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간만에 잡은 라노베였습니다. 한 동안, 아니 꽤 오랫동안 읽지 못하고 쌓이기만 했는데 드디어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고, 둘 다 게임 라노베 전문(?) 번역가이신 김완 씨가 번역을 담당하셨습니다. 사실 저 또한 역자의 김완씨의 후기와 거의 동일한 것을 느꼈기 때문에 이를 염두해 두고 감상을 적어보겠습니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이 세계가 게임이란 사실은 나만이 알고 있다 1권 감상


소아온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인터넷 연재 소설입니다. 띠지에도 '조회수 4천만의 웹 소설'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죠.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겹습니다'


웹소설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작가의 문체가 이런 건지 내용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주간 만화지에 연재되는 만화같이 장면마다 이어지는 부분이 아무리 봐도 어색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설명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입니다. 이해는 합니다. 새로운 세계관에 대해서, 기존 게임을 독자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독자는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위키처럼 줄줄줄 설명만 하는 부분이 초반에 너무 자주 나옵니다. 소설이라면 소설답게 설명을 해주면 좋겠는데 게임 공략본도 아니고 이러한 식의 설명은 저를 지겹게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왠지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서 게속 설명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 그러면 전 2권에서 감상을 중단할 것입니다. 1,2권을 아주 빠르고 재미있게 읽었던 소아온에 비하면 이건 아무리 책이 두껍다고 하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위의 단점을 제외하고는 내용은 꽤나 신선했습니다. 주인공 자체, 아니 제목 부터가 이미 세계에서 게임과 같은 "버그 플레이"를 할 마음으로 가득 찬 상태였기에, 거기에 저 또한 게임을 잘 못하므로 정석플레이보다는 버그 플레이에 익숙한 사람이라서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플레이하는 게임에는 지금도 작가후기에 적힌 "상호간 충돌데미지 계산범위" 문제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버그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버그들을 악용(?)해서 플레이하는 모습은 마치 저의 플레이를 보는 듯 했습니다. 

쉬운 예로, 지금 당장 플레이 가능한 심시티 (2013)에서 교육을 위한 학교는 초등/고등/전문대/대학교 이렇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일반적이라면 모든 종류를 지어야 모든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있겠죠. 하지만 유저들이 실험해 본 결과 '학생들의 학년에 대한 구분은 없고 그냥 어떤 학교든 정원만 채우면 교육이 만족된다' 라는 당시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유저들은 가뜩이나 좁은 땅에 학교를 지어야하니 가장 효율이 좋은 고등학교로 모든 맵을 채워서 교육을 시키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보는 플레이의 대부분은 이러한 방식입니다. 지금 현재에도 유저들이 게임을 더욱 지혜롭게(?) 플레이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버그를 실생활에 옮기면 어떨까? 이런 소재로 시작한 점에서는 재미있었던 소설입니다.



노 게임 노 라이프 1권 감상



http://flymoge.tistory.com/1024 위 글에서 제공받은 책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소설이 유명함은 물론 4월달에 일본 애니화가 결정된 시점이라 언젠가는 그 내용을 알게 되었을 것인데 위의 소설과는 정반대로 마음을 먹고 딱 2시간만에 모두 읽었습니다.

이 작가가 원래 만화를 그리던 사람이라서 소설임에도 만화같이 내용을 상당히 빨리 읽을 수 있습니다. 그 대신 문체가 조금 지저분하고 빙빙 둘러간다는 것은 역자후기에서 지적되었지만 실력부족인지 아니면 컨셉인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후자이길 바랍니다.

다만 그 강조점 좀 그만 쓰고 진하게(Bold)를 쓰는 건 어떨까요, 작가님? 그놈의 점점점점쩜쩜쩜쩜, 진짜 일본말로 땡땡이가 매우 신경쓰입니다. 문맥상 강조를 하는 문장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된 것 같은데 너무 난발하는 느낌이 있네요. 점 좀 그만 찍고 진하게 처리를 하면 읽기가 편해질 것 같네요.


이 소설에서 의외였던 점을 찾으라면 바로 '문명' 얘기가 꽤 자주 나온다는 겁니다. 흔히 "문명하셨습니다" 할 때 쓰는 바로 그 '시드 마이어의 문명'입니다. 저 역시 문명하셨기 때문에 후반부에 나오는 전술들 보니까 아놬ㅋㅋㅋㅋㅋㅋ 이 작가 답없다 싶을 정도로 재밌더군요. 

이게 왜 의외냐고 하면, 역시 역자후기에도 적혀있지만 일본 라노베에 나오는 게임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 정통 RPG 기반의 게임들이 많습니다. 몬헌이라던지 파판이라던지 예전부터 이쪽 RPG 시장은 일본이 강세였고, 유저층 역시 탄탄했죠. 그래서 이를 주제로 하는 소설은 많이 나왔습니다. 유명한 소아온도 그러한 한 종류에 속하죠.

하지만 이 '카미야 유우'라는 사람은 브라질 출생인데다가 유년을 미국에서 지냈습니다. 그래서 일본 라노베에서 문명 얘기가 나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고, 작가는 이 주제를 매우 능숙하게 써먹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내용에 정점을 찍는 결정적인 포인트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일러스트 역시 작가 본인이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원래 작가가 만화를 그리던 사람이라서 일러스트에 능숙했고, 제작사 측에서도 글-일러스트 모두 하는 작가를 푸시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일러스트 수위가 너무 셉니다. 정말 이거 나이제한 딱지 안 붙나요? 카미야 유우의 동인 활동을 아시는 분들은 원래 이 분이 이런 쪽이라는 걸 아시겠지만, 혹은 천마의 흑토끼 일러스트를 접하신 분이라면 짐작하실 수도 있겠지만, 뭐랄까, 호불호가 정말 심하게 갈리는 일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전 솔직히 말해서 불호입니다. 너무 부담스럽네요. 


------추가내용------

이 책에 소소한 오류가 있는데 그걸 적는 걸 깜빡했네요. 


극초반부에 "게이머답게 반응속도를 우선시한 LED 디스플레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건 엄연한 오류입니다.

1. LED 디스플레이, 즉 LED 모니터는 백라이트를 LED를 사용한 모니터를 말하며 반응속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전구를 백열등을 켜든 형광등을 켜든 영화관 프로젝터 영상은 그대로죠.

2. 정말 반응속도를 원하는 디스플레이라면 OLED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라고 적어야합니다. OLED와 LED는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제품입니다. 하나는 전구고 하나는 디스플레이죠. 형광등과 TV를 같은 제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2.1 여담이지만 OLED 또한 잔상 이슈가 있습니다. 발광소자이기 때문에 아에 픽셀을 꺼버리면 다시 켜는 데 일반 모니터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그 외에도 수 많은 수명&기술적인 이슈가 있고, OLED 대표주자인 삼성은 이걸 해결하지 못하고 꼼수로 커버중입니다. 정말 반응속도가 중요한 FPS 등에서는 아직 CRT 모니터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괜히 뚱뚱하고 전기 먹는 CRT를 쓰는 건 아니겠죠?


뭐, 비전공자들은 이런 거 모르겠죠. 저만 까는거겠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다른 소설들 역시 읽어나갈 계획입니다. 다만 학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다음주부터는 아마 또 다음 방학까지 소설을 쌓는 날이 계속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