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이 얘기하지만 우리의 여행에는 계획 따윈 없었다. 맘 내키는 대로. 문제는 길을 잘 모른다는 것. 한번 간 곳의 길, 오다이바나 아키하바라 같은 곳은 웬만한 길은 다 외우고 있는데 지도조차 보지 않은 에비스 같은 곳은 목적지명만 알 뿐 길 따위는 그저 폰에 저장된 지도와 GPS만 믿고 달려가기로 한 것.

목적지는 에비스의 가든플레이스. 도쿄매트로를 타고 이동해서 JR의 에비스 역이 아닌 도쿄매트로의 에비스역으로 도착했다.

지도 맨 위에 도쿄매트로 마크가 자그마하게 찍힌 역에 내린 것. 에비스 가든플레이스는 철길 위 야마노테센(山手線) 글자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지도상에서는 빨간색으로 색칠된 곳이 백화점 건물과 연결된 통로. 즉 JR에서 내렸다면 가든플레이스까지 한번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난 그걸 몰랐다. 애초에 역에서 내려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밖으로 나오니 공사중인 지하철역.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팡질팡.

JR역은 저기 보이는 큰 백화점 건물과 연결돼있는 듯 했다. GPS를 이용해 위치파악을 하려고 했으나 잘 안 잡히는 신호. 감을 따라 걸어가보기로 하자.

에비스라고 하면 꽤나 부자동네라고 알고 있다. 신주쿠에서 시부야까지 쭉 이어져온 거대상점가의 물결이 에비스에선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까. 번화가라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저 잘사는 부자동네의 분위기?

어느 교차로까지 오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이건 감이라도 헷갈릴 분위기였다. 부랴부랴 GPS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나의 모습 한 컷. 여담이지만 이땐 내 폰이 프로요 올리고 발적화로 욕 신나게 먹고 있을 때라서 GPS수신이 참 안습이었다는…

다행이 길을 찾아서 걸어가고 있으니 아까 그 백화점 건물과 연결되어있는 거대한 다리(?)를 발견. 문득 생각해보니 지도에 표시된 통로는 바로 이 통로였다. 만약 JR을 타고 나왔더라면 이 통로를 발견하고 편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도 들었다.