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드노벨 까기 바쁜 블로그의 글에서 "이렇게 쓰레기인 책은 처음 봤다" 라는 말과 함께 소개한 책. 도데체 얼마나 글을 못 썼길레 욕을 처먹는지 나도 궁금해져서 친히 6천원을 버려가며 도서 읽기에 도전.
결론은

"기대하지 마라. 돈 버렸다 생각하면 볼만함"

먼저 시드노벨 홍보팀의 광고문구 등은 모두 무시하고(애초에 멀쩡한 내용조차 병신취급하려는 의지가 돋보임) 책 내용만으로만 평가하자면 욕을 먹어도 쌀 정도는 아니다. 그저 어디에서 많이 보았다는 구조들이 넘치고, 작가가 극일빠고, 문체가 지저분하고(정신이 없다), 내용을 너무 빨리 진행시키려는 경향이 있고, 복선이 너무 터무니없이 깔렸다는 이런 중대한 문제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이 소설이 욕 먹는 이유는 당연할 지도 모른다


먼저 내용만을 보면 내가 소설을 읽는건지 아침드라마를 보는건지 심야(서비스)애니를 보는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너무 익숙한 구조들이 나타난다. 특히 지금 방영중인 애니, 비탄의 아리아 같은 느낌이 폴폴. 이걸 호시카카, 캄파넬라 같은 애니화하면 상당히 볼만하겠다(눈이 호강하겠다)는 느낌. 이런 판박힌 소설도 가끔씩 읽어주면 머리에 부담도 안 가고 시간 때우기 좋다는 장점은 있다. 

그 다음으로 작가 극일빠설은 좀 까야한다. 영국식 메이드 사상을 뒤집는다는 기본사상은 둘째치고, 학생회장이 동방빠라는 건 좀 너무했다. 전혀 필요없는 설정. 실제로 이 부분만큼은 억지로 엮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설정에서도 대놓고 일본애니를 베끼는 듯한 느낌이 든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듯.

문체가 지저분한 건 일부러 그런거라면 고수작가 취급을 해주겠지만(베르나르의 파라다이스 1권에 나오는 보디가드 얘기처럼 일부러 어눌한 어투라면) 내가 봤을 땐 그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초반부에는 설정 언급하느라 내용이 상당히 지저분해졌지만 후반부에는 흔한 소설처럼 이야기가 슥 진행되었기 때문. 문체를 좀 통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내용이 빠르다는 느낌은 이게 1쿨 애니라는 느낌이 드는 것과 강하게 연결된다.실제로 읽으면 이건 뭐, 진짜 애니를 보는느낌. 복선은.... 후반부에 뜬금없이 펑펑 터뜨리는 게 좀 많았다.

그런데도 왜 이 책의 리뷰를 하는가?


이 책의 리뷰를 하고싶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지금 사회복지쪽의 업무를 하다보니 와닫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국가소속의 메이드들. 작품 안에서 소개하길 메이드는 육아돌보기부터 시중까지 드는 서비스업종이다. 물론 본래의 메이드들이 담당하는 고위층 시중은 서민들에게 먹히지 않겠지만 어려운 사람들, 우리쪽에서 말하는 수급자들과 차상위 계층을 향한 도우미도 있다는 점은 본인의 입장에서 상당히 와닿은 내용이다.

비록 한 동사무소 민원대에서 업무를 보는 게 다인 나지만 어려운 사정으로 동사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나많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달라는 분들도 있고, 가족 구성원이 아파서 도우미가 필요한 분들도 있다. 학비지원이 필요한 분들도 있고, 스스로 일어서려는 힘이 필요한 분들도 있고, 집이 없어서 임대주택이라도 달라는 분들도 있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계층을 도와주는 취지에서의 메이드들은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작가는 이를 꽤나 불온하게, 그리고 귀족층 위주로 몰고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주인공들의 과거이야기에서 메이드들에게 도움을 받고 메이드가 되기를 원하는 것을 보고나니 마음에 확 와닫는 것이 있었다. 현실사회에서 국가가 체계적으로 메이드들을 육성, 배치하여 정말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메이드의 길로 나아가 다른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얼마나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겠는가.

현제 젊은이들의 봉사는 너무 형식적으로 그치고 있다. 학교에서 봉사점수를 요구하더라도 도서관에서 책 좀 치우거나 관공서에서 비질 좀 하고 점수를 받아가는 게 다인 현실. 간혹 학교에서 지체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을 수용하고 있는 복지단체에 방문하여 진짜 봉사를 시도하긴 하지만 단체로 우루루 몰려가서 시간 떼우겠다는 인식이 강하다(노인정은 봉사 축에도 안 든다).

같은 공익들 중 이러한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참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많다. 아무리 말을 못 알아듣더라도 2년간 근무하다보니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 힘들었다는 말. 장애학교에서 근무하다 졸업식을 끝내려고 복무기간이 끝났는데도 근무를 계속했다는 말. 공익 외에도 순수한 마음에서의 봉사자들은 더 존경스럽다. 남들이 비하해 말하는 똥셔틀, 밥셔틀 등등. 해보지 않고는 말을 하지 말라.

비록 메이드라는 말로 미화하고 있긴 하지만 책에서 얘기하는 봉사정신은 이러한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봉사라는 것은 고위층의 비서활동, 또는 야애니, 만화등의 XX봉사활동 이런 것이 아니라 세상의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봉사활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그런 메이드들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바뀔까?

내가 이 소설을 썼다면 이러한 면을 강조해서 썼을 것이다. 그저 한번 읽고 치워버리는 시드노벨일지 몰라도 이를 조금 더 현실과 조합해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로 이끌어나갔더라면 시드노벨의 불온한 딱지는 커녕 건전한 문학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런 사회경험을 이끌어냈더라면 이런 소설을 쓰고있진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