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 아니 3탄


예전에 블로그에 쿼드비트 사용기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쿼드비트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번들 수준의 이어폰이라는 것은 말이죠.

개인적으로 LG의 휴대폰을(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선호하는 편이라 쿼드비트 시리즈를 모두 만나보았습니다. 2의 경우 이어팁의 개선과 주파수응답이 1과 비교하여 더욱 자연스러운 소리를 냈지만 크게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3의 출시소식을 들었습니다. G4의 등장과 함께 쿼드비트 3도 등장했지만, 아시다시피 G4는 제품부터 마케팅까지 모두 폭망하는 바람에 LG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쿼드비트3는 기존보다 훨 나아졌다는 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궁금해졌기에 이어폰만 하나 사볼까 하다가 이번에 폰을 바꾸게되면서 번들이어폰으로 따라온 녀석을 듣게 되었습니다.



포장 및 구성


그럼 쿼드비트가 들어가있는 폰박스부터 열어보도록 하죠

유감스럽게도 폰은 G4가 아닌 SKT 전용모델로 출시된 밴드플레이입니다. 이 폰에 대해서도 차후 글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여튼 저가형답게(?) 썰렁한 구성품 가운데 눈에 띄는 빨간 박스가 오늘의 주인공, 쿼드비트 3입니다.



박스는 빨간색 디자인으로 이 박스 역시 판매용 패키지와는 또 다르지만 번들포장치곤 준수한 편입니다.



구성품은 이어폰과 이어팁이 소/대 사이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어팁이 많지 않은 것이 아쉽네요.


디자인


쿼드비트 2의 디자인과 유사하지만 좀더 원통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다듬었습니다. 재질의 경우 메탈 느낌이 나도록 도색을 했지만 플라스틱 그대로입니다.


유닛 뒷면에는 여전히 LG로고가 박혀있습니다. 쿼드비트 스페셜에디션 같은 빨간 로고를 안 박은 것만 해도 칭찬해주고 싶네요. 별로 눈에 띄는 편은 아닙니다.


단조로운 디자인에 포인트를 넣었지만, 어디까지나 공돌이 디자인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어팁은 1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했고, 순정팁을 쓰더라도 크게 지장은 없었는데 일부는 여전히 별로라고 하더군요. 노즐 길이가 길고 결합부 역시 두꺼워 팁을 쉽게 잃어버릴 일은 전작에 비해 크게 줄어들 듯 합니다. 하지만 노즐이 길어져서 트리플파이팁 같은 노즐이 짧은 이어폰팁의 경우 노즐이 귓구멍에 닿아버리더군요. 전 기본팁으로 사용했을 때 크게 불편한 점을 느끼지 못해서 계속 기본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래쪽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하도록 하죠.

선의 경우 스플리터 아랫부분은 직조, 윗부분은 non-pvc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동사의 GS100과 같이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으나 플랫 케이블인 일명 칼국수선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칼국수선은 잘 안 꼬이거나 튼튼한 장점은 있지만 터치노이즈가 심한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요즘은 다시 사장되는 느낌입니다.

플러그는 기존과 같은 ㄱ자 플러그입니다. 조금 약해보이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부분은 아니라고 봅니다.


실생활 사용시 특이점


유닛은 정착용, 돌려착용 둘 다 가능하지만 전 돌려착용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대신 돌려서 착용할 경우 마이크가 귀 뒤로 가기 때문에 통화가 잦은 경우는 정착용을 권해드립니다.

왼쪽에는 리모트와 마이크가 달려있는데, 신기하게도 예전에는 안됐던 갤럭시 기종(G850S, 롤리팝)에서도 리모트가 완벽하게 동작하더군요. 당연히 기존 LG 킷캣에서도 동작합니다.


최근 직조케이블을 사용하는 이어폰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이어폰과 같이 직조+non-pvc 조합의 경우 주머니에 넣어주면 잘 꼬이고 오염역시 심한편입니다. 케이블의 경우 디자인측면이 더 강해서 저런 선택을 했을꺼니 뭐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네요.


차음성의 경우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전작보다 괜찮아졌습니다. 덕트가 있지만 음악 재생 시에는 외부소음은 잘 유입되지 않습니다. 도로 보행 시, 차량(버스, 지하철) 탑승 시 모두 외부소음이 신경 쓰이지 않는 만족스러운 차음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etymotic같은 차음 굇수들을 제외하고 저렴한 BA이어폰 수준까지는 됩니다.



소리


이 이어폰의 리뷰를 적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바로 소리에 있습니다. 쿼드비트 시리즈가 좋다고, 피스톤 시리즈가 좋다고, 그 외의 저렴한 인이어들이 그 가격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준다는 제품을 사서 듣고나면 그 말이 전부 거짓말이 되어버립니다. 원래 비싼 제품이 가격이 폭락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포낙같은 제품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싼 이어폰중에서 돈값한다고 생각하는 이어폰은 에티키즈5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이어폰 소리를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FR의 튜닝입니다. 주파수응답은 모든 제품의 기본이 되는 성능이고, 각종 성능리뷰에서 가장 상위에 위치하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이 FR이 절묘하게 잘 튜닝되었습니다

기존에 리뷰했던 샤오미 피스톤2나 MH1, GS100, IM100, LTB-2000, DM008같은 이어폰들과 같이 이 녀석또한 저음을 강조하면서 다른 영역대도 묻히지 않는, 일명 저음형 W튜닝을 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부분의 제품이 저음영역에서 10dB가 넘는 저음으로 인해 답답하거나 거북한 소리가 나고, 저음이 강조된 음악에서는 EQ 조절없이는 도저히 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가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다릅니다. 저음이 강조되어있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그 부스팅된 저음이 의도한 소리는 전혀 다릅니다. 기존의 제품들이 100~200Hz 영역의 저음을 강조했다면 이 제품은 30~50 Hz의 훨씬 낮은 영역의 저음을 부스팅했습니다. 그리고 이 주파수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단순히 이 차이만으로 답답한 소리와 저음이 깔린 힘있는 소리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제가 쿼드비트3에서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저음 부스팅 구간입니다.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잘 들리지 않는 극저역을 부스팅해서 다른 이어폰들과 같이 듣기 부담스럽거나 답답하지 않은 소리를 선사합니다. 더군다나 외부 소음이 존재하는 아웃도어에서는 이 부스팅은 거의 무조건 이득이 됩니다. 극저음 영역은 외부소음에 의해 상쇄되거나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이 강조되어 있기에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경우에 매우 적합한 튜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음과 고음에 눈에 띄는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보컬쪽에 딥이 있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고 고역 대역폭도 가격대를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입니다. 다만 중고음 부분에 청량감(?)을 위해 8kHz 부분에 피크가 있습니다. 이는 많은 전자음이나 보컬의 끝발을 받는 영역으로 이 부분이 강조되면 음이 더 선명해지는 느낌을 주어 일반적인 경우 좋은 소리라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아래쪽에서 다루도록 하죠.


장점만 적었지만 단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음강조 이어폰이라는 대전제는 장점인 동시에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런 분들은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또한 답답한 중저음영역 역시 다른 강조이어폰들에 비해 작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양이 작은 건 아닙니다. 250~500Hz 영역이 강조된 음악들의 경우 경우에 따라 기존 이어폰들과 같이 듣기가 거북한 저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이는 저음을 자주 들어 민감하지 않으면 글로 차이를 설명하기 힘든데, 그래도 쉽게 설명하면 Virtual Riot이나 Tobu의 음악들은 들을만하지만 대부분의 Skrillex 음악들은 저음이 많다고 느낍니다. 그냥 우리나라 KPOP만 듣는 경우는 별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고음 피크의 경우 8kHz 영역이라는 것이 역시 장단점을 가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음을 선명하게 들리게 하는 느낌을 주지만 인간의 청각 중 민감한 부분이고 치찰음이 위치한 영역대이기 때문에 계속 듣을 경우 귀가 피곤해지기 쉽습니다. 이는 무시할 경우 이명이나 난청현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주의해야 합니다.


해상력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최근번들수준입니다. 요즘 번들이 대부분 잘 나오니 막상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BA이어폰들에 비하면 밀리는 건 사실입니다. 뭔 괜찮은 이어폰이 나오면 맨날 비교당하는 동내북 트리플파이 모델도 쿼빗3보다 넘사벽의 해상력을 선사합니다. 괜히 트리플파이가 40만원씩 받던 이어폰이 아니란 말이죠.


소리의 응답속도는 일반적인 DD드라이버 수준입니다. BA의 깔끔하게 떨어지는 소리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무리 저음이 좋더라도 펑퍼짐하게 들릴겁니다. 


공간감의 경우 저음이 깊게 깔리는 성향 때문에 어느정도 음이 퍼지는 잔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하게 좋다고 느껴질만한 성능은 아니며 애초에 공간감이란 단어를 알고 이를 이어폰 구매에 고려할 정도라면 이 가격대의 이어폰은 고려하지 않는게 정신건강상 좋습니다.


장르매칭의 경우 대중음악과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들릴만한 건 다 들리기 때문이죠. 락이나 메탈 역시 궁합이 좋습니다. 재즈나 클래식도 들을만합니다. 의외로 일렉트로닉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는 위에서도 언급한 비트의 성격에 따라 듣기 좋은 음악과 듣기 거북한 음악이 갈립니다.



결론


이 이어폰의 경우 고객 타겟팅이 확실하다고 보입니다. 

아웃도어에서 주로+대중가요가 메인+저렴한 가격

이 3가지 항목에 본인이 모두 해당된다면 당장 하나 구매하셔도 되겠습니다. 

무난한 성능에 아웃도어 용으로 적당하면서 디자인 이정도에 1만원 중후반대 가격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오는 아이돌 등의 kpop을 자주 들으신다면 이렇게 잘 맞는 이어폰 또한 찾기 힘들겁니다. 그만큼 매칭이 좋습니다.

만약 2가지에 해당되는데 이어폰이 당장 필요하다 그러면 역시 구매를 추천하고, 그 외의 경우는 조금 더 고려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특히 난 바닥에 깔리는 빵빵한 저음이 무엇보다도 싫다는 분들은 다른 이어폰으로 바로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소리의 성질만 고려하면 나머지는 무난한 것들입니다. 코드나 유닛의 디자인, 재질, 내구성, 편의성 등 대부분의 항목이 가격대비 무난하게 쓸만합니다.


LG는 휴대폰사업보다 이어폰사업에 치중해도 될 듯 하네요. 당장 제 글도 폰 리뷰는 뒷전이고 이어폰리뷰부터 하고 있으니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