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그러니까 3달 전
컴퓨터 쿨러 소음이 꽤나 커서 한번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컴퓨터 쿨러를 들어내 털고 다시 꽂기로 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놈은 Intel Core2Duo E6400으로 2.13@266Mhz 콘로-2M버전입니다. 2006년 11월 출시했을 때 미친 오버수율을 자랑하던 CPU로 당시엔 신세계라 불리는 제품이었죠. 그 때 대구 전자관에서 처음으로 수령해서 이때까지 건드리지 않았으니 꽤 오래됐죠....

무심코 쿨러 밑바닥을 보니 써멀구리스가 다 굳어있습니다. 별 신경쓰지 않고 다시 꽂으니 CPU온도가 미친듯이 올라가더군요, 풀로드 돌려서 60도를 절대 안 넘는 녀석이 켜자마자 67도를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밤중이었고, 써멀구리스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으니 정말 큰일난 거죠.

그런데, 머리 속을 스쳐간 한가지 생각
"써멀구리스 = Thermal Grease = 반고체 윤활유 = 기름!!!"
그리곤 또 하나의 생각이 났죠. 대부분의 집에 있는 반고체 기름이라고 하면
"버터!!!!!!"

냉장고에서 버터를 꺼내와서 조심스럽게 발랐습니다. 
써멀구리스를 바르는 방법과 동일하게 기존에 있던 것은 깨끗이 닦아주고(손으로 닦지 마십시요. 지우기 힘듭니다. 천이나 휴지 등을 이용하세요) 버터 덩어리를 1그램.... 보단 적당히 표면에 놓고 카드나 칼 등으로 잘 펼처주면 됩니다. 버터에서 물이 조금씩 나오는데 흡수가 가능한 휴지 등으로 잘 막고 발라주어야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누전 현상 등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을 가능한 한 많이 닦아내시고 버터가 점성이 생길때까지 발라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버터를 바른 CPU....를 소켓에 놓고 굳은 구리스를 깨끗히 닦은 쿨러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전원을 켜고 온도를 확인해 봤습니다. 35도. 기존엔 30도 초반 정도 나오던 온도지만 이정도면 합격입니다. 풀로드시 65도 정도를 기록하는군요. 충분히 만족합니다! 기본 온도가 조금 높은 것이 흠이지만 풀로드 온도는 딱히 문제가 없군요.
혹시나 해서 마음 먹고 360Mhz 정도 오버 먹여도 멀쩡하군요. 그 이상은 쓰레기 RAM땜에 테스트를 못해서 모르겠지만 국민 오버 정도는 가능할 정도의 퍼포먼스군요...!!
3달이 지난 지금도 정상동작중이니 아무 문제가 없는 듯 합니다. 구리스 하나 괜찮은건 꽤나 비싼데 집에 굴러다니는 버터 하나로 말끔히 해결했습니다. 혹시 긴급상황에 처한 분들은 버터 한번 시도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 컴퓨터 켜면 나는 달콤한 냄새는 책임 못집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