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쿠로쵸역으로 가서 소부센을 타고 도쿄로 향한다. 도쿄에서 다시 야마노테센으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유라쿠쵸,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긴자다. 지하철의 경우 긴자역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JR선에는 유라쿠쵸라고 되어있다. 즉 유라쿠쵸에 내리면 긴자라는 소리다.
(JR 소부센(본선) 쿠리사카(도쿄)행. 바쿠로쵸에서 토쿄역까지. 150엔. 5분 소요)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일본 전철의 차장은 상당히 바쁘다. 어떤 노선이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차장이 나와서 탑승벨을 직접 누른다. 탑승벨이라 하는 것은 누르면 멜로디가 흐르는데 열차가 곧 출발함을 알린다. 대부분 각 노선의 상하행선마다 달라서 자기 노선의 맞는 사람들을 뛰어오게 하는 벨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긴자까지 가는데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다. 왜냐하면 도저히 서서 사진을 찍을 상황이 못되었기 때문이다. 시간대가 그나마 퇴근시간 조금 앞이라서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에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대구와는 정말로 대조적으로 붐볐기 때문이다. 아마 수도권 정도 될 것 같다.
도쿄 역에 내려 (사람들 거의 대부분 다 내린다) 환승장으로 올라간다. 여기서 에스컬레이터가 있어 그것을 이용하여 올라갈 수 있었는데 나는 왼쪽에 서서 있고, 오른쪽에는 친구가 섰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른쪽 공간은 텅 비어있었던 것. 갑자기 뒤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오던 사람들이 우리 뒤에 섰고, 상황을 파악한 나는 친구 보고 빨리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본의 에스컬레이터 예절은 너무 철저하다 못해서 완벽주의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예절을 준수한다. 왼쪽에는 에스컬레이터 칸 위에서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문제는 이 사람들 전부 무언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무서운 점), 오른쪽에는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뒷 사람이 불평하기 전에 난 내 친구를 위로 올려 보냈고, 나도 따라 올라갔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외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단, 딱 한번 일본인이 오른쪽 칸을 막고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다만 그때는 어린 아이가 어머니 손을 잡고 서 있는 경우였다. 물론 내가 ‘스미마셍’ 한마디만 했다면 아이를 끌어당겨 지나가게 해주었겠지.
그렇게 환승장으로 올라가면 무시무시한 사람의 수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상당히 빨라서 한국에서는 나보다 빨리 걷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지만 여기서는 내 걸음걸이 속도가 평균속력이였다. 도저히 정지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역내는 공사 중이였고, 노선의 색과 이름만 보였다.
사실 도쿄와 유라쿠쵸 간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 그러나 굳이 전철을 이용한 것은 야마노테센을 한번 타봐야겠다는 호기심과, 무려 환승이 된다는 사실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환승 장으로 나오면 보통 입구에 개찰구가 있어서 요금결제를 하거나 표를 넣어야 지나갈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이 역은 야마노테센을 타러 갈 때까지 개찰구를 보지 못했다. 그냥 가도 된다는 소리. 이게 바로 환승이다(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타는 것은 야마노테센(초록색 원), 도쿄 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탑승객이 가장 많은 선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탈 방향을 정확히 보고 타야 한다는 것이다. 바깥으로 도는 시계방향과 안으로 도는 시계반대방향이 있다. 순환선이기 때문에 어딜 가도 목적지에는 도달하겠지만 시간차는 아마 2시간 반쯤 날것이다ㅋㅋ. 우리가 가는 유라쿠쵸 방향은 시나가와, 시부야 방면, 즉 시계방향이고 반대방향에는 우에노, 이케부쿠로 방면이라고 적혀있다(순환선이기 때문에 ~행이라고 하진 않습니다). 사실 내가 탑승할 때는 어느 쪽인지 상당히 헷갈렸다. 도쿄에 사는 사람이 아닌 만큼 지명을 듣고 그게 어디 위치하는지 딱 찝어내지는 못한다는 소리다. 야마노테센 탈 때는 항상 방향에 주의하길 바란다.
내가 플랫폼 위에 올라가니 방금 열차가 떠났는지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열차 문 열리는 곳 앞에 친구랑 둘이 서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 2분쯤 지났을까. 뒤가 북적북적하길래 돌아보니 우리 뒤에 입구를 사이에 두고 승객이 두 줄로 쫙 줄을 서 있던 것이다. 게다가 두줄 안에서도 두 줄로 서서 공간을 줄여야 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 우와. 정말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하철일 만 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줄 에피소드는 뒤에 가면 훨씬 엄청난 것이 하나 있었는데 2일째 여행기를 기대해 주세요.
그렇게 전철이 오고 문이 열리니 중앙으로 사람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전철 안이 상당히 붐볐는데 우리가 처음 들어갈 땐 자리가 비어있었을 정도. 물론 문이 닫힐 때쯤 보니 지하철은 꽉 차진 않아도 상당히 사람이 들어왔다.
위 동영상을 보면 야마노테센에 대해서 살짝 감이 온다.
이렇게 지하철을 타면 안내방송을 한다. 주요 역 같은 경우에는(도쿄, 신주쿠 등) 오늘도 야마노테센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멘트가 나온다. 안내방송도 회사마다 다르다. JR같은 경우에는 신형 차량의 경우(차량 종류까진 잘 모르겠네요, 테츠가 아닌지라^^) 문 앞마다 있는 2개의 화면에 노선도가 일어, 영어, 한국어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내방송은 일어와 영어로 녹음멘트를 방송한다. 그에 비해 토에이선 같은 경우 화면이 있는 차량도 있지만 아에 종이노선도만 있는 경우도 있었고, 안내맨트를 차장이 직접 한다(그래서 일어방송밖에 나오지 않는다). 차창의 목소리가 깔끔하면 괜찮은데 목소리가 낮아서 소리가 울리면서 방송하는 바람에 도대체 역 이름 빼고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타서 출발하자마자 안내맨트가 나오고, 얼마 서 있지도 않아 유라쿠쵸 역에 도착했다.
(JR 야마노테센 시나가와 방면. 토쿄에서 유라쿠쵸까지. 환승=공짜 1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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