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미 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비너스 포트(Venus Fort)라는 곳. 저번 글에서 올린 동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암시했듯이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건물이다. 여기는 종합쇼핑단지 같으면서도 볼 거리도 많은 곳이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면 바로 토요타 체험관이라고 불리는 메가웹이라는 곳이다. 이번 여행의 오다이바 부근에서 제 1의 목표로 정하고 온 곳이기도 하다. 역에서 건물로 걸어가면 왼쪽에는 비너스 포트, 오른쪽에는 메가웹과 대관람차가 보인다. 대관람차 또한 유명해서 밤에는 보이는 것과 같이 빛을 내며 돌아간다.

역에서 움직이면서 촬영한 사진. 대관람차가 멀리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상당히 유명하다.

오른쪽의 메가웹 입구. 보이는 것 보다 내부가 크다.

왼쪽의 비너스 포트의 모습. 1층은 패밀리, 2층은 그랜드, 3층은 아울렛으로 구분되어 있다.

비너스 포트는 후에 들어가 보도록 하고, 먼저 메가웹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면 쉽게 말해서 온 천지에 차다. 유리카모메에서 내려서 바로 보이는 입구가 2층으로, 2층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렉서스, 오른쪽에는 홍보 모델(이때는 passo)과 전시작품 들이 있고, 1층에는 차량의 종류별로 구분해서(경차부터 세단까지) 전시하고 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대부분의 중요 시설물에 한글이 적혀있다는 것이다. 소니 빌딩에서도 없었던 한글을 오다이바에 오면 충분히 많이 볼 수 있다.

메가웹에서의 특징은 울타리가 쳐있지 않은 곳은 마음대로 차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을 촬영하거나 차 문을 열고 시트에 앉거나 트렁크를 열어서 내부 공간을 확인하는 것 모든 것이 가능하다. 위의 passo 전시관이나 Lexus 전시관에서도 전시된 차량을 시동을 거는 것을 제외하고(키가 없으니까…) 모든 작동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경차. 그 중에서 박스카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위의 세 번째 사진처럼 울타리가 있는 곳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1층 에스컬레이터 주위에서는 차량의 카탈로그를 판매하는 자판기가 있다(역시 자판기의 나라 일본이다). 그런데 가격이 싸지 않다. 트럭 종류는 100엔, 일반 세단종류 중에서 좀 된 거는 150엔, 인기 있는 차량은 200엔이다. 아무리 비싸도 스포츠카 카탈로그를 하나는 사보려고 구하러 갔었는데, 못 찾은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1층에 가면 하이브리드에 대해서 '아주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눈높이도 맞춰서 책 같은 안내표지를 곳곳에 만들어 원리를 설명하는 것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차나 수소 에너지 이전의 과도기적 단계의 차량으로서 토요타 등 일본 쪽에서는 하이브리드를 밀고 있고, 유럽 쪽에서는 클린디젤을 밀고 있다. 여기에서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유명한 프리우스 외에도 마크엑스나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해서도 모터, 배터리의 모형과 기술, 실제 차체를 잘라서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여주는 데 열심이다. 하이브리드 기술도 좋지만 진짜 차체를 잘랐는지 차량을 자른 면을 보면 엔진 룸 덮개나 루프 등의 모습이 상당히 신기하다..

이 장소에서 난 한국인을 처음으로 보았다. 도쿄나 긴자를 지나가면서 놓쳤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제외하고, 처음으로 이 곳에서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을 보았다. 20대 3,4명으로 보이는 분들이었는데, 참 왠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분들이 사진 찍는다고 동네방네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더라.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 단체로 모이면 목소리가 어쩔 수 없이 커지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차 앞에서 안에서 온갖 포즈 취하면서 사진 찍는거야 어쩌겠냐만 시끄럽게 해서 주위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 좀 그렇다. 분위기가 전부 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꽤나 조용한 전시장에서 떠드는 분들은 조금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이 분들을 본 후 몇 명의 한국인을 더 보았는데, 이 분들 정말 조용히 다니시면서, 하지만 할 건 다하신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지키라고 하지 않던가. 예절은 법이 아니라고 우기지 말고 그래도 주위 분위기를 읽고 행동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었으면 한다.

이 곳의 좋은 점은 어린이들이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위에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레이싱 시뮬레이터인데, 그란투리스모 4 게임을 3개의 모니터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엔 전부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한번 해 보지는 못했다. 게임기 뒤에 보이는 사람들이 전부 부모들이다. 이건 나중에 조용해지면 한 번 해봐야지 라고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시간이 일찍 끝나버려서 결국 해 보지는 못했다.

또 다른 게임은 반응속도 측정하는 기계가 있는데, 그것도 상당히 인기다(물론 초딩들 차지다). F1 선수들이 트랙의 상황에 빨리 대처하기 위해서 큰 벽 앞에 많은 버튼을 두고 불이 들어오는 것을 빠르게 누르는 것인데,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왜냐면 멀리서 보면 다 어디 있는지 보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직접 하는 사람들은 죽는다. 누군가 최고난이도에 도전했는데, 그 사람이 단 하나의 버튼도 누르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바로 전기차, 정식 명칭은 E-com Ride였지 싶다. 전시장 내에 전기차 트랙을 만들어둬서 차에 앉아 전시장 내부를 돌 수 있다. 물론 운전자는 중학생 이상이라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자기 스스로 트랙을 돈다고 들었다. 아니 그런 것 같았다. 왜냐면 지나가는 차들이 트랙을 정확히 따라서 움직였기 때문에 그 안의 중학생이 운전한다고 보기는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저렇게 생긴 차가 계속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알기로는 이 옆 건물인 히스토릭 게러지에도 연결돼있는 것은 알았는데, 정작 그곳에서는 볼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말이나 공휴일에만 그 곳을 개방한단다. 쳇. 그리고 이거 공짜도 아니다. 정원 2명에 1인당 200엔의 이용요금이 있었다.

그럼 어른들은 할 게 없는가? 그건 아니다. 국제면허증이나 일본 면허증을 제시하면 직접 토요타의 차량을 몰 수 있는 기회가 있다. Ride One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인데, 원하는 차량을 테스트트랙을 따라 운전해볼 수 있다고 한다. 신청은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하거나 당일 예약도 가능하긴 한데 사람이 밀리면 탈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거주하는 분들은 국제면허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운전면허일 경우 오토메틱밖에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친절한 설명도 있다. 내가 운전면허가 있었더라면 꼭 해봤을 텐데 참 아쉽다.

주차타워(?). Ride One용인 것은 알겠는데, 여기서 차가 실제로 나오는 것은 보지 못했다.

다시 2층으로 올라가서, 이번에는 렉서스 차량을 한번 타보기로 했다. 내가 고른 차량은 IS-F. 우리나라에서는 IS250밖에 안 보인다. 하기야, 가격이 옆의 표시에는 780만엔이라고 적혀있었으니 우리나라로 오면 값이 장난이 아니겠지.

한눈에 봐도 '난 비싼 차에요'라고 주장하는 듯 하다. 난 차 안에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아! 편하다!

주위의 소음이 싹 사라지면서 편안함이 몰려온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사실 별로 앉을 기회가 없었다. 유리카모메에서 내려 처음 앉는 거니 편안할 수 밖에.

난 어린아이처럼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페달을 밟고 변속기를 만지고, 좌석을 뒤로 넘겨도 보고. 보면 볼수록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왔다.

그러고 보니, 나 살면서 오늘 처음으로 외제차에 앉았다. 외제 스포츠카에도 말이다. 물론 운전해 보지는 못했지만 완전 감동. 저 앞의 핸들 앞에 보이는 패들시프트 달린 차량을 사는 것이 나의 꿈. 물론 모양만 패들시프트인 것은 사양이다. 꼭 제대로 작동하는 패들시프트 차량을 살 때까지 노력하고 만다.

장애물들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Ride One 코스인 것 같다.

메가웹은 이 건물 하나뿐만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히스토릭 게러지와 유니버설 디자인 쇼케이스가 있다. 다음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쇼케이스로 가려고 했는데, 여기는 7시까지 개장이므로 이미 늦어서 갈 수 없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차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보고 말해주려고 했었는데, 그 기회를 놏치게 되어 좀 아쉬웠다.

다음은 비너스 포트로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