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대륙의 실수'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중국 IT 기업을 꼽으라면 샤오미일 겁니다. 쓰레기 단통법 때문에 샤오미 폰들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여러 사이트에서 가성비 좋은 샤오미 보조배터리가 불티나게 팔렸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 샤오미 이어폰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대륙의 음향기기는 여기에서도 몇 개 다루었지만 더 이상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저도 약간 의야했지만 괜찮은 평을 받았던 pl30을 시작해서 많은 중국산 기기들을 써봤고,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이번 샤오미 피스톤2 또한 대륙의 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이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 이상 성능만이 아닌 디자인의 영역까지 넘보고있는 것이죠. 일단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스뜯기




샤오미의 많은 제품들이 이런 무지박스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뒷면에는 간단한 스펙이 적혀있습니다. 전 중국어를 모르니 패스





뭔가 많은 내용이 적혀있지만 중국어 모르니까 패스. 지금 이 포스팅 본문을 읽을 수 있다면 이어폰 정도는 다 쓸 수 있습니다.



흡사 이어버드/이어팟의 포장을 생각나게 하는 케이스가 튀어나왔습니다. 금형이 딱 들어맞고 재질또한 튼튼합니다. 엄청난 마감이네요




이렇게 모서리에 투명스티커를 붙혀 임의의 개봉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스티커가 비가역적인 녀석이라 미개봉 구분은 이걸로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본체와 실리콘 케이스(?)가 나왔습니다. 상당히 깔끔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구성품에서 초콜릿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전 감기로 인해 코가 막혀서 패스. 뭐 뭔 냄새가 나긴 납니다.

이렇게 줄을 감아 보관할 수 있지만,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상태로 보관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남은 통 아래에는 SML 팁과 터노 방지용 클립이 있습니다.





제품 자세히 보기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건 다른 것들과 별 차이 없죠


이번 피스톤에서 가장 신기했던 게 바로 저 정품인증 QR코드입니다. 세상에, 중국산을 정품과 가품으로 나누는 세상이 왔다니... 여튼 저 작은 QR코드가 무지 안 찍히는데 겨우겨우 찍으면 이런 페이지가 뜹니다.



뭐 그렇답니다. 저게 사람들마다 조금씩 코드가 다르게 생겼긴 하던데 과연 저런걸로 정품구분이 될련가 모르겠네요. 가품도 저거 베끼면 그만인지라..



스플리터를 기준으로 아래쪽은 직조코드, 위에는 일반코드를 사용했는데, 직조코드가 워낙 얇아서 내구성이 걱정됩니다. 이거 AS도 어려운데 말이죠.


버튼은 사진을 기준으로 왼쪽에 볼륨 업/다운, 오른쪽에 통화끊기-재생-정지 버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른 이어폰이랑 비슷하죠. 제가 사용하는 LG G Pro 2 기준으로 모두 정상작동했습니다.

마이크도 여기에 달려있는데 통화도 잘 되더군요


유닛은 L모사의 쿼x비x랑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그냥 무난한 디자인이죠. 나름 동심원 무늬를 넣어서 단조로움만 겨우 피했습니다.


이 디자인의 문제가 뭐나면

- 깊은 삽입이 힘듬

- 귀에서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음

이 있습니다. 이게 기본팁이랑 만나면 더 나빠지는데, 아래쪽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습니다

코드 역시 그냥 평범한 디자인에 줄 세개 넣어놨습니다. ㄱ자 플러그가 아니라고 아쉬워하실 수 있는데 모바일에서는 대부분 -자가 편하고 반드시 ㄱ자 플러그가 내구성이 좋은 것도 아니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착용감


※기본적으로 전 모든 인이어 헤드폰은 귀 뒤로 돌려서 착용하고 있습니다


유닛이 무겁지는 않아서 장시간 착용하더라고 큰 무리는 안옵니다. 이물감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DD를 사용한 이어폰들은 다 이러니까 이것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터치노이즈도 잘 억제되는 편입니다

다만 삽입 깊이가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DD 커널은 깊은 삽입이 불가능하고, 이 녀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이어폰을 사도 그냥 귀에 걸치기만 해서 아에 제조사가 귀에 걸치는 형태로 제품을 튜닝해버리니 오히려 깊게 삽입하면 소리가 더욱 이상해집니다.

이건 동봉된 팁이랑 만나면 더 심해지는데, 팁 노즐의 두께는 엄청 굵어서 잘 안빠지는 구조로 되어있지만 날개 부분은 매우 얇아서 깊게 넣으면 구겨저버립니다. 그러면 저음이 새나가죠. 귀에 걸치는 사람들 위주로 설계되어서 그렇습니다. 깊게 집어넣는 사람들은 더 비싸고 작은 이어폰 써라 이건가요


차음성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덕트가 있기 때문에 소리가 들어오고 또 그만큼 새나갑니다. 크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닌데 차음성 좋은 BA 커널을 쓰시던 분들은 '이게 어떻게 차음이 된다는거야?'하고 반문하실 수준입니다.


걸어다니면서 걸리적거리는 부분은 리모트가 달린 스플리터입니다. 오버이어 방식으로 착용하면 스플리터가 목 바로 밑에 오는 소위 '갓끈현상'이 발생해 걸리적거립니다. 허나 리모트 달린 모델이 대부분 이러니 그냥 평범한 수준이라고 해도 될 것 같네요.



소리


사실 이어폰의 본질은 소리죠. 소리가 잘 나와야하는 게 이어폰의 본 기능입니다. 그런데 S모 사이트에서 측정한 측정치를 보면 좀 그런 결과가 나옵니다.


http://www.seeko.co.kr/zboard4/zboard.php?id=cool_review&no=424


일단 저음이 미친듯이 많습니다. 보통 음압기준으로 삼는 게 1kHz 영역인데 그것보다 약 20dB 많습니다. 아무리 저음을 좋아해도 이렇게 많으면 머리가 아픕니다. 특히 Rusko - Everyday (Netsky Remix) 유튜브 링크 같은 노래를 들으면 정말 이걸 음악 들으라고 만든건가? 싶을 정도로 저음이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게 저음의 질이 상당히 좋다는 것이죠. 후면 덕트가 잘 뚫려있어서 저음 질이 상당히 좋습니다. 깊은 곳에서 답답하지도, 먹먹하지도 않고 딱 퀄리티가 적절한 소리가 나옵니다. 위 THD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왜곡이 1% 이하로 적습니다. 이 정도면 저가형의 소리는 아니죠


그러면서도 고음이 저음에 묻히지 않는 모습은 요즘 유행에 따른 튜닝으로 보입니다. 제 블로그에도 있는 MH1이나 GS100, IM100, LTB-2000, DM008 등 많은 이어폰들이 이런 FR커브를 그리고 있습니다. 전 매우 싫어하지만 이게 유행이긴 한가 봅니다. 모든 제품들이 이런 커브를 그리니까요.

5~10k 대가 다른 이어폰들보다 조금 솟아있어서 보컬이 귀에 거슬리는 경우가 가끔씩 있습니다. 치찰음이 간간히 귀를 찔러서 거슬릴 수도 있습니다.



순정상태에서는 저음 때문에 뭘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머리가 울려서 듣기기 싫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 그래프를 참고하여 보정용 EQ를 적용해 봤습니다




간단한 EQ질한 소리의 결과




안드로이드 파워앰프 앱 기준입니다. -값을 쓰지않은 이유는 저음의 -값은 잘 적용되지 않는 버그가 있어서입니다.


듣고 5분 만에 만들어 본 EQ입니다. 위 FR 측정치 그래프를 보기 전에 만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래프 역보정치랑 비슷하게 생겼네요 역시내귀는대단해 


덕트 개조 등의 튜닝도 수행해봤지만 소리가 플랫해지기는 해도 다이나믹이 떨어져서 그냥 순정상태에서 튜닝했습니다.


저음을 완전히 플랫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꽤 들을만한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소리의 질이 상당히 좋습니다. 숨겨져있던 본능이 발휘되는 느낌일까요? 이렇게 만들 수 있는데 일부러 안 만들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의외로 EQ로 저음을 깎으니 공진도 많지 않네요. 취향에 따라서 조금 더 올리거나 낮춰도 될 듯 합니다.


보컬의 위치는 무난합니다. 아주 앞도 아니고 그렇게 멀지도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살짝 멀긴 한데 감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문제는 일명 '떼창곡'의 경우 보컬을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전 보컬곡을 잘 안 듣기 때문에 문제가 적지만 보컬 위주로 들으시는 분들은 재고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고음은 시원함을 유지하지만 치찰음은 완전히 깎기 힘드네요. 앱의 밴드가 작아서 그런것도 있고 모바일 리시버에서는 이 이상 튜닝하려면 득보다 실이 더 많죠. 질감은 진동판 재질 탓인지 금속성의 소리가 찰랑찰랑거리는 게 느껴지는데 크게 부담되지 않을 정도며 저가형의 꽉 막힌 고음도 아닙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대역폭이면 충분하구요. 결국 제가 좋아하는 W자 형태의 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음에 가려져있던 소리의 특색이 드러납니다. 은근히 스테이징이 꽤 괜찮습니다. 답답한 느낌이 없고 어느 정도 펼쳐집니다. 물론 헤드폰이나 그런 걸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이것과 비슷한 느낌을 바로 전에 작성한 MH1에서도 똑같이 받았습니다. 순정 상태에서는 저음이 너무 센데 EQ를 먹이니 꽤 들을만한 소리가 나는 것이죠. 이 녀석과 비교해보면 조금 더 날카롭고 재미있는 소리가 납니다. 거기에 더 편리한 선재질, 대칭형구조, 4극 방식 등을 따지면 MH1보다 나으며, 삽입 깊이, 팁 재질은 MH1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야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순정상태에서 사용한다면 귀 삽입을 대충 하는 분이나 나는 저음의 노예다 하시는 분들은 추천드립니다. 금색과 갈색을 좋아하시는 분도 추천드립니다.

물론 대다수가 쿼빗의 플랫함보다는 이런 다이나믹한 소리를 더 좋아하니 많은 이어폰들이 이런 소리를 내겠죠. 전 이해할 수 없지만 대다수가 그렇다면, 이 이어폰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튜닝 상태의 오디오 퀄리티를 봤을 때 이 정도 가격에 이만한 소리는 잘 없습니다. 거기에 리모트가 되는 편의성을 갖추었죠. 


나머지는 한번 더 재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고가 이어폰으로 나아갈 생각이 있고 플랫을 선호한다, 튜닝을 싫어하는 편이다, 깊은 삽입이 필요한 이어폰이 좋다, 차음이 잘 되야한다 이런 분들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특히 레퍼런스를 노리시는 분들이라면 그냥 바로 ER사 제품으로 한 번 가보시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