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입


신라면 블랙은 저에게 어떤 의미로 뜻깊은 라면입니다. 바로 이 누들홀릭 카테고리를 시작하게 만든 라면이죠. 당시 "농심의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라는 카피문구의 무리수로 시끄러웠던 라면, 저도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라고 도전했는데 이상하게 한성의 스파게티가 가장 먼저 올라갔고, 그 뒤로 사진이 묻혀버렸죠. 그래서 언젠가는 이 시발점이 된 라면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이 카테고리를 시작한 지도 2년이 지났습니다. 문득 신라면 블랙이 생각이 나서 다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종종 라면은 시간이 지날수록 구성물이 부실해지거나 맛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그 점도 염두해두고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2. 포장



신라면 고유의 포장에 검은색을 입힌, 친숙한 이미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한 번 쯤은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소비자가격은 1,500원. 비쌉니다만 500원 더 주고 한 번 도전해볼만한 라면이긴 합니다.



3. 구성



비싼 라면이라서 구성도 알찬 편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압도적인 건더기 퀄리티. 큼직한 버섯과 진짜 쇠고기, 풍부한 야채 등 아주 만족스러운 건더기입니다. 다른 라면도 이 정도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스프는 양념스프와 설렁탕분말 2개로 분리되어있습니다. 본스프는 신라면 베이스긴 하지만 뭔가 많이 첨가해서 본래의 신라면과 다른 맛을 내며, 설렁탕분말은 자사의 사리곰탕[http://flymoge.tistory.com/990]에서 소금만 줄인듯한 느낌입니다.

면은 생각외로 특별한 점이 없습니다. 면에는 승부수를 걸지 않겠다는 것일까요. 신라면과 차이가 없는 것 같네요.






4. 조리




신라면은 구식 조리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550mL에 구성품을 다 넣고 4분 30초간 끓입니다.


스프 종류가 많기 때문에 스프와 건더기를 먼저 넣으시고 면을 넣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봉지에는 "끓어오름 현상"으로 위험하다고 하는데 본스프부터 넣으면 별로 심하진 않더군요. 이건 여려분의 선택에 맞기겠습니다.




5. 맛




가장 먼저 거슬리는 건 저 불투명한 국물입니다. 설렁탕스프 덕분에 국물이 매우 탁해보입니다. 마치 라면스프에 수제비를 넣은 것처럼 말이죠. 저 스프 때문에 사실상 신라면의 의미를 거의 상실했습니다. 맵지 않거든요. 그야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이 안 나는 건 아니지만 설렁탕스프 덕분에 거의 다 덮힌 느낌입니다.


그래도 최악의 양파맛 나는 탁한 라면이었던 컵라면[http://flymoge.tistory.com/823]보다는 맛있습니다. 신라면과 곰탕면의 조합은 생각외로 나쁘지 않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완성된 맛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건더기는 이 라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무파마를 뛰어넘는 건더기의 풍부함은 건더기 덕후인 저에게 아주 큰 만족감을 줬습니다. 특히 고기고명이 다른 라면과 같이 흉내만 낸 가짜쇠고기가 아니라 진짜 쇠고기를 사용했다는 점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버섯도 씹는 맛이 좋습니다.


면발은 앞서 평한 것과 같이 특별한 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국물 맛이 복잡하니 면맛은 단순해야 궁합이 잘 맞으므로 특별히 건들일 게 없긴 하지만 약간 더 면의 탄력을 조절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면발은 나쁘지 않습니다.



차라리 이 라면이 신라면의 명칭을 떼고 새로운 라면으로 출시했더라면 나름 적절한 조합에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괜히 신라면의 프리미엄 네임벨류에 묻어가려고 억지로 신라면 이름을 붙혀버리는 바람에 신라면에 치우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비싼 가격은 지갑을 열기 힘들게만들죠..


추천도 :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