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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표기했던 ES505 리뷰를 완성했다. 실제 작성시간은 5시간 남짓으로 그렇게 오래 걸린 편은 아니지만 그 글을 준비하기 위해서 비교청음한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어폰 리뷰를 한번 하고 나면 귀가 극심하게 나빠지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귀가 무지 피곤해진다. 청취능력의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그 차이를 서술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들어도 소리가 다르다는 것은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변환하는데는 엄청난 노력이 소비된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말실수나 잘못된 사실을 기재하지 않기 위해서 용어 선택 또한 상당히 고민한다. 최대한 과장을 줄이고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서술하기 위해서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수정한다.
그럼에도 나오는 결과물을 보면 썩 만족스럽지 않다. 일단 겉 모양의 거의 모두를 담당하는 사진에 대해서는 전문리뷰어들과는 사진 촬영도구부터 다르다. DSLR의 색감과 해상력을 알고 나니 그런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6년된 똑딱이로는 잡지에 나오는 것 같은 사진을 표현하기는 정말 힘이 든다. 똑딱이 하나 삼각대에 단 다음 조리개 값과 셔터 스피드, ISO, 화이트벨런스, 샤프니스 등을 모두 수동으로 맞추고 광원까지 세심히 고려해서 찍어야만 DSLR 손에 들고 플래시 끈 풀 오토 사진에 70% 정도 근접한다. 젠장. 이렇게 능력이 있어도 장비가 못 따라갈 때가 가장 힘이 든다. 정말 이 카메라 ccd 수명이 다 되었는지 물 빠진 색감 보면 답이 안 나온다.
음향 쪽으로 가면 다른 사람들과 듣는 음악 취향이 전혀 달라 또 한번 고생하게 된다. 내가 음악을 듣고 "이 음악의 이런 점이 표현이 잘 되요" 라고 말해도 그 음악을 모르면 어떡하냐. 내가 모르는 곡을 아무리 설명해도 듣기 전엔 모른다. 그게 싫어 난 그 부분을 주파수 응답으로 대신하고 만다. 특히 남들이 잘 듣지 않는 트랜스나 피아노 솔로곡 등을 들으며 남들과는 다르게 이어폰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결국 남은 건 글 실력 뿐. 할 수 없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글은 사진 하나 없는 논문 같은 답답한 글. 이번에는 나름 오오카미 네타까지 써가면서 최초로 높임말을 사용하고, 기존의 텍스트의 사진 컨버팅 방식이 아닌 초기단계부터 포토샵으로 구성 제작해 보는 분들의 시점에 맞추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을 했는데 어떻게 받아드릴지는 모르겠다.
난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리뷰를 작성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사진이 자꾸 걸린다. 리뷰 작성시에만 DSLR을 빌려오던가 하던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