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스피커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입니다. 


음악을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같이 섬세한 음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입체감이나 공간감이 우수한 스피커는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스피커는 사실상 음악감상용이 아닌 '영상'감상용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스피커는 브리츠의 전설 중 하나로 남은 BR-2100S. 2004년에 3만원 정도 주고 구입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격대가 가격대인 만큼 섬세하지 못하고 싸구려소리지만 벨런스가 좋고 충분한 음압이 나와서 웬만한 저가스피커 중 최고봉이라고 불릴 만한 녀석이라 계속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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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소리 외의 부분에서 터저나왔습니다. 성능이 좋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다른 문제는 노이즈. 전원트랜스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허밍음이 작동시킬때마다 스트레스더군요. 트랜스를 개조하거나 기판을 갈아볼까 알아봤지만 새로 기판짜는 금액이 적지 않았기에 그냥 성능업도 시킬 겸 새로운 모델을 찾아봤습니다.


브리츠의 BR-1000A나 T&V의 Vertrag 정도가 있었는데 이왕 사는 거인만큼 가격대를 조금 올려서 10만원 미만으로 잡았습니다. 음감용이라면 최소 20 이상은 질러야한다는 건 저도 알지만 대학생은 가난하거든요ㅠㅠ 그 중 보노보스에서 가성비 좋다는 소문(인지 마케팅인지)이 자자한 BOS-H1이 눈에 띄었고, 가격대가 적당해서 사보기로 했습니다. 맘에 안 들면 수수료 물더라도 반품할 작정으로 말이죠.




PC부품으로 분류되어서인지 그냥 생박스에 송장을 붙혀서 왔습니다. 안 찌그러진 게 다행이네요.


택배차에서 굴러 먼지덩어리라 어차피 버릴 박스 닦기도 뭐해서 사진이 흐린 점 이해바랍니다.



주저리주저리 써놨지만 결론은 이겁니다.


나 동급최강임. 잘 만든 제품임.




스펙이 적혀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는 게 우퍼 사이즈인데 스피커 크기에 비해서 4인치는 너무 작다는 평이 많습니다. 실제로 저기에 적힌 20Hz~20kHz도 구라스펙에 가깝죠. 아래쪽에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산인데, 개발은 우리나라에서 했다던가 제작사측에서 아주 크게 홍보하더군요. 문제는 19mm MDF라고 동급최강이라고 광고했다가 실제로 측정해보니 14~16mm라서 탈탈 털린 적이 있습니다. 다나와 상품의견에서 확인가능.


흔히 스피커용 앰프에서 주로 사용하는 Class AB 앰프입니다. 소비전력이 Class D보다는 꽤 높은데 재밌는 점이 이 표기방식을 상당히 이상하게 적어뒀더군요. 180~240V 50Hz 370mA. 편하게 66W[각주:1]라고 적어주면 뭐가 이상한가요?




포장상태는 그냥저냥 무난합니다. 다른 스피커들도 대부분 이렇게 옵니다.




구성품. 스피커 본체와 RCA 케이블, 스피커선입니다.


스피커선이 상당히 좋아보입니다. 제조사에서는 30선이라고 적어놨는데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고 코팅된 20AWG 정도의 와이어를 플라스틱 튜브로 2번 감아놨습니다. 쉴딩이 되었다면 좋겠지만 문제가 없다니 별 이상은 없을 듯 합니다.




비닐을 벗긴 모습. 디자인은 그냥저냥 무난합니다.




그릴도 벗겨봤습니다. 우퍼가 작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듭니다



톤컨트롤. 볼륨, 저음, 고음, 작동LED, 전원스위치. 이렇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위치는 오른쪽 유닛 옆.


이 톤컨트롤이 조금 애매한데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정하는 범위가 넓고 너무 급격하게 변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12시 방향이 가장 무난하지만 설치환경에 따라서 - 값을 주는 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값은 너무 어색한 소리가 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동 LED의 색입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저런 구닥다리 붉은 LED라니.. 단가는 조금 올라도 고휘도+필터 작업했으면 칭찬해줬을텐데 말입니다.




후면 입출력단자. 전원코드는 본체에 달린 2선 코드이고 출력도 평범한 스피커와 동일합니다.

입력이 최근 트랜드에 맞추어 RCA + 3.5파이 이어폰단자를 지원합니다. PC연결이나 스마트폰, 음향기기 연결이 상당히 편리합니다.

방열판이 돌출된 구조라 먼지는 걱정해야겠네요. 앰프가 열을 많이 내는 듯 방열판도 꽤나 따뜻해집니다.




설치샷. 24인치 모니터와 크기비교를 해보시면 될 듯 합니다. 높이가 30cm정도 되니 일반적인 PC스피커보다는 훨씬 큽니다.


이제 스피커의 본연의 기능인 음색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제조사에서 밝힌 FR 측정데이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도 여기에 기록된 것과 같이 톤컨트롤을 중간으로 두고 들어봤습니다. 번인은 충분히 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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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저음이 빨리 떨어집니다. 100Hz 미만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위에서 언급했듯 4인치 우퍼를 장착한 결과입니다. 깊은 저음을 내기에는 유닛이 너무 작습니다. 제가 기존에 쓰던 BR-2100S도 5.25인치 우퍼라서 이 놈보다는 훨씬 깊은 저음을 재생해냅니다. 여기에서 톤컨트롤로 저음을 올리면 저음이 붕붕대기만 합니다. 유닛 크기의 한계죠.

제작사쪽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추가우퍼를 단 모델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음악 감상용인데 2.1채널은 아닌 것 같고, 차라리 스피커 유닛을 더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서 중음이나 고음은 크게 문제될 만한 게 없습니다. 특히 고음이 쏘지 않고 아주 부드럽게 재생되기 때문에 장시간 청음에도 피곤한 느낌이 없습니다. 고음 하나만은 아주 맛깔나게 표현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오히려 의외였던 점은 보컬이었습니다. 보컬이 밀립니다. 보컬보다는 반주가 더 크게 들려서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보컬이 없는 음악을 훨씬 많이 듣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내 앞으로 다가오는 보컬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덕인지 클레식이나 잔잔한 음악에는 상당히 좋은 궁합을 보여줍니다. 최신가요에도 문제없이 매칭됩니다. 하지만 주로 듣는 일렉트로닉에서는 저음의 부재가 아주 크게 다가옵니다. 저음 비트에서 뭔가 빠진듯한 허전한 느낌. 몸으로 느끼는 게 더 큰 비트가 빠져서 흥이 떨어진다고 할까요. 


제가 느끼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해상도인데, 8만원이나 투자했는데도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게 참 아쉬웠습니다. 제 귀가 너무 고급인 걸까요? 기존의 스피커보다는 확실히 섬세하게 음을 잡아주고 깊이가 생긴 느낌인데 어디까지나 저가스피커인 듯한 느낌입니다. 

아니면 소스기기의 문제일까요? 사용하는 사카 Xonar DG로는 스피커가 아까울 정도로 사카가 저성능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랬든 저랬든 아마 제가 만족하는 수준이 되려면 이것보다 수 배의 금액을 투자해야겠죠... 가성비가 좋다는 건 인정하지만 헤드폰과 같이 '저가와는 차원이 다른 음'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참을 반품할까 고민하다 그냥 써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모델을 사봤자 얼마나 더 좋아질까 회의감도 들더군요. 그냥 적당히 만족하고 제약이 적은 헤드파이나 열심히 파야할 것 같습니다. 같은 돈이라면 음악감상은 헤드폰이 더 우월하다는 게 제가 내린 최후의 결론입니다.


대신 동영상 감상하기는 참 좋네요. 덕분에 이어폰을 던지고 스피커로 계속 보고 있습니다. 





  1. (사실상 스펙와트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류량은 최댓값 기준으로 전압이 가장 낮은 180V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