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이 결정되고 기업 OT에 갔더니 인사팀 직원과 선배들께서 무조건 남은 시간동안 여행 가라고 추천해 주시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 박혀있으면 지겨움을 못 참는 성격은 아닙니다. 오히려 집에 박혀있으면 혼자서 매우 잘 노는 사람이기도 하죠.

하지만 막상 앞으로 기회가 전혀 없다고 가정하면 어디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목표로 잡고 있던 곳은 


1. 독일

2. 일본 후쿠오카 or 홋카이도

3. 도쿄


중국쪽이나 베트남은 저를 제외한 가족들이 다 갔다와봤는데, 사진을 보나 관광을 보나 음식을 보나 일본을 이길만한 건 스케일의 웅장함 뿐인 것 같았습니다. 중국은 공기도 엄청 좋지 않고 음식은 입맛에 안 맞고, 그리고 저는 여행을 휴식[각주:1]의 의미로 가는 것이지 관광의 의미로 가는 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전 역사유적이나 자연경관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 거 볼려면 차라리 뉴질랜드나 오스트레일리아, 아님 미국이 더 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유럽여행은 많이 가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박물관이나 유적 투어를 하는 건 질색입니다. 제가 원했던 건 맛있는 먹을거리와 그리고 자동차였죠. 독일에 가고 싶었던 거의 유일한 이유는 유명한 자동차 메이커들이 많고, 또 악명높은 푸른지옥,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가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없이 1달 이내에 독일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일단 표를 싸게 구하기 힘들었고, 독일 쪽은 완전 초행인데다가 그렇다고 독일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패키징여행은 원래 계획과 전혀 다른 것을 보고 돌아올 것 같았습니다. 여러 정보를 입수하다보니 준비해야할 게 너무 많아지더니 귀찮아지더군요.


일본 홋카이도쪽은 북한보다 위 쪽에 위치해서 더운 여름에 방문하기 적당한 여행지가 아닐까 해서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막상 찾아보니 갈만한 데가 제 기준으론 많지 않고 크기는 또 엄청 커서 도쿄 쪽보다 메리트가 클까 고민을 해 봤는데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후쿠오카쪽은 가격이 저렴하고 가깝고 해서 가족끼리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큐슈 지진으로 인해서 아무래도 걱정의 시선이 있었고 가족 전체가 이동하는 여행을 계획하다보니 동선을 짜기도, 숙박을 정하기도, 그리고 서로가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보니 일정이 부족해지는 일도 생겼습니다. 또한 더운 걸 싫어하는 가족원이 많아 우리나라보다 더 더운 큐슈쪽을 여름에 가기 꺼려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가족여행은 평소에 못 가는 안면도쪽으로 옮겨서 갔다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도쿄가 남았습니다. 도쿄가 남게 된 결정적인 이유 3가지를 꼽으라면


1. 지리, 교통편에 대해 좀 안다

2. 덕질의 천국이다

3. 말이 통한다


도쿄쪽은 2번 정도 갔다오면서 JR과 지하철 노선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대충 감을 잡았습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관광지를 갔다왔기 때문에 갈 곳은 적어지지만 그래도 아직 갈 데는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오사카 덴덴타운쪽에도 얼마 전에 갔다왔지만 그래도 본진은 아키하바라라고 생각합니다. 가본 지 꽤 지났기 때문에 새로 지은 라디오 회관이라던지를 가보기로 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본으로 결정한 이유는 언어의 장벽이 다른 나라들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제가 할 줄 아는 말은 영어랑 일본어밖에 없는데, 유명한 관광도시에 가면 영어+바디랭귀지로 하면 대충 의사소통은 다 되겠지만 그래도 의사표현을 능숙하게 할 줄 아는것과는 큰 차이가 있죠. 일본어라면 말하기가 크게 어렵지 않으니 아무 준비 없이도 그냥 가면 되겠다 싶어서 최종적으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도쿄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준비하려고 해도 대충 다 아니 준비할 만한 건 딱히 없어보이더군요. 다음 글에서 준비기가 자세하게 이어집니다.

  1. (휴식이라고 적긴 했지만 힐링이라는 의미가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