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에 들어가는 통로를 지나가면 승무원들이 인사를 한다. 그 옆에 신문이 놓여져 있다. 한글과 일본어 둘 다 있으니 할 게 없는 사람은 하나 들고 와서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처음 자리에 앉으면 자리가 상당히 비좁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정말 무궁화호도 이거보다는 낫겠다 할 정도로. 45인승 고속버스 공간도 이거에 비하면 사치다. 정말 앉아서 테이블 펼치면 도저히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다. 대충 자리를 잡고 짐 정리를 한다. 윗선반의 경우 좌석에 따라 따로 공간이 지정된 것이 아니라 먼저 타서 먼저 넣는 놈이 임자이다. 그리고 쓸 데 없는 것들은 모두 위에 올리는 것을 추천한다. 발 밑에 나뒀다간 공간이 좁아 고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짐 정리가 끝나면 앞에 놓여져 있는 카탈로그를 한번 봐준다. 대한항공 메거진, 안전에 대한 주의사항, 면세점 판매목록, 깨우지 마세요-밥 오면 알려주세요-면세품목 오면 알려주세요 스티커, 구토봉투 등.

출발 전에 대한항공 이어폰을 나눠준다. 일단 한 개 받아두는 것도 좋다. 다만 음감적으로 보면 정말 '쓰레기'다. 말 그대로 비행기 탑승 인증에 불과한 제품으로, 옴이 너무 세서 볼륨을 최대로 해도 시원시원한 소리는 안 나온다. 뒷 구멍도 막지 않아 뭔가 소리가 이상한 제품에 불과하다. 그냥 하나 챙겨두기만 하자.

이어폰 나눠주는 게 끝나면 거의 출발 직전이다. 이때부터는 엔진소리가 커지고 활주로 위로 이동한다. 이때는 안전상의 이유로 창문을 모두 열어달라고 한다. 밖을 보면 천천히 움직이고 있고, 운이 좋으면 다른 비행기의 이착륙을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이동한 후 출발 방송이 떨어지면 갑자기 가속도를 받으면서 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 가속도도 보통 승용차 급 출발보다 조금 더 빠른 정도였다. 속도를 내서 비행기가 뜨면 놀이기구 타는 느낌이다. 우리 때는 몇 번 출렁이고 올라가서 정말로 놀이기구의 느낌이었다. 좀 기다리면 안전벨트 사인이 꺼지고 밖을 내다보면 정말로 땅이 콩알만해지고, 부산 앞에 정박한 큰 화물선이 개미만큼 작아진다. 구름도 구름과 그림자가 보이는데 그 광경은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절대 모를 광경이다.

비행기가 대충 안정을 잡고 일직선으로 날아가면 노란색 종이인 세관신고서와 흰색 종이인 입국신청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세관신고서는 딱히 어렵지 않으니 후다닥 작성한다. 문제는 입국신고서. 모든 항목을 일본어 또는 영어로 작성하라고 적혀있다. 젭라. 자기이름이 어려운 한자라서 못 외우는 경우 반드시 주민등록증을 들고 가도록 한다. 또 한가지 주의점은 숙박지 이름을 기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야 호텔 패키지라서 금방 적겠지만 숙박지가 미정인 사람은 예측해서라도 하나를 적길 바란다. 적지 않으면 심사 시 문제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서류를 다 작성할 때쯤 기내식이 온다.

대한항공 기내식은 다른 회사와 비교해서 정말로 좋은 편이다. 다른 비행사 특히 아시아나와 일본항공을 제외하면 정말 먹을 게 못 된다. 그저 서비스용 또는 뽀대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에 비해 대한항공은 양반이다. 위의 메뉴 중 밥과 고기는 데워서 나온다. 살짝 뜨거울 정도. 양도 보이는 것 보단 충분하고. 나의 경우 일부러 빵을 남겨도 배가 부를 정도였으니. 다만 많이 먹지 않는 경우가 좋다. 비행 중에 과식해서 좋을 게 어디 있겠는가. 식사와 함께 음료수를 주는데 콜라, 주스, 맥주가 있다. 맥주는 마시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그리고 첫날부터 술 마시긴 뭐해서ㅋ) 마시지 않고 무난하게 콜라를 선택했다. 근데 콜라는 흔히 먹는 콜라인데 주스는 외국산 고급주스였다. 젠장. 여러분은 꼭 건더기 있는 비싼 오렌지 주스를 드시도록 하세요! 식사가 끝나면 녹차와 커피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데, 녹차는 그저 가루녹차를 녹인 느낌이었고, 커피도 그렇게 좋은 인상은 아니었지만, 마시긴 녹차보다 훨 느낌이 좋았다.

식사가 끝나고 그릇을 치우고 나면 그저 대기의 연속이다. 난 화장실이 궁금하여 기내 화장실 안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화장실은 꽤나 비좁다. 기차의 화장실 느낌을 생각하면 좋을 듯. 그런데 신기한 것은 위와 같이 화장품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세면장의 기능을 겸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세면기에도 따뜻한 물이 잘 나왔고.

이렇게 거의 2시간이 흐르고, 밖에는 부산에서 가면 갈수록 구름이 늘어 현지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착륙한다는 방송이 흐르고 착륙을 한다. 착륙은 이륙에 비하면 재미없는 편. 빨리 기내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그런데도 비행기는 공항 주위를 한 바퀴 빙 돌아 지면에 내린 후 20분 간 공항을 돌아 우리들을 내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