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TV에서 라면에 대한 영상이 나오더군요. 희대의 논쟁. 면이 먼저인가 스프가 먼저인가. 


건더기부터 먼저 넣는 것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TV에서는 화학과의 선생님이 나와서 말씀하시길 "스프를 넣으면 물의 끓는점을 올려주므로 꼬들꼬들한 면발을 위해서는 스프를 먼저 넣어야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무려 초등학교에서도 비커에다가 소금을 넣고 알콜램프로 가열하며 끓는 점 측정을 합니다. 온도가 올라가죠.




그런데, 올라가는 온도가 몆 도인지는 아십니까? 




고등학교 화학을 좀 하셨다면 몰(mole)이라는 단어를 아실겁니다. 어려운 말 다 생략하고 1mol은 분자 6×10^23개를 말합니다. 그리고 끓는점(Boiling Point, bp)이라는 나오죠. 흔히 비교되는 순수 물(H2O)에 분자 1몰을 투입하면 bp가 얼마나 올라가는가. 


표준 환경에서, 물 1kg에 소금 1몰(58.442g)을 투입하면 물의 끓는점은 고작


1.04℃ 상승


합니다. 100도에서 끓을 물이 101.4도에서 끓는다는 말이죠. 라면 하나를 끓이는 물인 550mL에서 저 1.04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소금의 양은 32.1g. 하지만 시판중인 라면의 라면스프는 고작 10~12g 정도입니다. 아무리 라면스프가 불순물이라고 해도 끓는점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상당히 재밌는 현상이 있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 스프를 넣으니 물이 갑자기 부글거리며 넘칠 것 같은 현상. 보신 분들이 많으실거라 믿습니다. 이는 야외에서 코펠이나 휴대용 버너로 끓일때는 거의 없는데 집의 가스레인지의 센 불에서는 종종 보입니다. 그리고 스프를 넣고 끓인 물에 라면을 넣으면 이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물이 급격히 끓어오르는 현상을 돌비(突沸)현상이라고 합니다. 서서히 가열된 액체는 공기와 맞닿은 부분부터 기화합니다. 이것이 정상이죠. 하지만 뚜껑을 닫고 센 불로 강하게 끓인 물은 표면보다 물 내부의 온도가 높아져서 100℃가 되어도 물이 끓지않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과포화상태가 된 물은 계속 열을 받으면서 온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때, 거의 순수한 물에 이물질인 스프나 커피믹스 등을 넣게되면 안정되어있던 물 내부가 급격하게 불안정해져 물이 끓어오르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불순물이 물 분자를 자극하여 강제로(?) 기화시키는 것이죠.


결론은, 

스프를 넣어서 온도를 고작 1도 올리는 것 보다는 

돌비현상을 유도하여 면을 먼저 넣는것이 더욱 높은 온도에서 끓일 수 있다


그래서 전 항상 면을 먼저 넣습니다. 그리고 면 위에 스프를 뿌리면 스프가 면발에 더 잘 베이는듯한 느낌도 들고 말이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라면을 끓이면서 면을 너무 휘젓으면 꼬들꼬들함이 줄어드니 라면을 최대한 건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취향에 따른 시간이겠죠. 고작 사소한 온도로 다툼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