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살 계획이 단 눈꼽 1분자도 없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할 일이 없던 차에 중고장터를 뒤적뒤적거리다 새로고침을 한 번 눌렀는데 "HD681 택포 2만원에 팝니다"라고 적혀있더군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문의문자를 날려봤습니다.


문자 날리고 생각해보니 "내가 이걸 왜 날렸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급 후회가 되면서 시세부터 알아봤습니다. 전문수입원인 바이스테이션에서 새제품의 가격이 3만원. 택포 2만원이면 썩 나쁜 가격은 아닌듯 하더군요. 물어보니 상태도 나쁘지 않고 판매자 신용조회도 이상이 없었죠. 이제와서 퇴짜놓기도 미안해서 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딱 24시간만에 제품을 받았습니다.



더럽게 못 생겼네요


중국산답게 여러가지 디자인을 짬뽕해서 이상한 괴작을 만들어냈습니다. 사진빨도 더럽게 안 받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못 쓸 정도는 아닌 듯 하네요. 의외로 빨간색 링 디자인이 잘 녹아들었습니다(그런가?). 사실 베껴온 디자인인 AKG의 K271 제품도 그렇게 잘 생긴 건 아니긴 하지만요.




http://www.dansdata.com/images/k271/k271_800.jpg


이 제품이 호평을 받은 이유는 역시 소리. 중국산 대부분의 제품이 그러하듯 외관은 엄청 못 생겼는데 소리가 상상이상으로 좋아서 입소문을 타고 퍼지는 게 보통입니다. 이 녀석의 소리도 그러하죠.


전체적인 소리는 전형적인 V형 소리입니다. 다만 싸구려의 극심한 V자형 소리는 아니고 어느정도 벨런스를 맞춘 소리라는 데 점수를 크게 주고 싶네요.


저음이 꽤 재밌습니다. 오픈형이지만 밀폐형의 깊숙하고 단단한 저음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전에 쓰던 PRO700의 소리를 연상시키네요. 양이 좀 많다고 생각되지만 그만큼 고음이 나와있어서 저음이 온 음악을 덮고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퍼지지 않고 꽉 잡아주는 소리가 저가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대신 고음이 조금 에러인데, 양이 많은데 상당히 지저분합니다. 특정 음반에서는 치찰음도 꽤 있구요. 그래서 처음에는 고음이 많은 것에서 비롯된 착각 중 하나인 해상력이 좋다는 느낌이 들지만 지속적인 청취 시 귀가 상당히 피곤해집니다. 고역은 깍아낼 필요성이 있어보입니다.

중역은 측정그래프나 실제로 들었을때나 양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렇다고 보컬이 저 멀리있거나 묻히는 게 아닌 그저 양이 작을 뿐입니다. 중역이 많이 물러나있다고 해서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보컬이 잘 들리더군요. 조금만 손 봐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외국포럼을 뒤져보니 여러가지 개조기가 있더군요.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hd681 filter mod. 




http://rockgrotto.proboards.com/index.cgi?board=review&action=print&thread=4769

링크에 가면 회로도와 실제 개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회로도를 가지고 개조하면 소리가 깔끔해지고 지저분한 고역이 줄어든다고 하더군요. 국내웹에서는 개조기를 찾기가 힘들어서 직접 부품을 가지고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따로 글이 올라올 듯 하네요.


그 외에도 케이블, 패드, 하우징 개조가 있는데 제가 가장 먼저 시도해볼 것은 패드 개조입니다. 이 패드가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탄성이 너무 좋습니다. 너무 딴딴해서 귀에 유닛이 안착하지 못하고 떠버립니다. 그 때문인지 중역이 밀리고 고역이 날카로워 지는 것 같더군요. 실제로 유닛의 중심부를 지긋이 누르면 멀리 도망갔던 중역이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구요.


결론은 2만원 치고는 물건이라는 말이죠.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기본성능이 탄탄해 튜닝의 재미가 있을 듯 합니다. 최소한 기존에 구매한 HI2050보다는 훨씬 괜찮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