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이걸 내가 왜 샀을까.... 


반성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간만에 O2JAM 아날로그에 들어가니 게임 내 곡들 중 S.I.D Sound 곡을 모아서 앨범발매를 한다고 하더군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룹이지만 수록곡들이 대부분 괜찮아서 한번 질러볼까 했습니다. 마침 그때가 10월 15일이었고, 다음 날 배송이 되어 수령하게 되었습니다.




포장상태는 양호합니다.




콜랙트 카드와 본 앨범입니다. 저는 팬이 아니니 저 카드의 정체와 용도는 일체 모릅니다.




케이스에 꽤나 많은 흠집이 있습니다. 스크래치 수준이 아니라 "찍힌 자국"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자켓 인쇄는 반유광 코팅지에 해두어 품질과 내구성이 모두 괜찮은 편입니다.




수록곡과 CD입니다.

O2JAM에서 인기있던 곡들은 모두 수록했습니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아래쪽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자켓 내부 디자인. 팬타비전은 이거 보고 본받아야 합니다.

단순하지만 깔끔하게 컨셉에 맞추어 디자인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신나게 까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발로 만든 CD_TEXT[각주:1]


(케이스 스크래치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먼저 CDP에 넣고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더군요.



뭔가 이상합니다. 곡 제목이 뜨긴 뜨는데 읽을 수 없을뿐더러 어떤 건 짤렸습니다.




아, CDP는 정상적으로 한글이 나옵니다.


그냥 CDP가 못 읽는가 싶어서 CD를 리핑을 위해 ODD가 있는 노트북을 켜고 푸바로 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태그가 이상하게 찍히더군요.



똑같은 증상입니다. 즉 CD_TEXT를 병맛같이 만들었다는 것이죠. 하긴 이거 제대로 만드는 곳이 드물긴 한데 아에 넣지를 않았더라면 욕은 안 먹을텐데 괜히 어설프게 만들어서 이 꼴을 만들어놓네요.




freedb를 사용하면 정상적으로 태그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발로 만든 CD




케이스에서 꺼내기만 했을 뿐인데 여기저기 심하게 긁히고 찍힌 자국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한 맨 아랫사진에서는 CD 표면에 검은색 구멍[각주:2]이 나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 구멍 어떻게 찾았냐구요? 저도 몰랐습니다. CD리핑하다가 에러 뜨길레 살펴보니 구멍났더군요,

문제는 CD내부에 구멍이 난 상태 그대로 CD표면에 프린팅을 해버렸습니다. 결국 QC를 안했단 말이죠.



3. 발로 만든 음악


제가 이 앨범을 사게 된 이유는 음악이 괜찮아서였습니다. 즉 게임 내 음악이 좋았단 말이죠. 그런데 이 시드 사운드는 "전 곡을 새로 녹음 및 리마스터링" 해버렸습니다. 심지어 가사까지 바꿔서 내놓은 곡도 있습니다.


곡이 바뀌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에 출시한 팝스테이지 앨범도 게임곡을 새로 리마스터링해서 내놓은 음반이었습니다. 또는 게임사와의 저작권 문제, 마스터링 문제로 음원을 그대로 못 쓸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숏버전으로 만든 음악을 좋은 의미로 새로 만들어서 롱버전으로 만들어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심합니다.


얘들은 완전히 새로운 곡들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반주에 쓰인 악기도 다르고, 반주(악보)도 다르고, 보컬도 다르고, 가사도 다르고. 나쁘게 말하면


"게임회사가 내놓은 음악을 아마추어들이 어설프게 따라해 2차 창작한 결과물"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곡에 있던 장점을 싸그리 무시하고 음악을 새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러면 이건 새 음반이지, 어떻게 O2JAM 수록곡이 될 수 있습니까? 정말 실망입니다.



4. 발로 한 프로듀싱


좋습니다. 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모두 새로운 곡으로 채워넣을 수도 있죠. 그건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 사람들이 정말로 앨범을 이렇게 많이 내놓은 그룹인지 의심 될 정도로 음악 상태가 거지입니다. 


먼저 제가 푸바로 립하다 이건 아닌 것 같아서 EAC로 셋팅해서 리핑을 하기로 했습니다. Key Disc를 이용한 Accurate Rip 교정에 Error Correction 활성화해서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추출하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에 포함된 EAC 로그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CD 표면의 상태불량으로 인한 에러가 눈에 띕니다. 하지만 에러율이 0.6%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시가능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들어보면 노래가 우리나라 아이돌 노래 같습니다. 아이돌 노래를 마스터링하다 온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죠.


1. 브릭월 레코딩 적용. 문제는 정도가 심함

2. 어느 부분에서나 발생하는 심각한 클리핑

3. 보컬 크기가 곡마다 뒤죽박죽. 심지어 반주에 묻히는 현상도 있음


먼저 브릭월 레코딩에 대해서 설명하면 음반 전체적으로 EQ가 강하게 걸린 느낌입니다. 상당히 자극적입니다. 보컬이 앞에 나와있으면 보컬밖에 안들리고 보컬을 없에버리면 음악에 입체감이 사라지는 전형적인 브릭월 레코딩이 적용된 음악입니다. 계속 듣고있으면 정신없어 질 정도로 난잡하죠.

문제는 이 브릭월 레코딩을 적용하면서 브릭월 리미터 등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브릭월 리미터를 쓰면 피크레벨이 줄어들어서 소리가 들쑥날쑥할 뿐 클리핑이 발생하거나 정신없어지진 않는데 이 앨범은 그냥 무턱대고 믹싱 때 볼륨을 올려놓은 결과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미 이렇게 화제에 올라오는 것 자체가 전 실력부족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클리핑. 너무 심합니다. 브릭월 리미터를 쓰지 않고 소리를 키워서 그런지 마치 다이나믹 레인지의 전부를 다 쓰고도 부족한 듯한 그래프 파형이 여기저기 보여집니다.


먼저 멀쩡한 앨범의 파형을 보시죠. C82 때 발매한 ALiCE'S EMOTiON - Crimson Tempest 중 7번 트랙, REDALiCE의 Mushroom Buster의 파형입니다.



이분의 곡은 디지털 음원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끝까지 끌어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저음이 강하게 울리는 상황에서도 파형의 끝이 사인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앨범은 저음이 나오면 가차없이 사인 파형의 마루와 골을 잘라버려 square 파형을 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위에 나온 2번 트랙, 숨바꼭질의 경우 저음이 이미 다이나믹 레인지 전체를 쓰고있는데 거기에 큰 소리에 보컬과 반주를 구겨넣어 소리가 으깨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을 저 상태로 내놓았다는 건 그냥 프로듀싱을 발로 배운 게 아닌가 의심되는군요.



보컬에 대해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6번 Angeli Brucia에서 볼 수 있습니다. 1:18초 부분 원곡에는 없는 기타 리프가 들어갑니다. 안 그래도 다른 곡들에 비해서 보컬 크기가 작게 들리는데 그 보컬을 기타소리가 완전히 덮어버립니다. 분명 기타 소리크기에 대해서 조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걸 내버려뒀다는 건 그저 무관심인 건지 모르는 건지..

그에 비해 9번 Jump to Summer는 정 반대의 상황이 발생합니다. 보컬 크기가 너무 커서 처음의 "푸른 빛~ " 부분부터 보컬에 디스토션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보컬이 멀쩡한 반주를 다 가려버립니다. 보컬이 약한 리시버로 들어도 보컬이 귀에 팍팍 꽂히는군요. 



음악은 멜로디와 가사만 짠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녹음과 프로듀싱도 음악제작에 한 부분이고, 어차피 기타와 베이스 빼고는 99% 신디소리로 음악을 다 채우는 주제에 그거 하나 조절못해서 이런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건 프로[각주:3]로써는 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기존엔 음악에 사용되는 신스나 효과음이 기존 악기셋트에 있는 걸 그대로 사용한 곡들이 많은 편인데 요즘 들어서 멜로디는 잘 짜는가 싶었는데 이런 결과물을 가져다 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때까지는 우리나라의 유명무이한 동인음악 제작팀으로 나름의 응원을 해왔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앨범은 CD프레싱 불량으로 반품을 시켜야겠군요.





  1. (Audio CD 버닝 시 헤더 부분에 트랙의 가수.제목등을 입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규격) [본문으로]
  2. (실제로는 투명하게 보이나 플래시를 통해 강조하면서 검은색 구멍으로 보임. 먼지와 구분되는 게 먼지는 흰색으로 나옴) [본문으로]
  3. (2010년부터 동인음악의 범주에 벗어나 메이져 음원 프로세싱의 길을 걷고 있으며, 이미 법인화를 거쳐 주식회사SBT의 계열사가 된 상태에서 더 이상 아마추어라고 할 수 없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