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희귀한 트랙볼을 사용하는가


작업 특성 상 컴퓨터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작업을 계속하면 손목이 아파온다는 것이죠. 심하면 터널링 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컴퓨터의 사용자세에도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마우스가 계속 이동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손목을 직접 움직여야하는 마우스를, 손목을 움직이지 않아도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게 바로 트랙볼입니다.


트랙볼은 볼마우스를 뒤집어서 볼을 직접 움직이는 방식으로, 예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특수 장비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두께 문제로 모두 터치방식으로 바뀌는 추세이긴 하지만 손목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수요가 있는 마우스이기도 합니다.

보통 켄싱턴 사의 제품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일반 저가형 마우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에게는 상당한 고가입니다. 

그렇다고 키보드에 달린 트랙볼의 경우 볼의 크기가 작아서 조작이 힘들뿐더러 마우스처럼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적응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흔히 빨콩이라고 불리는 예전 IBM 노트북의 트랙볼도 적응에 상당한 노력을 요하며 마우스보다 불편합니다. 트랙볼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마우스 사용시간이 긴 사람일 가능성이 큰데 이런 단점이 있으면 사용하기가 곤란하죠.


그 대안으로 로지텍에서 판매하고 있는 마우스들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최신 제품인 M570을 선택해 가지고 왔습니다.



포장





제품박스는 제품을 미리 잡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산다면 별 것 없는 포장이지만 오프라인에서 구매하신다면 직접 잡아볼 수 있으니 좋습니다.




한글이 적힌 스펙, 기능, 장점 등이 있으니 읽어보시면 됩니다. 1년 6개월의 배터리 성능으로 로지텍 제품 답게 오래가는 게 특징입니다.


제품사진



모양은 일반 마우스와 차이가 없습니다. 오른손 엄지쪽에 달린 큰 트랙볼을 제외하면 말이죠. 보시다시피 좌, 우, 휠, 앞뒤 버튼(SetPoint 소프트웨어로 변경가능)이 달린 마우스입니다.

배터리 잔량표시기가 앞에 있는데 다른 로지텍 제품들과 같이 작동초기에만 초록색 빛이 나며 배터리가 없으면 붉은 LED가 깜박입니다.



뒷면은 포인터용 센서가 없기 때문에 아주 심플합니다만, 좀 싼티는 납니다. 

ON-OFF 글씨가 프린팅이라서 쉽게 지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터리 덮개가 위와 같이 열리지만 제품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타입이기 때문에 분실할 가능성이 없잖아 있습니다. 셀로판 테이프를 이용하여 여닫이 형태로 만들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안해둔건지는 궁금하네요.

배터리는 AA 사이즈이며, 옆에 수신기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왜 마우스 밑바닥에 트랙볼 구멍이 나있는냐 하면 이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트랙볼을 빼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부청소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장점이라구요? 글쎄요. 아래쪽을 계속 읽어보세요.



사용하면서 느낀 장점 & 단점


먼저 장점부터 적어보겠습니다.

- 무선, 오래가는 배터리

- Unifying 수신기 장착으로 키보드와 같이 사용가능

- 누르기 쉬운 사이드 버튼

- 오래가는 배터리

- 생각보다 적응하기 쉬운 사용법


그리고 단점은 그 외 전부입니다.


장점이야 다른 평범한 마우스들도 다 갖고있는 거니 사실상 단점이 더 많네요. 유감스럽지만 전 이 제품을 좀 까려고 합니다. 4만원 가량 하는 마우스가 이런 상태라니, 좀 심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나하나씩 언급하려고 합니다.


1. 볼의 감도가 애매하다.

트랙볼의 전부이자 가장 중요한 볼이 문제입니다. 사실 트랙볼은 검지-중지, 또는 손바닥으로 굴리는 게 정석이며 다른 트랙볼 제품들은 볼이 정 중앙에 놓여있어 그렇게 작동합니다. 전 엄지로 작동하는 방식 자체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문제는 볼이 좀 많이 가볍다고 느껴지는 것이고 속도 역시 일반 마우스의 움직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건 먼지가 적당히 끼면 볼에 마찰이 늘어나서 일부 해결되긴 하지만 의도한 동작은 아니죠. 의도적으로 마우스 감도(?)를 내려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드가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커서를 정확히 갖다대는 것조차 엄청난 난이도가 요구됩니다. 적응하면 나아진다고 하지만 이건 적응의 문제가 아닌 것 같네요. 포토샵 작업 중에 픽셀 단위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작업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트랙볼로 게임은 무리라고 하지만 전 이걸로 심시티조차 하기 힘들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 누르기 힘든 버튼들, 그에 비해서 너무 잘 눌리는 사이드버튼

제품 크기 탓인지 좌 우 클릭버튼의 면적이 좁은 편입니다. 약지로 우클릭을 하시는 분들은 조금 곤란할 수 있습니다.

이건 호불호라고 칩시다. 그 다음은 휠버튼(휠클릭)을 누르기가 너무 불편합니다. 웹서핑이나 탐색기 작업 시 탭 관리용으로 휠버튼을 자주 사용하는데 제품의 각도와 면적이 좁아 누르는 데 힘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갑니다. 평소 일반 마우스는 중지로 휠버튼을 누르지만 이걸 쓸 때는 검지로 눌러야 정상적으로 동작합니다.

그에 비해 사이드버튼은 좀 많이 튀어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뒤로 버튼이 키보드와의 왕복 시 툭툭 눌리는 현상이 있습니다. 


3. 무광임에도 땀이 끼는 재질

제 손바닥과 너무 밀착이 잘 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마우스를 계속 잡고 있으면 손바닥에 땀이 찹니다. 다른 마우스들의 경우 손바닥과 작은 공간이 남아서 무광은 거의 문제가 없었는데 이 녀석은 손바닥에 천을 깔아서 쓸 정도로 무광임에도 때가 낍니다. 이건 제 손의 문제도 일부 있긴 하지만요.


4. 잦은 청소가 필요하다.

이건 1번 단점과도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한데, 볼마우스나 광, 레이저 등의 동작부가 직접 손과 닿지 않는 대부분의 마우스들은 청소를 게을리해도 잘 동작합니다. 최근 다수가 사용하는 광, 레이저 마우스의 경우 바닥만 울퉁불퉁 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잘 동작하죠.

하지만 트랙볼은 구조상 손과 계속해서 접촉하며 손의 먼지를 흡수(...)합니다. 그리고는 튀어나온 곳, 즉 센서에 그 먼지를 배달해주죠. 2주 정도만 사용하면 볼이 뻑뻑해지고 경우에 따라 끽끽 소음이 발생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이게 장점은 절대 될 수가 없죠. 청소가 귀찮으신 분들에겐 최대의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5. 정말로 손이 편한 마우스인가?

트랙볼을 외출할 때도 들고나가서 쓸 정도로 1달 정도 계속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은 "이게 정말로 손목에 좋은가?"입니다. 손목이 가만히 고정된 상태에서 엄지만 움직이는 구조는 분명 손목에는 좋은 구조인데, 어째서인지 손목이 가만히 있어도 계속 아프더군요. 미동이 없이 가만히 고정되어 있는 형태 역시 손목에 피로가 오더군요. 사람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앉아있으면 온 몸이 쑤시는 것처럼 말이죠.


손목이 편하다는 장점과 호기심으로 구매해보긴 했는데 가격만한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트랙볼은 이러한 현상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제가 써본 결과 트랙볼은 굳이 안 사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돈으로 마우스 사용습관을 바꾸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