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히 관동지방과 그 오른쪽은 해가 참 빨리 뜨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나라랑 같은 시간대이지만 도쿄와 부산의 직선거리만 1천km 정도 차이나는만큼 꽤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해가 빨리뜨는 하절기라지만 4시 반인데 밖이 훤합니다. 



TV를 틀어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런 방송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널에서 하는 것은 뉴스.



뉴스 중에도 시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크게 시계를 표기하고 주기적으로 시보와 날씨를 알려줍니다. 

이 당시에는 IS가 방글라데시 식당에서 인질극을 벌여 일본인 7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제가 일본에 있는 동안 내내 아침방송에서 이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뉴스를 진행하는 과정. 우리나라 정시뉴스와는 전혀 다르게 종편채널에서 하는 뉴스와도 또 다른 독특한 진행방식을 일본은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분위기라면 우리나라 KBS에서 방영하는 '비타민'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딱딱한 형태의 앵커가 방송하는 것이 아닌 건강프로그램처럼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이해서 방영해줍니다. 위는 IS 성명문인데 일본어로 내용을 설명해주는 게 인상깊더군요. 참고로 일본에서는 IS를 '이슬람국'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보기 안쓰러웠던 것은 이 사람이 이렇게 착한 사람이고 이렇게 노력한 사람이었다라는 걸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과도하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이죠. 사람이 사망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이걸 그렇게 강조해야만 하나 싶더군요.

거기에 사망자의 가족들을 일일이 찾아가 형제나 부모, 친척을 찾아가 꼬치꼬치 인터뷰를 하는 모습도 보기에 안쓰러웠습니다. 가족들에겐 정신적 안정이 필요한 시기인데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면서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쏟게 하는 기자들의 태도에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이건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이니 일본만 욕할 건 아니라지만요.



자막번역 : 김정은이 처음에 등장했을 땐 90kg, 2014년엔 120kg, 최근에는 130kg로 추측


일본에서도 김정은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하긴 그 돼지는 전세계의 적이니까요.



그리고 롯데 경영권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롯데는 그렇게 큰 재벌로 인식되지 않는 듯 한데 우리나라에선 롯데 브랜드를 안 보기가 더 힘드니까요. 

단순히 대충 우리나라가 더 커저서 경영권 싸움을 하고있다 이런 식이 아니라 사업규모, 부자관계, 자본에 따른 경영권 변동 등 자세한 사항을 상세히 다루면서 설명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뉴스 보는 입장에선 그닥 몰라도 상관없는 정보이긴 한데 그만큼 사건을 다루는 전문성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유명한 이 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하니 일본에선 당연히 엄청난 유명인사가 되어버렸죠. 이날 첫 공판을 한다나 뭐라나 했던 것 같습니다.

이 뉴스도 단순히 공판 사실을 알리는 것부터 최근 행적에 대한 이웃 인터뷰, 이로 인해서 바뀐 정치자금 내역공개 등 많은 내용이 줄을 이어 나왔습니다. 확실히 우리나라 TV와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청자 참여 시간. 대기업 TV 리모컨 아래쪽을 보면 파랑/빨강/초록/노랑색 버튼 4개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건 디지털 TV에서 시청자가 정보를 방송국으로 보낼 수 있는 버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IPTV에는 조금 활성화가 되어있는데 지상파에서 이 버튼을 쓰는 경우는 잘 없죠.


하지만 일본에선 시각이 넘어갈때쯤 매일 이런 미니 게임이 나옵니다. 가위바위보인데 버튼으로 낼 수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겨서 포인트를 모으면 추첨을 통해 상품까지 준다고 하네요. 여담이지만 일본은 지상파에서 홈쇼핑 방송을 합니다. 심야애니를 보는 시간대에 채널을 돌리면 꼭 한 곳에선 물건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읔. 비겼네요.



이제 날씨로 넘어가봅시다. 일본의 여름날씨는 우리나라랑 비슷한 기온을 보입니다. 기온만. 제가 대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위를 싫어하긴 하지만 왠만한 더위에는 익숙합니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주로 가는 도시들, 도쿄/치바/요코하마(카나가와), 오사카/교토, 후쿠오카/쿠마모토/나가사키, 홋카이도, 오키나와, 이 모든 도시의 공통점은 바로 바다 옆에 있거나 호수가 있어 매우 습하다는 것입니다. 내륙은 없고 모두 물이 도시 옆에 있습니다.

실제로 돌아다니는 기간 동안 도쿄의 최고기온은 32도 전후를 기록했습니다. 수치만 봐서는 전혀 안 덥고 대구 기준으로는 햇살도 덜 따갑고 기온도 낮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매우 습합니다. 기온은 낮은데 온 몸이 끈적거리기 시작하고 답답해지고 불쾌지수가 높아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워도 땀이 나는 체질이라면 더욱 심할 겁니다. 결국은 기온이 낮더라도 습도가 불쾌지수를 높힙니다. 왜 여름에 일본에 가지 말라는지 감이 오더군요.



어제 기온은 35도라는데 그 날씨에 거리를 돌아다녀도 크게 더웠던 인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위 뉴스를 하다가도 주기적으로 날씨 리포터를 불러서 날씨를 설명해줍니다. 국영방송이 아닌 방송국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그 지방에만 방송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도쿄와 주변 지역만 예보해줍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과 경기도 지방의 날씨만 자세히 방송하는 것이죠.


근데 정말 예상하지 못하게 놀랐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TV에서 오늘의 날씨 키워드라고 '급변'을 말해주더군요. 일부 지방에서는 맑은 하늘에 급격히 구름이 끼다가 천둥번개가 치는 날씨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하더군요. 일단 예보상으론 흐리다고 나오니 우산을 챙기긴 했습니다만, 현실은 햇빛 쨍쨍이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아니었지만 전혀 비가 올 거라곤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4시 40분. 해가 일찍 뜬 만큼 일찍 지기시작해서 슬슬 어둑어둑해집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역시 우리나라 기상청이나 일본 기상청이나 일기예보는 믿을 게 못 되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시간 후...




불과 한 시간이 지나고 날씨는 급변했습니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 급은 아니었지만 비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억수같이 쏟아지고 번개가 엄청 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문득 아침에 어느 채널에서는 '번개 예측도'를 보여주면서, 날씨가 급변할 수 있고 천둥번개가 갑자기 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정보를 본 게 기억났습니다. 순간 소름이 돋더군요. 번개가 칠 것까지 일기예보가 정확히 예측해냈다는 것이니까요. 새삼 놀라운 정확도의 일기예보에 놀랐습니다. 하루종일 2단 우산을 가방에 넣어다니며 계속 후회할 뻔 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쓰게 될 줄이야.



덕질을 하든 관광을 하든 가려는 곳이 11시에 개장하는 관계로 침대에서 느긋하게 뒹굴뒹굴거리며 아침을 먹었습니다.



흔한(?) 카레도시락과 그렇게 안 흔한 베이컨 주먹밥입니다. 가격은 카레의 경우 우리나라랑 비슷하고 주먹밥은 조금 비싼 편인데 베이컨이니 비싸도 이해합니다.

맛은 역시 흔한 카레맛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카레만큼 맵지 않은데 향신료 맛이 진합니다. 베이컨 주먹밥은 나름 기대했는데 밥에 양념해둔 것이 영 별로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 편의점보다 음식 퀄이 훨 뛰어난 건 사실입니다. 맛있습니다.


밥도 먹고 후식도 먹고 방도 정리하고 여튼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맞추려고 뒹굴뒹굴 했는데도 시간이 너무 안 가서 8시 반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오다이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