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형 끝판왕을 찾아서


저번 X1 사용기에서


만족스러운 인이어를 찾았고, 만족스러운 헤드폰을 찾았습니다. 스피커는 포기했구요. 그럼 이제 오픈형 이어폰을 찾으러 가야겠네요......?


라고 했습니다. 오픈형은 잘 안 쓰긴 하지만 집에 있는 괜찮은 오픈형인 cm7ti는 상태가 메롱이고, 있는건 저가 제품들 뿐이고 해서 하나쯤은 챙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지하게 yuin사의 pk1이나 mx985 등을 구입할까 생각했지만 잘 안 쓰는 오픈형에 돈을 투자할 필요는 없었죠.


그러던 차에 Creative 미국 공홈에서



그래 이거다! 싶어 수업 듣는 도중 열심히 홈페이지를 새로고침해가며 재고가 뜨기를 기다리며, 30분만에 하나 손에 넣었습니다. 



오픈형 패키징 오픈




뭔가 많이 적혀있긴 하지만 당신은 이걸 안 읽을 거라는 걸 압니다. 내수용이라서 그런지 한글도 없어요




이어폰솜, 설명서, 케링케이스가 있습니다. 애초에 오픈형을 왜 '케링'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불편하게 생겼습니다. 원래 비싼 녀석인만큼 품질은 좋아보입니다.




그것보다 이어폰이 들어있는 저 통이 훨씬 예쁘게 생겼습니다. 다만 보기는 좋은데 꺼내기가 참 난해하더군요. 저 설명서를 보고 빼내기까지 딱 10분 걸렸습니다.




디자인과 맞바꾼 착용감


디자인은 많은 분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습니다. B&O A8과 같은 행거형 이어폰이 그렇게 흔한 게 아니니 일단 비싸보이죠. 재질도 광택나는 크롬과 부싱용 검은 고무를 잘 섞어서 좋아보입니다. 플러그 역시 깔끔하구요.


문제는 저 행거가 참 불편하다는 겁니다. 행거의 나사가 풀리는 등 내구성 문제도 심각하다고 하는데 일단 그건 넘어가고 저게 귀에 밀착이 안 된다는 게 가장 큽니다. 보통 인이어 케이블에서 보는 철사 들어간 행거는 



귀 모양에 맞출 수 있어서 착용감이 아주 좋은데 저건 휘지도 않고 굽어지지도 않고 그냥 돌아가기만 합니다. 그래서 행거가 귀 위에 떠있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죠. 무용지물입니다. 괜히 이어폰이 무거위지는 짐덩어리죠. 아무리 맞춰도 귀 위에서 떠버립니다.

그리고 유닛도 15.5mm의 비교적 대구경이라 귀에 밀착이 잘 안 됩니다. 이거는 행거와의 복합적인 문제이기도한데 덕분에 저음이 다 새나가버립니다.



소리


2011년에 청음샵에서 들었던 소감을 잠깐 가져와보죠.


aurvana air : 오픈형은 이제 끌리지 않지만 이건 디자인에 반해서 지름신을 용캐 물리치고 있는 모델입니다. 귓구멍은 작은 편이 아닌데 유닛 착용이 정확히 되지 않던 점이 불만이고 가지고있는 cm7에 비해서 그렇게 좋은 소리인지를 잘 못 느꼈던 모델입니다. 싸게 풀린다면(반값 이상) 모를까, 당장은 살 일이 없겠네요.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어보면서 첫 인상으로 느꼈던 점은...

- 생각보다 저음이 많다

- 5k대가 솟아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소리

- 스테이징 넓이가 생각보다 넓다


이렇게 3가지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저음이 많았던 건 개방된 장소인 청음샵에서 들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조용한 방에서 청취를 해보니 의외로 저음이 충실하게 나오더군요. 대부분의 오픈형이 그렇듯 깊은 저음 재생은 하지 못하지만 특별히 어느 대역이 강조되어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중음의 경우 5k대가 강조되어 있어서 여성보컬의 끝발이 상당히 선명하게 맺히는 편입니다. 남성보컬도 나쁘진 않네요. 보컬의 위치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위치에 있으며 악기 표현도 해상력이 높아서 무난한 청취가 가능합니다. 다만 스네어같이 5k대 소리가 나는 악기는 좀 튀는 느낌이 있습니다.

고음은 맑고 뻗어주긴 하는데 하늘을 뚫어버릴 듯이 올라가진 않습니다. 음이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게 맺히긴 한데 이상하게 밝은 소리라는 느낌은 별로 안 듭니다. 5k 뒤에는 피크가 따로 없어서 튀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의외로 스테이징이 넓습니다. 잔향도 상당히 섬세하게 잡아냅니다. 이어폰이라서 큰 기대를 안하던 부분인데 넓게 퍼지는 소리에 놀랐습니다.

해상력은 상급기라고 부르기 충분합니다. 저가형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는 괜찮은 수준입니다. 다만 고가의 인이어를 쓰던 분들이라면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장르도 특별히 가리는 장르는 없습니다. 어느 하나 특출난 장르를 꼽기가 힘들지만 대중음악부터 일렉트로닉까지 괜찮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오픈형 지름은 이제 그만~...?


최근 마음에 드는 헤드폰과 인이어를 찾으면서 새로운 기기에 대한 열망이 많이 식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픈형 구매를 했는데, 과연 이게 최선일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성비로 따진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그놈의 착용감이 말이죠...

오픈형 이어폰을 거의 안 쓰게 된 것도 한 이유입니다. 집에서는 헤드폰을, 밖에서는 인이어를 사용하다보니 오픈형을 쓸 기회가 없어진것이죠.

그리고 최근의 음향기기 시장의 트랜드도 인이어로 넘어간 지 오래죠. 기술이 좋아져서 인이어가 플랫 구현에 훨씬 유리하다보니 오픈형은 저가형을 제외하고 신제품을 찾기가 정말 힘듭니다. 그만큼 오픈형 이어폰은 저가라는 이미지도 많이 퍼졌구요.


그래서 당분간은 이 녀석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엄청난 오픈형 이어폰이 나오지 않는 이상 살 일도, 쓸 일도 없을 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