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간 사람 중, 특히 돈이 풍부하지 않은 일반 여행객이나 학생들은 요시노야, 마츠야, 스키야(야 시리즈)중 한 군데도 안 다녀본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일본음식 치고는 정말로 싸고, 양이 많고, 맛있기 때문이다. 위 세 집에서 파는 메뉴의 공통점은 규동, 일본식 소고기덮밥이다. 물론 가게마다 자신들의 스타일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음식을 판매한다고 볼 수 있다.

해변가에서 벗어나 유리카모메를 타러 걸어가던 중 거리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가게를 발견했다. 저번 글에서 나왔던 덱스 도쿄비치 건물 1층에 보면 주황색 간판을 밝히며 있던 요시노야를 발견한 것이다. 안 그래도 10시가 넘은 시점에서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배도 출출하고 딱 간식 먹을 타이밍이였는데, 정말로 운 좋게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것이다. 사실 해변에서 나와 바로 역으로 간다면 요시노야를 발견할 수 없었다.

요시노야 홈페이지에 나온 위치. 붉은색의 유리카모메 역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

친구가 가자는 것을 말려 조금 더 보고 가자는 김에 돌아다니던 참에 잘 된 것이다. 친구가 이게 뭐냐고 묻기에, 걍 묻지 말고 따라와서 함 먹어보면 안다고 가게 안으로 끌고 갔다.

(이때부터 디카 배터리가 바닥나서 화면에 줄이 생기고 얼마 찍지도 못했다.)

붉은 간판. 원래는 테이크아웃도 하는 모양인데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닫겨 있고 가게 안만 영업 중이었다.

들어가니 아주머니 2분, 아저씨 한 분이 계시더라. 역시 혼자 먹기 하면 눈초리 받는 대구와는 달리 이곳에는 혼자 먹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본이었다. 메뉴 판을 보니까 상당히 많다. 여기에는 지극히 일본식이다. 딱히 외국인들을 위한 메뉴 판 등이 보이진 않았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은 엄청난 수의 한자들 심지어 사이즈조차 한자라서 처음에는 어떻게 읽는지 몰랐다.

요시노야에서는 규동만 파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부타동(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사용), 카레, 정식 등을 팔고 있고, 규동에 추가해서 넣을 수 있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메뉴판에는 수 많은 글자가 있다. 다만 일본어를 모르는 초심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것은 세트메뉴.

규동 나미모리(並盛) + 미소국 + 반찬 해서 딱 500엔이다(물론 돼지고기를 사용한 부타동의 경우 조금 더 싸다). 나미모리는 딱 간식으로 먹기에 적당한 양으로 조금 많이 먹고 싶다면 大盛(오오모리) < 特盛(토쿠모리) < 特大盛(토쿠오오모리) 순으로 큰 것을 먹을 수 있다. 나는 B셋트 나미모리를 먹었다. 사실은 저 한자를 읽을 수 없어서 그냥 500엔짜리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규동을 나처럼 그냥 먹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에 더 첨가해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넣는 것이 파, 달걀(생, 반숙). 이건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추가적으로 주문해야 하는 것들이다.

(요시노야 오다이바덱스텐(점) 규동 B셋트. 500엔)

실제로 나온 사진. 일본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이런 메뉴를 어떻게 젓가락 하나로 먹느냐이다. 국이야 그릇을 입에 대고 마신다 치더라도 저 부스러지는 밥알을 모두 젓가락으로 집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 어떻게 먹는 것인가? 주위에 사람이 있다면 눈치 채지 않게 조용히 본다. 그들은 대부분 밥공기를 들고 젓가락으로 밥알을 "쓸어 내려서" 먹고 있다. 그러면 된다. 고기를 밥이랑 적당히 비벼준다(사실 늘 숟가락으로 밥을 비비던 우리들에게는 상당히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계란이나 파를 추가적으로 주문했더라면 같이 섞으면 된다. 적당히 섞으면 먹으면 된다.

맛은?

맛있다. 정말 맛있다

딱히 할 말이 없다. 출출한 타이밍에 먹어서 그런지 이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친구와도 가끔 일본 얘기를 하면 가장 맛있었던 음식으로 이 규동을 꼽는다. 정말 일본에 가면은 꼭 한번은 먹어보라고 추천할 수 있다. 왜냐면 요시노야 광고카피처럼 맛있고, 빠르고, 싸기 때문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조금 더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사실 그래 봤자 역 한 개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 밖에 안 된다. 사실은 한 역 정도 거슬러 올라가도 요금 차이가 없다. 즉 아까 지도에 나왔던 오다이바 카이힌코엔 역에서 타든 그 전 역인 다이바에서 타든 신바시까지는 310엔이다. 초기 금액보다는 큰 금액이지만 구간을 몇 개만 지나도 310엔이 되고, 그 금액이 웬만하면 유지되기 때문이다(물론 종점-종점 즉 토요스-신바시 간 금액은 370엔이다.)

지나가면서 본 아쿠아 시티. 저 불빛들(배 모양)이 수시로 바뀌는데, 잘 보면 전구 몇 개가 계속 꺼져있다.

다시 찍은 후지 테레비 건물. 가까이서 보면 뼈대가 참 인상적이다.

그렇게 한 역을 걸어가서 유리카모메에 몸을 실었다. 슬슬 늦은 시간인지 사람이 꽤 있었다. 지나가면서 전 글에 나왔던 레인보우 브릿지를 지나가게 되는데, 실제로 지나가보니 딱히 신기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다리를 지나고 원형궤도를 돌아서 270도 회전을 하는데 그쪽이 더 신기했다.

(유리카모메, 다이바에서 신바시까지, 310엔, 15분)

종점인 신바시 역에 내려 호텔이 있는 히가시니혼바시 역 방향 열차를 탄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호텔 주위에 3개 노선이 지나가서 멀리서 호텔로 접근하기가 쉽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신바시 역에서 다시 JR 야마노테센으로 갈아타고 목적지로 향할 것이다.

히가시니혼바시까지는 토에이 아사쿠사센이 운행한다. 플랫폼으로 가서 열차를 기다린다. 어라?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열차 안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의외다. 10시 반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직장인들이 이제야 퇴근하는 것인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전동차가 조금 옛날 거다. 모니터 없는, 문 위에 노선도만 덜렁 있는 열차였다. 게다가 안내방송은 목소리가 지긋하신 분이 하고 있었다. 이런, 큰일났다. 이러다가 내릴 역을 지나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모니터나 안내방송으로 현재 역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그 두 개가 불가능하다면 문 밖으로 역의 표지를 봐야 하는데 사람이 많아서 그것도 안 된다. 나는 필사적으로 안내방송에 모든 정신을 기울였고, 다행히 3개 역쯤 지나가자 안내방송이 들리기 시작했다. 역시 적응하기 나름이다. 내릴 때는 승강장 사이 공간이 넓으므로 주의하라는 것까지 들리더라. ㅋㅋㅋ 역시 인간은 하면 된다.

(토에이 아사쿠사센(노선도는 급행인데 오는 열차 아무거나 타도 간다), 신바시에서 히가시니혼바시까지, 170엔, 8분)

이번에는 내려서 지하를 상당히 걸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역 3개가 지하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하내부에서 긴 시간을 걸어 바쿠로쵸 역 출구로 나온다. 나오니 보이는 광경.

이거 10시 반 맞나요? 아키하바라 근처, 도쿄역 근처인 나름 도쿄 중심부라고 생각하는 지역인데, 정말로 지나가는 차 한대 없다. 지하철에 있던 수 많은 사람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이날은 금요일 밤인데? 지극히 조용한 것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우리는 호텔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