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방에 들어가 씻은 뒤 TV를 틀어 예약해 두었던 심야 애니를 감상하기로 했다. 본 것은
듀라라라, 어떤 과학의 레일건, 키디 걸 랜드. 일본에서 처음으로 생방송을 감상한다는 데에 가장 큰 의의를 두었다. 요즘에는
일본방송이 디지털로 바뀐 뒤 거의 16:9 와이드 방송으로 애니를 방영한다(단, 2009년 케이온!
TBS 본 방송은 4:3 비율이었다). 덕분에
호텔에도 작긴 하지만 와이드TV가 비치되어 있어서 좋은 감상이 가능했다. 국내에서 많은 이들이 자막을 붙혀 애니를 감상하는데, 현지에 오면
당연히 자막은 없다. 그 대신 자막을 보느라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명확히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생방송을
보는 묘미이다.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아마 TV방송국에 대해서도 몇 가지 알 것이다. 일본 TV 방송은 하나의
채널 안에 또 다른 채널들이 있어서 같은 방송사에서도 다른 방송을 할 수 있다. 그 예로
放送大学学園(방송대학학원)의 디지털 채널은 12번인데, 이 방송사에서 3가지
방송을 시행하므로 채널번호는 121, 122, 123번이 된다. 간토(관동)지방. 즉 도쿄도
중심으로 채널을 몇 개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방송이 이런 간토 지방 중심으로 방송되기
때문에 방영일도 가장 빨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영상은 거의 수도권 녹화본이라고 보면 된다.
NHK 종합 TV (NHK G)
- 채널 1, NHK 교육 TV (NHK E) - 채널 2는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보는 NHK 방송으로 우리나라에 방송되는
위성방송인 NHK I랑은 다른 방송이다. 여기서는 국영방송
탓인지 애니 방송을 잘 안 한다. NHK에서 하더라도 주로 BS쪽으로
이루어진다.
민영 TV 방송국으로는 닛폰 TV (NTV) – 채널 4, TBS – 채널 6, TV 도쿄 (TX) – 채널 7, 후지 TV (CX) –
채널 8 등이 있다. 주로 애니 방송사로 유명한
곳은 TBS일 것이다. 듣기로는 MBS랑 비슷한 애니를 방영한다고 한다. 위에 듀라라라도 MBS, TBS 둘 다 방영한다. 그 다음으로 TX, NTV, CX 에서도 방영한다.
UHF 방송국으로는 TOKYO MX –
채널 9가 있다. 이 곳은 정말 심야시간에 애니메이션이
끝없이 흘러나오는 방송국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방영하는 곳이다. 심지어 낮 시간엔 추억의 애니메이션
이라고 해서 은하철도 999 방송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위의
어떤 과학의 레일건과 키디 걸 랜드 모두 여기서 방영한다.
물론 전문적
애니메이션 방송국으로 유명한 AT-X가
있긴 하다. 유료 채널로 애니메이션과 관련 프로그램 등이 방송하는데,
유료라서 실제로 보지는 못했다.
사실 우리나라에 건너오는 애니 파일들만으로는 실제 공중파로
방영하는 애니 방송을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흔히 RAW 릴리즈
파일들은 스폰서 화면까지 놔두고(간혹 이것도 지우는 경우가 있다) 중간에
숨어있는 수 많은 광고를 다 짤라서 온다. 심지어 A-B파트가
왜 나눠져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흔히 보는
RAW 파일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오프닝-(스폰서화면)-A파트-아이켓쳐-B파트-앤딩-예고-(스폰서화면)
하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방영하는 방송구조는 다음과 같다. 일본 방송에선 중간광고가 허용되어 있기 때문에, 이 애니 한편 보는데
얼마나 많은 광고에 노출되는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프롤로그-오프닝-스폰서화면-광고-A파트-광고-아이켓쳐-B파트-광고-앤딩-광고-예고-스폰서화면-(일러스트)
그렇다. 광고가
무지 많다. 다른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엔딩 후 예고 전에 하는 광고가 가장 성가시다. 물론 간혹 가다간 B파트-앤딩
사이의 광고나 앤딩-예고 사이의 광고를 없애주는 좋은 방송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따로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광고 내용은 뭐가 있을까? 스폰서 화면 후나 A-B파트 사이의 광고에는 주로 해당 애니의 오프닝-앤딩 싱글 앨범 광고, 또는 해당 애니의 오프닝-앤딩을 담당하는 회사의 자매품(?) 광고, TCG광고, 해당 애니의 블루레이,
DVD 발매 광고 또는 해당 애니의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회사의 자매품(??) 광고, 애니 방송 자체의 광고 등 수많은 광고들이 있다. 물론 방송사에
따라서 보험(주로 자동차)광고나 생필품 광고도 있다. 간혹 가다 왜 애니 상품이 그렇게 많이 팔릴까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다. 아마
일본에 와서 애니 방송을 한번 보게 되면 이해가 갈 것이다. 정말로 많이 앨범과 관련상품에 대해서 광고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그저 일반 TV 방송처럼 광고를 한다. 그런데, 광고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유치하다. 내용 자체가 유치하거나, 너무 노골적으로 광고를 하거나, 또는 유명 모델만을 찍고 뒤에 잠시 동안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의 광고처럼 독창적이고 참신한 광고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식해서 광고를 보다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모든 광고가 이런 방식을 따르고
있으니 그게 또 신기하다. 약간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지만, 얘들은
홈쇼핑까지 한다. 흔히 케이블 방송에서 자주 하는 홈쇼핑이 지상파에서도 하는 것이다. 애니 시작 직전까지 방송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그냥
몇 분 안하고 끝나겠지 하던 프로그램도 정말 20분 넘도록 방송하더라.
여담이지만, 일본에
있던 동안에 성우인 미즈키 나나씨가 일반 방송의 나레이션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분 목소리가 좀 튀는
편이라서 그저 TV를 틀어놓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얼음낚시
하는 프로그램에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들려 화면을 보니 ‘나레이션 : 미즈키 나나’ 라고 적힌 것을 또렷이 보았다. 하기야 이분 NHK홍백가합전에 나가고 난 뒤에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저서인지 일판 윈도우 캐릭터 성우를 맡고 있는 분도 이분이니까 말이다.
이제 완전히 1일째가
붙은 글은 끝이 났다. 하루의 내용을 이렇게 긴 글로 담을 수가 있다니…. 곧 2일째의 신선한 내용으로 찾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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