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입


추석에 방문한 할머니댁에서 의외의 먹거리를 얻었습니다. 찬장 안에 처박혀있던 둥지냉면이 그 주인공이죠. 여름 시작하기 전에 구입했는데 아무도 먹질 않아서 결국 저에게 떠넘겨지다시피 받아온 냉면입니다.


전 냉면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강산면옥[http://flymoge.tistory.com/976]에 가서 물냉 정도는 좋아하지만 비냉이나 특이한 냉면은 속이 별로 좋아하지 않더군요. 그런 제가 이 둥지냉면 중에서 물냉면은 꽤나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는 이걸 좋게 평가하는 사람은 드물더군요. 인터넷에도 알바가 많으니 평가의 신뢰성은 결국 0에 수렴해버립니다. 이번에 새로 냉면을 받아왔으니 새로 접한 제품처럼 평가하도록 하겠습니다.



2. 포장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은 생생우동과 같이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겨진 꽤나 두꺼운 포장입니다. 단품의 포장도 상당히 두껍죠. 중량은 161g로 제 기준에서는 심하게 작습니다. 아래쪽에서 다시 언급하죠.


봉지를 뜯으실 때 라면과 같이 상단 중앙 접합부분을 잡고 양쪽으로 벌려서 뜯지 마세요. 내부에 있는 플라스틱 용기가 구겨지거나 깨져버립니다. 그 용기로 물양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 점에 주의하시고 한쪽 귀퉁이의 절단부분을 통해 봉지포장을 제거하시면 됩니다.



3. 구성



새 둥지처럼 면을 넣어 둥지냉면이라고 부르는 걸로 아는데, 뭐 흔히 라면에서 볼 수 있는 구성과 거의 동일합니다.

면은 일반적으로 파는 냉면용 면이랑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건더기가 상당히 독특한데, 건조처리를 한 배추, 오이, 무 등이 들어있습니다. 양은 상당히 작은데 면을 끓일 때 같이 넣으면 불어서 크기가 커지게 됩니다. 그래도 양이 많이 작은데 단가 문제도 있고 사람들이 이런 작은 건더기는 아에 먹지를 않고 국물과 같이 버리는 일이 많아서 일부러 양을 적게 넣은 것 같습니다.

냉면용 겨자는 특별할 게 없는 액체겨자며, 매운 정도는 높지 않습니다.





4. 조리



상온 물(25도)에 30분, 끓는 물(100도)에 5분이면 조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시도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농심에서 공짜로 몇 개 주면 모르겠지만..) 냉면은 끓여서 전분을 제거하고 물로 씻어내서 깔끔한 면 상태로 먹어야 맛있는데 저런 조리방법은.... 전 시도하지 않겠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면을 삶는 부분입니다. 라면과 같은 조리방법이라고 해서 라면처럼 아무 생각없이 넣어버리는데, 메밀면과 냉면류는 물양, 불 조절, 면 풀림 상태에 만전을 기해야 면을 제대로 삶을 수 있습니다. 


위 포장의 조리법을 보면 1인분 800mL의 비교적 많은 물양을 요구하는데 어차피 버릴 물이라면서 이를 무시하고 끓였다간 면이 서로 엉겨붙거나 제대로 안 풀리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국물에서 거품이 많이 일어나고 국물이 걸쭉하다, 그러면 이미 망했다고 보는 게 맘 편합니다. 


또한 약한 불이라고 적혀있는데 라면같이 센 불에 끓여도 위와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처음에 끓는 물에 면을 넣으면 30초 이내에 면이 물을 머금어서 풀어지는데 라면처럼 가만히 둔다고 면이 풀리지 않습니다. 30초 이후 1분 사이에 젓가락으로 면을 살살 풀어서 면이 뭉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너무 세게 풀면 면이 끊어지니 주의하시구요.



그에 비해서 육수는 정확한 조리방법이 나와있기에 트레이를 이용하면 손쉽게 정석대로 조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용기를 물로 간단히 씻어준 다음 얼음을 가장 먼저 넣습니다. 얼음이 싫으시면 이 단계를 건너뛰고 파란색 육수봉지를 넣어줍니다. 제품이 상온보관이라서 육수를 차갑게 하기 위해 얼음을 가장 먼저 넣어야 합니다.



위에 보이는 물선까지 물을 넣으시면 됩니다.



물선을 정확히 지킨 상태


3분간 끓여도 면 내부는 꽤나 탱탱한 상태라서 취향에 따라 1분 정도 더 끓여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 탄력있는 면을 선호하므로 공식대로 3분 조리를 수행했습니다.

면과 건더기를 뜰채로 건져 찬 물에 깨끗히 씻어줍니다. 이 때 남은 전분 등이 다 제거될 수 있도록 꼼꼼히 씻어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걸 제대로 안 하면 육수가 전분과 섞여 맛이 이상해집니다.


5. 맛




귀찮으므로 육수 제작 트레이에 그냥 넣어서 먹습니다. 편리하다고 하면 편리한 점이죠.


냉면집에서 나오는 정통냉면은 일단 제외하고, 집에서 조리할 수 있는 즉석냉면 중 수준급의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미료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쇠고기육수와 동치미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습니다. 동치미 맛이 살짝 강하다고 생각되지만 충분히 맛있습니다.


면은 즉석냉면의 다른 면들과 비교해서 탄성이 조금 더 있지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양인데, 냉면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저도 1개는 간식 수준이며 최소 1.5개를 끓여야 냉면 먹는 느낌이 납니다. 그런데 이거 비싸죠. 면이 조금 더 많았더라면 좋겠습니다.


건더기가 의외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장기보관 식품 중에서 이렇게 아삭아삭한 느낌을 내는 제품이 잘 없습니다. 배추나 오이가 아주 적절하게 씹히는 맛이 있어서 냉면의 맛을 올려줍니다. 다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이겠지만 외형에는 오히려 칙칙한 색이 마이너스네요.


올 여름에 모 사이트 추천냉면을 20봉 사서 먹었는데 정말 5개 먹고 냉동실에 처박혀있습니다. 맛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죠. 그 외에 면과 육수를 따로 사서 조리해야 하는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맛의 완성도나 건더기 품질 등에서 둥지냉면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냉면을 재어두고 먹을 게 아니라면 둥지냉면은 좋은 선택입니다.



추천도 :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