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난 제품을 살 때 결제 전까지 항상 삼세번을 다시 생각한다. 과연 이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이 물건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은 없는가, 이 물건을 사면서 갖게 되는 기회비용에 비해서 이 물건을 사는 것이 이득인가 등을 따진다. 이번에 작성하게 될 ep390도 이런 과정을 통해 구매하게 되었다. 사실은 출시 전부터 놀라운 디자인과 소리라는 말을 들어 예약구매까지 생각했지만 이미 전작 격인 ep370이 내 손에 있기에 아마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구매를 미루다, 결국에는 서비스센터에 가서 구매하게 되었다.

 

디자인…

가격은 놀라울 정도의 10500원. 같은 제품인 ep500에 비하면 거의 삼분의 일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구성품과 선 재질이 차이가 있다.

유닛 외관을 보면 부싱이 슬림하고 그 위에 헤어라인이 들어간 철을 붙힘으로서 싼티나는 디자인을 벗어났다. 전작의 370이 유닛 상부에 동그라미 형태의 철장식만 들어갔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디자인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전작과의 비교. 390 쪽이 부싱이 더 길고 유닛도 두꺼운 편이다.

그에 비해서 유닛 부분은 두께가 꽤나 있는 편. 귀가 작은 사람들은 착용시 꽉 낀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닛 디자인이 좋아서 적응되면 상당히 편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귀와의 밀착도 생각 이상으로 잘 되는 편이다

유닛 구조는 상당히 좋아 보이는데 문제는 선 재질에 있다. 선이 정말 약해 보일 정도로 얇다, 아니 실제로 약하다. 잘못 다루다가는 순식간에 피복이 벗겨질 정도로 선 재질도 좋지 않은 편이다.

2달간 썼는데 벌써 찢어져 버린 선. 참고로 본인은 이어폰 사용하면서 선 끊어 먹은 적은 6년전 산 도끼2가 유일하다.

특히 사람의 피부와 접촉하는 부분의 경우 선이 탄성을 잃어버리고 고무줄처럼 늘어나서 잡아당기면 선 피복이 벗겨질 것 같다. ep500의 선 재질과 두께가 상당히 좋았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삼성의 이어폰 제품을 몇 개씩 써보면서 추측해보지만 피복이 보일지라도 단선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단선되어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경우는 작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모두 뛰어넘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 바로 소리부분이다. 나올 때부터 원래 가격을 뛰어넘는 좋은 성능을 소유하고 있어서 상당히 인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음색…

저음

저음 부분은 다른 이어폰에 비해서 상당히 부스팅이 되어있다. 평소에 사용하고 있는 이어폰이 극도의 저음성향이 아니라면 처음 들었을 때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저음량에 놀랄 것이다. 나름 저음이 나온다고 하는 유코텍의 es303에 비해서는 조금 더 다듬어진 저음을 보여준다. 

이 이어폰은 공진을 사용해서 저음의 양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음튜닝의 승리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인데,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이어폰을 귀속으로 하우징을 누르면 저음의 양이 작아지는 부분이 있다. 즉 음이 새나가면서 저음이 모두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발생한다. 이상하게 볼록한 하우징이 귀에 완전히 밀착하지 않고 살짝 떠있음으로서 사이에 끼인 저음의 양이 늘어나는 현상이 공진현상이다. 유닛 자체에서 나오는 저음의 양은 작지만 공진을 통해서 저음의 양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유닛 크기도 있고 오픈형인 이어폰 특성인지 극저음영역부터 음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 유닛의 재생능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오픈형 특성상 완전한 밀폐가 이루어지지 않는 특성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서 극저음 바로 위 부분인 80hz부분부터 강조되는 느낌이 있다. 그 예로 트랜스 음악을 들을 때 비트 부분이 조금 낮은 딱딱한 비트는 잘 강조가 안 되는 반면에 상당히 두터운 느낌의 울리는 듯한 느낌의 비트는 잘 표현해주고 있다. 아마 발라드 등에서 사용하는 부드러운 저음의 경우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반면 드럼&베이스의 딱딱한 비트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든다. 아마 오픈형 이어폰이라는 특성 때문인 듯 하다.

이런 튜닝의 특성상 중저음이 강조되어 상당히 답답한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튜닝이 잘 되어 있어서 중저음대의 영역은 상당히 절제되어 약한 v자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저음이 울리면서도 답답하지 않는 음이 나온다.

참고로 이어폰솜을 사용할 경우에는 위의 결과가 반대가 되어버린다. 수가 적은 덕트를 모두 막아버리고 귀와의 밀착이 늘어나면 상당히 답답한 정도의 저음이 뿜어져 나온다. 다른 고음과 중음을 마스킹하는 느낌도 있다. 먼지유입 등의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지만 되도록이면 이어폰솜은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에 따라서는 울렁거릴 정도의 저음이 나올수도 있다.

다만 저 통짜 철망의 느낌이 싫어 솜을 끼우시겠다면, 아마 다른 이어폰을 사라고 말리고 싶다. 정말 솜착용은 아니라고 본다.

중&고음

중음의 경우 딱히 아무런 특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딱 자기 할 일만 하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딱히 목소리 부분이 강조되어서 귀를 속삭여주는 느낌은 없다. 반대로 보컬이 저 멀리서 들려오는 현상도 없다. 하지만 막힘 없이 뿜어져 나오는 상당히 직설적인 음 표현은 마음에 든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해상력과 막힘 없이 금방금방 반응하는 음이 딱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특성 탓인지 스테이징이 상당히 가깝게 느껴진다.

고음 부분은 중음 부분과 비슷하게 강조되는 부분은 없지만 끝까지 막힘 없이 쭉 뻗어올라간다. 이런 특징에 맞춰 치찰음도 하나 없는 수준 높은 고음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저음의 양 때문인지 고음의 양이 살짝 적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투명한 느낌은 적다. 극고음 쪽으로 올라갈수록 고음의 끝이 다듬어지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고음이 쏘는 느낌이 없고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바꿔 말하면 강렬한 고음을 맛보기에는 살짝 부족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음 튜닝에는 삼성의 우연인지 의도인지 모르는 계산이 깔려있다. 삼성 mp3의 dnse 음장을 사용하면 이런 고음의 아쉬움이 사라진다. 저음의 양을 희생하면서 살짝 치찰음 끼가 있는 dnse음장을 사용하면 이 이어폰의 성향이 조금 바뀌어 쏘는 고음을 맛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코원의 음장에서는 약간 저음이 과도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선 조이개. ep500의 경우 이 부분에 상당히 신경을 써서 좋은 처리가 되어 있었는데 390은 너무 대충대충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한 것도 절대 일부로 만든 것이 아니다.

공간감

음 재현에 비해서 아쉬운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다. 공간감의 경우 상당히 당겨진 스테이징의 탓인지 넓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모든 악기가 귀 앞으로 당겨진 듯한 느낌이 든다.

분리도

음 분리도의 경우 가끔씩은 과도할 정도가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 음 분리도가 과장되었단 말은 '음의 자연스러움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라는 말이 된다 잔잔한 음악이나 클레식 등에서의 과도한 음의 표현은 오히려 전체 균형을 깨버린다. 반대로 모든 음이 정확해야 좋은 일렉트로니카 부분에서는 훨씬 좋은 음악이 나온다. 전작의 370도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는데 해결이 안된 것을 보면 아마 이어폰 특성을 이렇게 잡은 것 같다. 참고로 본인은 일렉트로니카를 클레식보다 훨씬 많이 듣기에 여기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아마 클레식 위주의 감상에는 별로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해상도

해상력은 아마 듣고 있으면 상당히 좋다고 느껴질 것이다. 음 분리도가 상당히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이어폰의 해상도는 가격 대비 최상급엔 속하지만 이어폰 전체로 보았을 때 좋은 편은 아니다. 해상력이 꽤 되는 cm7과 비교해봐도 cm7의 경우는 중음의 정보량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지만 ep390의 경우 이러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마 일반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번들 이어폰인 만큼 조금 품질이 좋지 않은 음원을 재생했을 때 이 해상도가 음질이 낮은 부분까지 강조시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해상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귀가 피곤해질 가능성도 커진다. 그만큼 소리가 많이 표현되고 그것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상력은 뛰어나진 않지만 적당한 수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며…

필자의 주력기기는 pro700이다 일렉트로니카 장르와의 궁합이 상당히 좋은 만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여름에는 너무 덥다는 것이다 더운 여름을 이어폰으로 일렉트로니카를 들으면서 버티기 위해 저음이 좋다는 이어폰 390을 구매했고 매우 만족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런 소리를 얻을 기회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기업의 이어폰이라서 그런지 가격대 이상의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500의 정상가격인 3만원대의 가격으로도 충분히 살 가치가 있는 이어폰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