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간다

여기까지 도착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어떻게 나리타를 벗어날 것인지 결정했을 것인데, 케이세이 쪽은 우에노로 해서 야마노테센을 통해 빠져나가는 경우 추천하고, 기타 소부센 구간에 있거나 JR 환승을 이용하려면 소부센 쾌속을 타도록 한다.

케이세이선의 경우 입구가 상당히 뽀대나게 생겼고 JR보다 탑승구가 가깝다. 게다가 전철이 정말 자주 들어오긴 하는데 구체적인 시간표는 잘 모른다. 이는 노선도 홈페이지에서 배차시간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JR선을 이용한다면 NeX를 정말로 강추한다. NeX는 Narita Express의 준말로 일반 전철보다는 훨 좋은 KTX급의 시설을 가졌다(단, 빠르진 않다). 그리고 소부센 쾌속보다 혼잡시간에 배차간격이 짧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 상대로 스이카 발급 시 목적지가 도쿄 역이든 요코하마 역이든 1,500엔 균일요금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 스이카+NeX 발급 시 여권이 필요하므로 준비한다. 판매금액은 2,000+1,500엔. 다만 우리의 도착지는 馬喰町. 즉 소부센에 앉으면 바로 앞에 도착하고 요금도 1,280엔이라 조금 느려도 그것을 이용하기로 하고 일반 스이카를 끊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그 놈의 비행기가 좀만 더 빨리 왔으면 일찍 출발할 수 있었을 텐데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1시 차를 아깝게 놓쳤다. 소부센 쾌속은 매 정시 출발로 시간이 상당히 많이 남아서 NeX를 순간 고려했었는데 이것도 30분에 출발하면 별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하여 끊지 않았다. 게다가 카드 구입 시 앞의 사람이 너무 시간을 오래 끌어서 더 늦어져 15분에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승무원이 "열차 탑승객은 서둘러주세요"라고 말하길래 뭐인가 보니 젠장, NeX가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ㅆㅂ NeX는 정시, 반 출발이 아니라 15분 45분 출발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NeX를 구입하지 않고는 탈 수 없다. 전 좌석이 예약제인 데다가 탈 수 있더라고 2,940엔의 무시무시한 요금이 들기 때문이다. 아까웠다. 그렇게 45분을 어두운 지하 역에서 보내고 2시 출발 소부센 쾌속 열차에 몸을 옮겼다.

열차 내 모습은 영락없이 우리나라 지하철과 동일하다. (다만 모두 열심히 뭔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다만 이건 지하철이 아니라 전철이다. 전철은 공항 구역 내에서는 지하를 달린다. 그리곤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주로 밖을 달린다. JR에는 지하철이라는 건 없다고 한다. 지하철은 아까 언급했던 케이세이와 토에이센, 도쿄메트로 등이 완전히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이고, 가장 유명한 JR 야마노테센과 소부센은 모두 전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응? 바깥 풍경이 완전 촌구석이다. 참고로 저 촌 풍경을 지나가는데 30분 이상 걸렸다. 나리타가 이렇게 구석진 데 있을 줄이야. 치바(千葉)역을 지나가야 그나마 도시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깥 풍경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차들이 좌측통행을 한다는 점. 역 앞에 엄청난 수의 자전거 주차장, 아기자기한(?) 일본 주택가와 항상 골목길에 차를 대지 않는 사람들 등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풍경이 지나가기 마련이다.

도쿄 중심지에 다가가면 다시 열차는 땅속으로 들어가고, 목적지인 바쿠로쵸(馬喰町)에 도착한다.

(JR 소부센 카이소쿠(쾌속) 도쿄 행 나리타 쿠코우(공항)역에서 바쿠로쵸 역까지. 1,280엔 1시간 2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