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모 교수님과의 1:1 면담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니 관심 없으시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전 책임 안 집니다.
내가 니 글을 읽어보면 분명히 틀린 곳은 없어. 문법적인 면도 지적할 게 없고 단어나 시제, 형도 다 맞단 말이야. 하지만 사람들이 이 글을 딱 보고는 이 글을 읽으려고 안 할 거야. 왜나면 재미가 없으니까.
니는 글을 쓰면서 본론을 빙빙 둘러가는 경향이 있어. 첫 문단에서 흥미를 일으킨 것은 좋은데 그게 너무 길어서 사람들이 지루해진단 말이지. 신문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제목과 첫 문단만 읽고 그 글이 재미있는지 없는지 판단하지. 거기에서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읽으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니 글이 딱 그 상태야. 본문에 내용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실전달에만 치중해있지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어디에도 없다고
그게 왜 그런지 글을 읽어보면 얼핏 파악할 수 있어
(수 분간의 잡담 후)
대화를 해봐도 글이랑 똑같은 형태가 드러나는데, 니는 표현하고자하는 것을 빙빙 둘러가는 경향이 있어. 만약 사장이나 부장 앞에 이런 보고서를 들이대면 넌 짤려. 빙빙 둘러가지 말고 그냥 되면 된다고 하고 안 되도 된다고 해. 일단 된다고 말해서 사람들의 흥미나 기대치를 향상시킨 다음에 ‘검토해보니 이러이러해서 불가능할거 같다. 그래서 이런 대안이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길 해야지 뭐가 이렇고 뭐가 저떻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진다고.
왜 이렇게 주제를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가 생각해 본적이 있나?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데 내가 읽어봐도 내 글은 재미가 없다. 서론이 너무 긴 듯 한 느낌이 있다 라는 말을 함)
넌 대단해. 사람들은 그걸 인지하고 있어도 인정하려고는 하지 않지. 어디까지나 변명하거나 그것을 부정하거나 깨닫지를 못하지만, 너는 그것이 문제점이라고는 인식하고 있고 그건 좋은 거야. 그런데 왜 그런 문제점이 있고 왜 원인을 찾지 못하는지 아나?
니가 니 마음속의 응어리를 꽁꽁 싸매고 있기 때문이야.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마음속에 쌓여있는 것들을 싸매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아. 내가 이번 학기동안 딱 한 번 니가 마음을 열고 감정을 내보낸 적이 있어. 하지만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감정을 내보이지 않더라고.
글은 사상을 표현하는 거야. 사람의 생각을 표현할 때 말로 하던가 글로 하던가 그 두 개 있는데 말이나 글이나 결국은 그 사람의 사상을 드러내는 거지. 그런데 그 글에는 사람의 감정도 표현되어 있지. 하지만 니 글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나지 않아. 그게 말에서도 드러나거든. 물론 생판 모르는 남들과 자신의 감정을 열고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것이 남들보다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나?
(어린 시절에 기억하고 있는 사고와 거기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얘기함)
보통 어린 시절에 기억하는 첫 기억은 아주 중요한, 내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가장 큰 일이지. 그런데 그 기억에서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해(내가 그 기억이 마치 다른 사람의 사고를 들은 것 같다는 말을 함). 그것은 니가 어떠한 감정을 분명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걸 잘 표현을 못하는 거야. 적당한 단어를 선택하지 못하는거지. 그것은 니가 평소에 감정표현에 서툴기 때문이야.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 물어봄. 나는 대답을 회피함)
여기서도 보면 행복이라는 정의를 물었을 때 니는 어영부영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어. 이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지. 나는 행복을 step-by-step으로 얻는 경험으로 보고 있어. 그것이 비록 슬프고 힘든 경험이고, 그것을 행복한 행동으로 바꾸는 데에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기쁜 감정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야. 내 아들이 매우 불량하고 막장이야. 중학생인데 담배를 피더라고. 그런데 최근 그 담뱃갑이 사라졌어. 부모로서는 그게 얼마나 큰 기쁨이겠어? 아들이 공부를 하나도 안 하다가 쪼금 공부를 하는 척이라도 하면 이게 얼마나 큰 기쁨이겠어?
서로의 친밀감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다가가야 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는 매우 힘이 들지. 감정을 내어놓고, 그것을 공유함으로서 서로의 친밀감을 올리고, 서로의 거리가 1m, 30cm, 껴안기, 키스, 섹스로 이어지는 거지.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너무 겉 표면만 보고 달려드는 경우가 있어. 섹스가 대화의 툴이 되질 못하고 그냥 욕구충족만 해버리는거야.
지금 대한항공 부사장 사태만 봐도 그래. 이미 비행기에 오르는 상태부터 이미 화가 나 있었다고. 그런데 그것을 못 풀고 마침 땅콩을 봉지채로 가져오니까 거기에다가 성질을 내는 거야. 하필 그때 비행기가 떠있어서 회항한 것이고. 그런데 그게 대중에 공개되고 기사가 막 나면서 사과를 요구하는데, 막상 저 상황이 돼서 순수하게 잘못했습니다. 사과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지. 사람의 인격보다는 체면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야. 지금의 판/검사, 교수, 정치인 다 그렇다고. 인격적인 성장과 포용을 하지 못하고 쪼매난 마음 상태로 그런 높은 자리에 서면 다 저런 일이 발생하는 거야. 그때 올라와서는 지위가 아까워서 자신을 굽히지 못하고 사과도 못하고 그런거지
만약 우리들이 더욱 친밀한 관계가 되면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낼 때가 올 지도 몰라. 그때는 그것을 풀어나가면서 너의 마음속의 틀어박힌 껍질을 벗겨낼 수 있겠지. 그런 과정을 부모, 친구, 동료 등으로 걸쳐나가면서 범위를 늘리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거야. 감정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지. 나는 니가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해.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능력이 필요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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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동안 들은 내용 중 기억나는 걸 토대로 까먹기전에 쭉 쏟아봤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점이라던가 고민하던 것을 정확히 집어내시는 교수님의 능력이 대단하시네요.
시험 D-1이지만 꼭 정리해두고 싶어서 이렇게 시간 쪼개서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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