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다.

정말 많다.

제길, 좀 지나가자고!

솔직히 여기에 딱 하나 볼만한 것은 유명한 크레이프 가게가 있다는 것(물론 철저히 남자의 입장에서 볼 때이다)이다. 두 번째 사진을 잘 보면 롯데리아와 멕도날드, 오른쪽에는 요시노야가, 그리고 많은 디저트 위주의 가게들이 타케시타도리 입구에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다. 방금 점심을 먹고 온 것이 무지하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주로 여성이나 커플을 위한 액세서리나 옷 가게가 있다. 옷 가게도 유명브랜드에서 내놓는 것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조금 독특한 분위기의 '의상'들이 많다. 우리나라에 "갸루"라고 알려진, 사실 조금 과장되어 알려진 하라주쿠 스타일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확실히 엑세사리나 니삭스 같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여기는 혼자, 또는 그룹으로 다니는 남자들의 공통점으로 모두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것. 그만큼 남자에게는 재미없는, 여성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스팟이다.

다이소. 우리나라에도 꽤나 많은 체인점이 들어온 유명한 100엔샵이다. 하라주쿠에는 기억 상으로 3층 규모로 꽤나 널찍한 규모를 자랑한다. 다만 안에 진열된 상품은 다른 100엔샵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혼잡한 경우 패스해도 무관하다. 참고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100엔샵 안에서의 가격은 모두 100엔 + 세금 5엔이다. 따라서 어디에서도 가격표를 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1000원 딱 맞춰서 받긴 하지만 1000원 말고도 이천 원, 삼천 원 하는 제품들도 있는데 여기에서는 따로 가격표를 달지 않는 이상 모두 100+5엔이다.

여기 안에서 무지 기분 나쁜 일을 당했는데, 나중에 크레이프를 사서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조금 있다 경비원에게 다 먹고 들어와달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오기 전에 멕도날드 감자튀김을 손에 쥐고 먹고 있는 사람을 보고 나왔는데 내가 크레이프를 다 먹고 들어가니 그 사람은 아직도 당당히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다. 왜?? 조금은 통일성 있게 사람을 쫓아내면 안되나? 물론 음식을 먹으면서 다른 물건에 손을 대면 업체 입장에서는 곤란한 것도 있겠지만 크레이프는 뒤에 보면 알겠지만 손에 음식물이 묻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에 비해 감자튀김은? 마시지 않는 이상 손에 기름이 묻고 그 기름이 물건을 더럽힌다는 것을 왜 방치한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이 무지하게 운이 좋았던지. 하여간 기분이 무지 나빠졌다.

대놓고 경쟁관계.

안으로 들어가면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크레이프 가게를 볼 수 있다. 오른쪽에 파란색 마리온 크레이프가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그 뒤에 바로 옆에 엔젤스 하트라는 가게가 생겼다. 그리곤 매우 치열한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원조인 쪽이 훨씬 줄이 길 것 같지만 가보니 어느 쪽이나 줄이 상당히 길었다. 듣기로는 엔젤스 하트가 좀 달다는 평이 있긴 한데 직접 먹어보지 않았으니 패스.

이왕 온 김에 마리온 크레이프를 먹어보기로 했다. 줄을 기다리는 동안 줄 옆쪽에 크레이프 모형을 전시해 두었다.. 한글 여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음식의 모형과 그 옆에 번호가 붙어 있어 영어로 번호를 불러주면 대개 알아먹는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면 내가 주문했을 때 상당히 황당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음식 먹는 법칙에 따라 가장 무난해 보이는, 그리고 되도록이면 가격도 적당한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 중에 '딸기 초콜릿'이라는 게 끌려 주문하려고 했는데 일본어 "イチゴショコラ"라는 발음을 하기 상당히 귀찮아서 그냥 적혀있던 번호인 45번을 불러주기로 했다. 그래서 "四十五番お願いします"라고 주문한 뒤 약간 기다리니(그 사람들 무지 빨리 만들어준다) "Here, Forty-Five"라는 말과 함께 건내주었다. 응? 난 분명히 일어로 주문했는데 대답은 영어로 해주네? 내가 그렇게도 외국인같이 보였을까? 아니면 그냥 혼자 있길래 직감상 외국인이라고 판단했을까. 글쎄다.

그러면 크레이프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걸 5000원이나 주고 먹어야 한다니… 물론 한번쯤은 먹어보기엔 괜찮았지만 별로 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맛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친구 녀석은 기념품 산다고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니 거의 반 죽음 상태였다. 몸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난 이 다음에 호텔로 돌아가면서 신주쿠에 가 전기상가 쪽 걸어 다니려고 했는데, 친구 상태를 보니 그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일단은 친구를 한숨 재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