솔이 단 한대도 없다. 그나마 얼마 전 까지 있던 PSP를 중고로 팔아 넘겼기 때문에 유일한 게임 머신은 컴퓨터 밖에 없다. 덕분에 실제로 해보고 싶은 타이틀들도 모두 떠나 보내고 위층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매장에 가보면 콘솔게임들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물론 머신들도 팔고 있다. 내가 갔을 때에는 옛날에 팔던 게임보이와 팩들도 한 켠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엑박용이랑 플3용 게임 타이틀도 많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주류인 컴퓨터용 게임이라고 하면 그냥 우리나라에서도 팔리고 있는 작품들이 일부 있고, 나머지는 모두 19금 딱지가 붙어있는 게임들이었다(심지어 19세 미만 출입금지 층도 아니었는데, 아예 반 이상이 19세 미만 금지 딱지가 붙은 채로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상대적으로 잘 안 팔리는 DVD를 보러 갔다.

마음에 드는 작품의 DVD가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하지만, OVA가 아닌 이상 DVD도 세트로 모아 두어야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한 권에 2천엔 정도의 가격이라고 해도 그게 최소 1쿨, 즉 6권이 되면 가격이 장난 아니게 되는 법이다. 물론 OVA는 비싸고. 게다가 여기서 취급하는 상품들의 반 이상이 초회한정판 같이 소장가치가 있는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가격이 가끔씩은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그렇게 발을 돌리는가 싶어서 내려오는 도중에 한쪽 구석의 음반선반을 보았다. 그때는 우연히 음반 30% 세일 기간이었기 때문에 한번 구경해볼까 라는 마음으로 선반을 뒤져서 싸고 괜찮은 물건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자꾸 고르다 보면 조금 비싼 놈들에게도 손이 가는 것을 어쩌겠는가. 모두 초회한정판에다가 딱지에도 상태 이상무 라고 적혀있으니 욕심이 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래서 저질러 버렸다. 마지막에 치하라 미노리의 2집 Parade 초회한정판 미개봉품을 보지 않았다면 그냥 적당히 사고 나왔을 지도 모른다. 결국 그날 음악시디를 상당량 구매해서 왔다.

(물론 이중에 맨 위 맨 오른쪽의 앨범은 게이머즈에서 구매한 것이다.)

상태들이 거의 새 거와 다름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시디케이스에 스크래치(기스)는커녕 지문 하나 안 찍혀있다. 중고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제품들. 민트급이라면 바로 이런 제품들을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로 무결상태의 CD들이었다.

사진의 트레이더 쪽지는 비닐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시디 케이스 표면에 붙어있었다. 그러면 저것이 안 때질까 봐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무리하지만 않고 조금의 조심성만 가진다면 손톱으로도 저 스티커를 흔적도 없이 제거할 수 있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자국이 남는 스티커를 붙이지는 않겠지. 포스트잇보다는 조금 더 강력한 접착제라서 제거 후 다른 곳에 붙혀도 잘 붙는다. 절대로 저 스티커를 때기 위해서 칼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말길 바란다. 정말로 제거하기 쉬우니 말이다.

나중에 이만큼 사 들고 왔다가 소프맙 음악CD관 들어갔다가 크게 후회했다는 1인이 있었다는 무서운 소문이…. 음반CD가격이 소프맙의 중고 CD 판매 코너가 확인 결과 훨씬 다양하고 싸더군요. 다음에 갈 때는 절대로 실수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