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 카드할인이 남아서 뭔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세 얼간이라는 영화가 꽤 볼만하다고 한 기억을 떠올려서 보게 되었다.
대구에서 스크린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없는 영화.
이야기는 대학 졸업 후 우연히 만난 친구들이 동기인 한 괴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이다. 그 중간중간에 대학시절에 일어난 일들을 끼워넣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솔직히 초반에는 긴가민가했다. 극장에서 보는 첫 인도영화이기도 했고, 내가 뮤지컬을 보는건지 영화를 보는건지 모를 노래만 계속 나오고. 웃기긴 한데 박장대소까지는 안갈 정도(내 뒤의 사람들이 술처먹고 영화보는지 계속 미친듯이 웃어대던 거 빼곤)였다. 말 그대로 긴가민가.
그런데 문득 배경을 보니 공대, 그것도 인도 제 1의 공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공대 졸업반의 한 학생이 창의력을 발휘해 카메라가 달린 미니 헬리곱터을 하나 열심히 만든다. 하지만 벨런스가 맞지않아 자꾸 실패하고 그것 때문에 리포트는 밀리고 성적은 떨어진다. 교수는 사정을 봐달라는 학생의 요구를 무시했고, 학생은 결국 목을 맨 채 자살했다.
메인 캐스팅 3명 중 한 친구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부모는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공학자가 되길 원했고 결국 공대로 왔다. 하지만 그 괴짜 친구는 몰래 유명한 사진작가에게 그의 사진을 붙혔고, 결국에는 사진작가의 조수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있던 카이스트 사건도 그렇고 공대에 재학한 나에겐 이러한 이야기들이 더욱 뼈저리게 느껴졌다. 수업의 이해가 아니라 학점의 쟁취. 학생들의 복지가 아니라 학생들의 착취. 그것이 우리나라 공대의 현실이다.
슬픈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 아니, 그것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입학하자마자 첫 주부터 난 공부에 몰입하고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내 머리는 그렇게 좋지 않았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학점이라는 벽을 넘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가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지루한 이론수업들을 제외하면 난 수업을 즐겼다. 수업할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고학년 교과서를 뒤져서라도 찾아냈다. 남들이 보면 미친 놈이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론은 딸려도 실습에서는 날 따라올 자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론을 잘해도 틀에 박힌 수업도 잘하지 않으면 성적은 떨어지기 마련. 저번 학기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런 것을 보면 외국의, 특히 미국의 공대들이 심히 부러워진다. 물론 배우는 내용은 훨씬 어렵고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부터 토론식이 주라는 것을 알고있다. 최소한 우리나라처럼 빽빽한 교실에서 70명 정도가 앉아 고등학교 입시랑 다를 게 없는 수업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실험과목을 하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있다. 바로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다. 나는 입학 후 첫 실험수업을 할 때 깜짝 놀랐다. 신입생 중 태반이 그 멀티테스터기 한 번 써 본적이 없었다는 것. 빵판 한번 못 써본건 뭐 없어서 못썼다고 하자. 그런데 왜 이놈들은 병렬이랑 직렬도 구분 못해서 테스터기의 퓨즈를 자꾸 끊어먹는건가? 고등학교 때 물리1도 안하고 공대를 오나? 간단한 전류값 측정을 하는데 전류값이 안찍힌다. 알고보니 전 수업에서 인간들이 퓨즈를 다 태워먹고 교실에 멀쩡한 테스터기가 수십대 중 단 몇 대 뿐이었다.
그리고는 문득 생각한다. 정말 이 사람들이 전자공학이 좋아서 우리 학과를 온 게 맞는가? 그저 성적 끊어서 걸리는 학과를 온 게 아닌가? 비하할 의미는 없지만 여자들 중 대부분은 전자장비에 쥐약이다.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은 수학과 보고서 편집 뿐. 그리고 그들이 다룰 수 있는 전자장비는 핸드폰과 MP3밖에 없었다. 사실 남자들이라고 다를 건 없지만 말이다.
과연 이게 옳은가? 난 영화에 나온 란초, 아니 왕두가 정말 부러웠다. 내 주위에 이런 미친놈이 있다면 공대의 분위기를 뒤집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막무가내이지만 자기 주관이 확고한 사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게 해주는 친구야 말로 진정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예전에 운동권이라고 불리던 과격학생파들. 그저 정부에 반하는 사람들이었을수도 있고, 정말 북한의 간첩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학교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학교학생들이 너무 조용하다. 전부 자기 스팩을 쌓고 학점 벌기에 급급하다. 전부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니 그것이 옳은 길인 줄 안다. 과연 이게 옳은가?
그 외에도 영화를 보면 자기 인생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교훈도 던저준다. 물론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늘 일상 속에서 하는 뻔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가치가 없는 질문들인가? 인생을 살다 꼭 내 맘대로 되라는 법은 없다. 올바른 사람의 표본처럼 살고싶어도 살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좋다. 중간중간 개그도 넣어주면서 소소한 감동과 교훈을 준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심각하지도 않다. 금방 잊을 것 같아도 오래 남는 이런 영화가 좋다.
물론 단점은 있다. 영화가 좀 많이 길다. 2시간 반 정도의 길이인데 딱히 지루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아바타보다 조금 덜 지루했으니까. 계속 잔잔한 개그가 이러한 현상을 줄이지만 그래도 길긴 길다. 그리고 스토리가 좀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있다. 좀 난장판이라고 해야하나? 재미를 위한 구조라고 해도 조금만 더 다듬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결론은, 영화를 한번 봐라. 특히 당신이 대학생이라면 꼭 보라. 대학생이라면 정말 제대로 웃고, 제대로 고민할 수 있다.
대구에서 스크린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없는 영화.
이야기는 대학 졸업 후 우연히 만난 친구들이 동기인 한 괴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이다. 그 중간중간에 대학시절에 일어난 일들을 끼워넣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솔직히 초반에는 긴가민가했다. 극장에서 보는 첫 인도영화이기도 했고, 내가 뮤지컬을 보는건지 영화를 보는건지 모를 노래만 계속 나오고. 웃기긴 한데 박장대소까지는 안갈 정도(내 뒤의 사람들이 술처먹고 영화보는지 계속 미친듯이 웃어대던 거 빼곤)였다. 말 그대로 긴가민가.
그런데 문득 배경을 보니 공대, 그것도 인도 제 1의 공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공대 졸업반의 한 학생이 창의력을 발휘해 카메라가 달린 미니 헬리곱터을 하나 열심히 만든다. 하지만 벨런스가 맞지않아 자꾸 실패하고 그것 때문에 리포트는 밀리고 성적은 떨어진다. 교수는 사정을 봐달라는 학생의 요구를 무시했고, 학생은 결국 목을 맨 채 자살했다.
메인 캐스팅 3명 중 한 친구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부모는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공학자가 되길 원했고 결국 공대로 왔다. 하지만 그 괴짜 친구는 몰래 유명한 사진작가에게 그의 사진을 붙혔고, 결국에는 사진작가의 조수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있던 카이스트 사건도 그렇고 공대에 재학한 나에겐 이러한 이야기들이 더욱 뼈저리게 느껴졌다. 수업의 이해가 아니라 학점의 쟁취. 학생들의 복지가 아니라 학생들의 착취. 그것이 우리나라 공대의 현실이다.
슬픈 이야기지만 나에게는 대학생활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 아니, 그것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입학하자마자 첫 주부터 난 공부에 몰입하고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내 머리는 그렇게 좋지 않았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학점이라는 벽을 넘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가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지루한 이론수업들을 제외하면 난 수업을 즐겼다. 수업할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고학년 교과서를 뒤져서라도 찾아냈다. 남들이 보면 미친 놈이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론은 딸려도 실습에서는 날 따라올 자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론을 잘해도 틀에 박힌 수업도 잘하지 않으면 성적은 떨어지기 마련. 저번 학기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런 것을 보면 외국의, 특히 미국의 공대들이 심히 부러워진다. 물론 배우는 내용은 훨씬 어렵고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부터 토론식이 주라는 것을 알고있다. 최소한 우리나라처럼 빽빽한 교실에서 70명 정도가 앉아 고등학교 입시랑 다를 게 없는 수업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실험과목을 하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있다. 바로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이다. 나는 입학 후 첫 실험수업을 할 때 깜짝 놀랐다. 신입생 중 태반이 그 멀티테스터기 한 번 써 본적이 없었다는 것. 빵판 한번 못 써본건 뭐 없어서 못썼다고 하자. 그런데 왜 이놈들은 병렬이랑 직렬도 구분 못해서 테스터기의 퓨즈를 자꾸 끊어먹는건가? 고등학교 때 물리1도 안하고 공대를 오나? 간단한 전류값 측정을 하는데 전류값이 안찍힌다. 알고보니 전 수업에서 인간들이 퓨즈를 다 태워먹고 교실에 멀쩡한 테스터기가 수십대 중 단 몇 대 뿐이었다.
그리고는 문득 생각한다. 정말 이 사람들이 전자공학이 좋아서 우리 학과를 온 게 맞는가? 그저 성적 끊어서 걸리는 학과를 온 게 아닌가? 비하할 의미는 없지만 여자들 중 대부분은 전자장비에 쥐약이다.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은 수학과 보고서 편집 뿐. 그리고 그들이 다룰 수 있는 전자장비는 핸드폰과 MP3밖에 없었다. 사실 남자들이라고 다를 건 없지만 말이다.
과연 이게 옳은가? 난 영화에 나온 란초, 아니 왕두가 정말 부러웠다. 내 주위에 이런 미친놈이 있다면 공대의 분위기를 뒤집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막무가내이지만 자기 주관이 확고한 사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게 해주는 친구야 말로 진정한 친구라고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예전에 운동권이라고 불리던 과격학생파들. 그저 정부에 반하는 사람들이었을수도 있고, 정말 북한의 간첩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학교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학교학생들이 너무 조용하다. 전부 자기 스팩을 쌓고 학점 벌기에 급급하다. 전부가 잘못된 길로 나아가니 그것이 옳은 길인 줄 안다. 과연 이게 옳은가?
그 외에도 영화를 보면 자기 인생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교훈도 던저준다. 물론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늘 일상 속에서 하는 뻔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가치가 없는 질문들인가? 인생을 살다 꼭 내 맘대로 되라는 법은 없다. 올바른 사람의 표본처럼 살고싶어도 살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좋다. 중간중간 개그도 넣어주면서 소소한 감동과 교훈을 준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심각하지도 않다. 금방 잊을 것 같아도 오래 남는 이런 영화가 좋다.
물론 단점은 있다. 영화가 좀 많이 길다. 2시간 반 정도의 길이인데 딱히 지루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아바타보다 조금 덜 지루했으니까. 계속 잔잔한 개그가 이러한 현상을 줄이지만 그래도 길긴 길다. 그리고 스토리가 좀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있다. 좀 난장판이라고 해야하나? 재미를 위한 구조라고 해도 조금만 더 다듬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
결론은, 영화를 한번 봐라. 특히 당신이 대학생이라면 꼭 보라. 대학생이라면 정말 제대로 웃고, 제대로 고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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