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요일 저녁. 불타는 금요일이라고,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경북대학교 북문. 고기집중에 화로화담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항정살이 그나마 저렴해서 가끔 먹으러 가는 곳이죠.

삼겹살을 시켜서 소주 한 병을 비우고, 항정살을 4인분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한 판을 구웠는데[각주:1] 맛이 참 뭐같더군요. 항정살이 원래 기름이 많은 부위라지만 마블링이 좋은 고기 부분은 거의 없고 비계만 완전히 흰색으로 뒤덥혀 고기가 튀겨지고 있더군요. 이 집이 원래 고기가 썩 좋은편이 아니라서 참고 먹으려고 했지만 친구들이 먼저 클레임을 걸었습니다. 이건 도저히 못 먹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말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나 : 이거 고기가 왜 이런가? 

직 : 제가 볼때는 괜찮아 보인다.

 : 그럼 한번 드셔보라

직 : (먹은 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

나 : 내가 여기 한 두번 와보는 것도 아니고 항정살 처음 먹는 것도 아닌데 이건 너무한다. 고기가 튀겨지고 있지 않느냐

직 : 원래 항정살 부위가 이렇고, 물건에 따라서 편차는 있을 수 있다.

나 : 편차가 있지만 너무 심하지 않는가. 이거 환불해주던가 다른 걸로 바꿔달라

직 : 이미 내놓은 고기를 누가 먹겠는가. 다른걸로 바꿔드리는 건 우리 입장에서 손해다.

나 : 말이 안 된다. 내가 고기를 한 두번 먹는것도 아니고 이건 아닌 것 같다

직 : 우리는 이거 매일 보는데 이 정도면 나쁜 거 아니다

나 : 더럽다. 그쪽에서는 멀쩡해보여도 우리가 아니라고 하면 서비스 차원에서 보상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

직 : 우리는 말로 사과했는데 뭘 더 해주나. 물질적인 보상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 : 그 태도 죽이는 게 좋을테다. 여기 더러워서 다시 안온다

직 : 그 말씀 보아하니 다시는 안 오시겠네요.


참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자기는 잘못한 게 없으니 배 쨀려면 째라 이겁니까? 고객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원래 이러는 거 아닌데 음료수라도 한병 드리겠습니다" 정도는 해줬으면 화를 조금 덜 냈을텐데. 이런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건지 참 궁금하더군요. 가격도 1인분 7천원씩이나 받으면서 그런 마인드로 장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못한 건가요?



2. 화가 난 우리는 나와서 다른 치킨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간장치킨을 하나 시켰는데 너무 달아서 느끼할 정도더군요. 뭐. 음식점마다 편차는 있으니 클레임걸기는 힘들죠. 그저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베스킨라빈스에 가서 신메뉴를 시켜봤습니다. 디노젤리였나요? 한번 먹어보자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듯한 맛이 엄습합니다. 그리고 쫀득쫀득한 젤리가 질겅질겅 씹히더군요. 결국 아무도 안 먹게 되었고 마지막에 젤리만 가득하게 남았습니다. 뭔가 일진이 좋지않은 느낌이 들었죠.



3. 다음 날. 다른 친구가 와서 점심메뉴로 찜닭을 먹을까 KFC를 갈까 고민했습니다. 쿠폰도 하나 있고해서 KFC로 정했죠. kfc 점보치킨버켓과 핫윙박스를 하나씩 시켰습니다. 점보치킨은 튀겨놓은 거 바로 담아서 주는거니 바로 받았고, 핫윙박스는 10분을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받아보니 조금 거무튀튀한게 맛있게 생겼더군요.

그래서 잘 먹고 있는데 점점 먹을수록 맛이 이상한겁니다. 그래서 문득 손을 처다보니 고기가 빨갛게 물들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닙니까. 3개 중 2개가 이런 상태였으니... 아, 뭔가 안 좋긴 안 좋은 모양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카운터로 갔습니다. 직원이 '우리도 납품 받아서 바로 튀기는 거고, 10분이 가이드인데 12분 튀겼다. 마음에 안들면 다른 걸로 바꿔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서 연락처를 적으라고 하더군요. 적고나니 메뉴는 안 물어보고 환불처리를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환불처리 하기로 했죠. 그리고 당분간은 밖에서 음식 사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뭐 사먹었다가 뭔가 잘못될 것 같으니 말이죠.



4. 뜬금없이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집안청소를 싹 한 다음 저녁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엘더 스크롤 스카이림이 재밌다고 해서 그걸 해보기로 했죠. 그때가 저녁 7시.



예전에 했던 마이트앤매직, 네버윈터나이츠, 디아블로2, 녹스 같은 게임이 하고싶어서 예전에 했던 걸 설치해서 해봤으나 디아3까지 해본 마당에 왠만한 게임은 성에도 안 차더군요. 그러던 차에 자유도가 엄청 높은 게임인 스카이림이라는 게임이 재밌다고 해서 그걸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거 뭐, 자유도가 너무 높아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맵도 참 불친절하게 나오고 그렇다고 gps 시스템이 있는것도 아니고, 조작이 편리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몰입감이 상당하더군요. 필드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서리하고, 던전 들어가서 탐험 좀 하다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고 시계를 보는 순간!


새벽 4시 20분!


문명 따위 껌으로 씹어드시는 타임리프! 

나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아 월요일 바쁜데!




블소 이후로 게임을 거의 안하고 살았지만 간만에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을 찾은 듯 합니다. 다만 이거 얼마나 방대한건지 아직 낌새도 안잡히네요. 이제 레벨 4인데...



  1. 제가 고기를 좋아해서 항상 먼저 나서서 고기를 굽습니다. 친구들도 편하고 또 잘 굽는다고 좋아하더군요. 제가 고기를 못 굽는 건 아닙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